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력이 달린다는 느낌이 없다."
딱 한 달만에 듣는 애국가. 재활에서 복귀한 SK 제춘모(30)의 표정은 밝았다.
제춘모는 지난 6월 29일 경기 중 우천으로 노게임이 선언된 문학 LG전에 선발 등판했다. 2이닝 동안 안타 없이 1볼넷으로 무실점했으나 비 때문에 없던 기록이 됐다. 지난 5월 31일 목동 넥센전 등판 이후 오른 가슴 통증을 호소, 재활에 전념했던 제춘모다.

한 달만에 마운드에 섰던 제춘모로서는 아쉬움이 컸을 법도 하다. 그러나 역시 제춘모다운 시원시원한 답변이 돌아온다. "어쩐지 볼이 좋다 했다"며 웃은 제춘모는 "역시 비가 올려고 그랬나 보다"고 너스레를 떨어 보였다.
은근한 자신감이기도 했다. 제춘모는 "볼 스피드가 142~143km까지 나온 것 같다"면서 "별로 세게 던진 것도 아니었는데 솔직히 나도 놀랐다"고 만족스러워했다.
제춘모는 왕년 10승 투수다. 광주 동성고 졸업 후 지난 2002년 SK에 입단, 신인이던 첫 해 9승(7패, 평균자책점 4.68)을 올렸다. 이어 2003년 팀내 최다승인 10승(6패 5홀드)을 기록, 윤길현, 채병룡과 함께 SK 우량 유망주로 손꼽혔다.
그 때 모습을 되찾는 것일까. 그동안 어깨 부상, 팔꿈치 수술 등으로 제 기량을 발휘하지 못했던 제춘모였다.
제춘모는 "일단 체력이 달린다는 느낌이 없다"면서 "지난번 1군 등판 때와 비교하면 더 안정된 것 같다"고 여유를 보였다. 또 "힘을 들이지도 않았는데 볼이 그냥 쭉쭉 나갔다"는 그는 "바뀐 투구폼이 안정되고 김경태 재활 코치님의 '제춘모 하체 프로젝트' 덕분"이라고 설명했다.
김경태 코치가 실시하는 하체 훈련은 재활 선수들 사이에서 '악명'이 높다. 제춘모에 따르면 "살벌하다." 짧지만 극대의 근력 훈련으로 너도나도 기진맥진 나가 떨어지기 때문이다.
특히 투수들의 경우 고관절과 엉덩이를 중심으로 한 하체 훈련이라는 점에서 높은 만족감을 주고 있다. 일단 한 번 시작하면 필요성을 깨닫고 스스로 하게 된다.
제춘모는 오른 가슴 통증 때문에 2군으로 내려갔다. 그동안 하체에 집중할 수 있는 시간이 있었다. 제춘모는 "아직 많이 던지지 않았고 볼 개수가 많아지면 어떨지 모르겠다"면서도 "하지만 지금은 전체적으로 아주 좋다"고 만족스러워 했다.
탄탄해진 하체로 야구하는 재미를 다시 찾은 제춘모가 SK 선발진의 한 자리를 꿰찰 수 있을지 기대가 모아진다.
letmeout@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