조윤희는 마치 열여덟 살 여고생 같았다. 말수가 많아졌고 표정도 한층 밝았다. 굴러가는 낙엽만 봐도 웃음을 터뜨린다는 소녀처럼 매니저와 스태프 사이에서 수다를 떨다가도 까르르 웃어 넘어가는 일이 많았다.
조윤희, 이 배우에게 일어난 이 작지만 큰 변화는 모두 KBS 2TV 주말극 '넝쿨째 굴러온 당신'(이하 넝굴당) 덕분인 듯 했다.
"극중에 이숙이가 입고 나오는 옷, 거의 평소 제 스타일이에요. 원래 청바지에 티셔츠 한 장 입는 그런 스타일을 좋아해요. 요즘은 메이크업도 굉장히 옅게 하고 옷도 편하게 입은 채 촬영하니까 움직이기도 좋고 마음도 한결 편안한 거 같아요."

조윤희는 대중 사이에서 화려한 패셔니스타 혹은 여성스럽고 우아한 여배우의 전형처럼 각인되어있던 게 사실이다. 여러 드라마에 출연했지만 대개 비련의 여인이거나 다소곳하고 정적인 캐릭터가 많았기 때문이다. 사생활에 대해서도 노출이 거의 없었고 작품 외에는 특별한 외부 활동도 없는 조용한 배우였다. 가끔 패션지 화보를 통해 파격적이고 과감한 콘셉트의 의상과 헤어, 메이크업을 선보이면서 남다른 아우라를 보여준 것이 전부다.
그래서 '넝굴당'으로 만나는 조윤희는 분명 파격에 가깝다. 그녀가 이렇게 털털하고 귀엽고 숙맥일 수도 있다니. 어쩌면 이리도 이희준(천재용 역)의 마음을 몰라줄 수 있는지, 시청자들마저 조윤희에 빙의돼 이희준의 속을 태운다. 이제 그만 마음 좀 알아주라.

6월 중순, '넝굴당' 촬영이 한창인 어느 날, 조윤희와 파스타를 나눠 먹으며 인터뷰를 했다. 평소 파스타 같은 이탈리아 음식들을 좋아한다는 그녀는 가녀린 몸매가 무색할 만큼 복스럽고 즐겁게 파스타와 샐러드 접시를 비워냈다. 한층 밝은 성격이 된 그녀는 '넝굴당'에 대한 얘기를 할 때면 마치 소녀처럼 해맑게 웃으며 재잘댔다. 특히 파트너 이희준과의 호흡 얘기는 빠질 수 없는 웃음 포인트였다.
"안 그래도 키스신이 나오면 어쩌나 너무 걱정이에요. 얼마 전에 같이 '해피투게더3'에 나갔잖아요. 거기서 제가 오빠랑 키스신이 나와도 자연스럽게 연기할 수 있을 것 같다고 했더니 오빠가 '키스신 나오면 아무렇지 않을 수 없도록 연기하겠다'고 한 바람에... 그 이후로 '대체 키스신을 어떻게 하려는 속셈인가' 싶어 걱정이 시작됐어요."
조윤희에게 있어 이희준은 편안하고 배울 점 많은, 즐거운 연기 상대인 것 같았다. 배우로서 이희준에 대한 칭찬을 아끼지 않았고 실제 촬영장에서도 스스럼없이 지낸다고 했다. 이제껏 함께 연기했던 어떤 남자 배우들보다도 만족도가 높은 파트너란다.
"희준 오빠는 대본대로 하지 않아요. 대사 중 많은 부분이 애드리브죠. 어떻게 이렇게 연기를 할 수 있을까 신기하고 재미있어요. 이 사람이 정말 연기 잘하는 배우구나 하는 생각을 계속 해요. 오빠 때문에 씬(장면)들이 확 살아날 때가 많아요."
최근 커플 인기에 힘입어 광고 모델로도 동반 낙점된 두 사람은 앞으로도 더 많은 커플 광고를 노리고 있다. 촬영 말고도 이희준은 조윤희에게 클럽에 놀러 가자고 제안했고 조윤희는 정기적으로 다니는 유기견 봉사 활동을 함께 하자고 권했다. 이정도면 안에서나 밖에서나 진짜 찰떡 커플이다.
극중에는 조윤희 커플 말고도 김남주-유준상, 양정아-김원준, 오연서-강민혁 등 여러 커플들이 등장하지만 이토록 유독 뜨거운 관심과 사랑을 받는 이유는 무엇일까.
"음.. 천재용 캐릭터 때문 아닐까요. 천재용 역할을 단순히 꽃미남 배우가 했다면 이렇게까지 매력적으로 나오진 않았을 것 같아요. 천재용이 여자 시청자분들의 마음을 움직이고 있는 것 같아요. 희준 오빠가 도와줬기 때문에 제 캐릭터도 더 매력적으로 보이는 것 같고. 파트너에게로 공을 돌리고 싶습니다. 하하"

그러고 보니 천재용도 천재용이지만, 오랜 짝사랑 상대 규현(강동호 분)까지 그녀에게 적극적인 애정 공세를 펼치고 있다. 동시에 두 남자로부터 사랑을 받는, 너무도 행복한 그녀다.
"연기지만 정말 좋아요. 하하하. 실제는 아니어도 제가 좋아서 두 남자가 신경전을 벌이는 상황이 재미있죠. 이전 작품들에서는 이루어질 수 없는 사랑을 하거나 짝사랑, 혹은 한 남자를 두고 저와 다른 여자가 삼각관계를 이루는 경우들이 많았어요. '넝굴당'에서는 사랑받고 있기 때문에 기분이 좋은 것 같다."
그래도 연애관에 있어서 실제 조윤희와 극중 이숙이는 확연히 다르다고. 친구랑 약혼했던 남자를 받아주기는 어려울 것 같다고 했다.
인터뷰하던 시점까지는 이희준과의 키스신이 등장하기 전이었다. 하지만 이번 주말, 드라마 '시크릿가든' 속 현빈과 하지원의 '거품 키스'를 패러디한 두 사람의 귀여운 키스신이 드디어 전파를 탄다. 키스신이 쑥스럽고 걱정된다던 조윤희, 과연 촬영장 분위기는 어땠을까. 생각만 해도 조윤희의 발그레한 웃음이 떠오른다.
issue@osen.co.kr
지형준 기자 jpnews@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