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최고의 골키퍼들이 대결을 펼친다. 무승부는 없다. 승자가 나올 수밖에 없는 대결이다.
스페인과 이탈리아가 유로 2012 결승전에서 만났다. 양 팀은 오는 2일(이하 한국시간) 우크라이나 키예프에서 우승 트로피인 앙리 들로네를 놓고 단판 승부를 벌인다. 양 팀은 조별리그서 만나 1-1로 비겼지만, 이번 승부 만큼은 무승부가 없다. 피 말리는 승부차기를 해서라도 승자를 가려야 한다.
박빙의 대결을 예상하는 이는 드물다. 전력의 차는 확실하다. 디펜딩 챔피언이자 월드컵 챔피언인 스페인의 우세인 것. 국제축구연맹(FIFA) 랭킹에서도 스페인은 1위이고, 이탈리아는 12위에 불과하다. 단순히 순위 차가 아니다. 랭킹 포인트에서 479점 차가 난다. 이탈리아와 한국(35위)의 차가 258점이라는 것을 고려하면 엄청난 차다.

하지만 변수가 있다. 최후의 보루라 할 수 있는 골키퍼다. 이탈리아의 골문을 지키는 잔루이지 부폰(34, 유벤투스)의 존재감은 확실하다. 국제축구역사통계연맹(IFFHS)이 선정한 21세기 최고의 골키퍼 1위답게 부폰은 이번 대회서 맹활약이다. 선방 횟수에서도 18개로 전체 2위를 기록하고 있다. 부폰의 선방이 없었다면 이탈리아의 결승행도 없었을 것이 분명하다.
스페인도 부폰 못지 않은 골키퍼를 보유하고 있다. 바로 이케르 카시야스(31, 레알 마드리드). IFFHS가 선정한 21세기 최고의 골키퍼 2위인 카시야스는 프로 데뷔 3년 차 만에 스페인의 주전 골키퍼가 됐고, 벌써 136번의 A매치에 나섰다. 이번 대회에서 선방 횟수는 11개로 10위에 불과하지만 5경기서 3실점을 한 부폰보다 2실점을 더 적게 했다. 스페인에서 '산(San, 영어의 Saint)' 이케르라 부를 만한 기록이다.
부폰과 카시야스는 결승전까지 올라오면서 승부차기를 한 차례씩 겪었다. 최고의 골키퍼답게 승부차기서 보인 존재감 또한 눈부셨다. 두 골키퍼의 컨디션이 절정에 올라 있다는 것을 확인시켜준 셈이다. 두 골키퍼를 제치고 골을 만들어야 하는 스페인과 이탈리아 공격수들로서는 골치가 아플 수밖에 없다.
두 골키퍼는 상대의 플레이에 직접적으로 관여하지 않는다. 단지 자신들의 골대만 지키면 된다. 하지만 두 골키퍼의 대결은 승부가 날 수밖에 없다. 조별리그와 다르게 결승전은 무조건 승자와 패자로 나뉘게 된다. 과연 카시야스와 부폰 중 누가 팀의 승리를 이끌며 앙리 들로네에 입을 맞출지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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