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9일(이하 한국시간) 첫 스타트를 끊은 뒤 약 20여 일 동안 세계 축구팬의 눈과 귀를 쏠리게 했던 유로 2012도 이제 단 1경기 만을 남겨두고 있다.
'무적함대' 스페인과 '아주리 군단' 이탈리아는 오는 2일 새벽 3시 45분 우크라이나 키예프에서 우승 트로피인 앙리 들로네의 주인공을 놓고 마지막 승부를 펼친다.
결승전의 최대 화두는 스페인의 '막강 화력'과 이탈리아 '빗장 수비'의 맞대결이다. 허나 큰 변수가 있다. 스페인은 그동안 국제 무대에서 공격의 방점을 찍어주던 다비드 비야(31)와 철벽 수비의 핵심 임무를 수행하던 카를레스 푸욜(34, 이상 바르셀로나)이 부상으로 대회에 불참한 것.

비야는 지난해 12월 알 사드(카타르)와 클럽월드컵 경기 도중 왼쪽 다리 골절상을 입은 뒤 약 5개월 가량 재활에 매진했지만 결국 유로 2012 출전의 꿈이 좌절됐다. 이에 앞서 푸욜도 무릎 수술을 받아 유로 2012서 무적함대의 일원이 되지 못했다.
스페인은 본선 조별리그 3경기를 포함해 8강, 4강전 등 총 5경기를 치르며 두 베테랑의 공백을 뼈저리게 느꼈다. 조별리그 첫 경기부터 이탈리아라는 거대한 산을 만난 비센데 델 보스케 스페인 감독은 전문 공격수를 두지 않고 미드필더 6명의 유기적인 움직임을 통해 득점을 노리는 '제로톱 시스템'을 선보였다. 푸욜의 자리에는 베테랑 수비수 세르히오 라모스(레알 마드리드)가 대신했다.
하지만 첫 걸음부터 삐걱였다. 전체적인 경기 내용은 좋았으나 이탈리아의 변칙적인 '카테나쵸'에 고전하는 모습이 역력했다. 세스크 파브레가스(바르셀로나)의 동점골이 아니었다면 대회 초반부터 자칫 무너질 수도 있는 순간이었다.
후반 교체 투입된 페르난도 토레스(첼시)는 수 차례의 찬스를 허공으로 날려보내며 비야의 빈 자리를 더욱 절실히 느끼게 해줬고, 푸욜이 빠진 수비진도 이탈리아의 날카로운 공격에 우왕좌왕하며 곤란한 모습을 자주 연출했다.
디펜딩 챔피언의 불안한 모습은 조별리그 두 번째 경기였던 아일랜드전서 4-0의 완승을 거두며 모두 불식시키는 듯한 모습을 보였지만 이어진 크로아티아전서 또 다시 '득점 부재'와 '수비 불안'을 드러내며 우승후보 0순위에 의문 부호를 남겼다.
스페인은 포르투갈과 4강전서도 승부차기 혈투 끝에 승리하긴 했지만 120분 동안 포르투갈의 골문을 열지 못하는 등 유로 2008과 2010 남아공 월드컵 우승 당시 보여줬던 '무적함대'의 위용을 보여주지 못했다.
유로 2008서 득점왕(4골)에 오른 뒤 2010 남아공 월드컵서도 실버슈(5골)를 차지하는 등 A매치 83경기에 출전해 53골을 터뜨린 비야와 센추리클럽 가입을 눈 앞에 두고 있는 '백전 노장' 푸욜(A매치 99경기 출전)의 빈 자리가 절실히 느껴지는 순간이었다.
어찌됐든 축구에서 가장 핵심적인 머리와 꼬리를 잃고도 강호들을 잇달아 꺾고 유럽선수권대회 결승전에 올라온 스페인이다. 세계 축구 역사상 처음으로 메이저 대회 3연패를 노리는 스페인이 비야와 푸욜의 공백을 메우며 우승컵을 품에 안을 수 있을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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