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위치든 중요하지 않다. 진정성 있는 연기를 한다면 시청자들이 기억할 것이다.”
배우 이범수는 지난 5월 17일 MBC 주말드라마 ‘닥터진’ 방영을 앞두고 열린 제작발표회에서 주인공이 아닌데도 불구하고 출연을 결심한 이유를 이같이 밝혔다.
사실 그는 최근작인 SBS ‘자이언트’(2010), ‘샐러리맨 초한지’(2012)에서 모두 주인공을 연기했다. 그런 그가 주인공이 아닌 흥선대원군 이하응 역을 받아들인 것은 주인공만 선호하는 일부 배우들을 부끄럽게 하는 선택이었다.

이범수는 이번 드라마에서 60년간 세도정치를 이끈 안동김씨의 핍박 속에서 자신의 아들을 왕으로 만들려는 야망을 숨긴 채 살아가는 이하응을 표현하고 있다.
극 초반 연못에 빠진 음식을 집어먹고 돈 몇 푼에 구걸도 서슴지 않는 모습을 보여줬다면 중반을 넘기면서 백성을 위해 안동김씨를 물리칠 계획을 세우면서 변화하고 있다.
지난 달 30일 방송된 11회에서 하응은 반역을 꾀했다는 누명을 쓰고 참수형을 당할 위기에 처했다. 이 과정에서 이범수는 썩어빠진 세상에 대한 분노를 표출하면서 쉴 새 없이 대사를 몰아쳤다. 이범수의 한마디 한마디는 배경 음악 하나 없이도 비장했다.
사실 이번 드라마에서 이범수는 주인공인 진혁 역의 송승헌과 함께 극의 무게감을 실어주고 있다. 그가 등장할 때마다 극의 몰입도가 높아지는 것이 사실. 힘이 실리는 눈물과 분노 연기는 볼 때마다 왜 이범수라는 배우가 시청자들의 사랑을 받을 수밖에 없는지를 인정하게 만들고 있다.
그는 제작발표회 당시 “‘외과의사 봉달희’에서도 주인공은 봉달희였고 ‘온에어’에서도 배우나 감독이 더 부각될 수 있는 상황이었지만 내가 매니저라는 역할에 흥미가 있었기 때문에 도전했다”면서 “극에서 어떤 위치에 있느냐는 중요하지 않은 것 같다. 한 장면이라도 진정성 있는 연기를 한다면 시청자들이 기억해주고, 존재감을 드러낼 수 있는 것 같다”고 이번 역할을 선택한 이유를 밝혔다.
주인공이 아니어도 하고 싶은 연기를 하겠다는 그의 소신은 ‘닥터진’ 속 이하응이 시청자들의 사랑을 받는 이유가 되고 있다.
jmpyo@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