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박이 살아났다‘, 4연승 두산의 호재
OSEN 박현철 기자
발행 2012.07.02 06: 27

데뷔 후 최악의 부진 행보를 걷던 그가 살아났다. 스스로 돌파구를 찾지 못해 자충수에 빠지던 ‘종박’ 이종욱(32, 두산 베어스)의 부활. 공격 물꼬를 틔우는 그가 살아났다는 점은 4연승 두산의 가장 큰 호재임에 틀림없다.
이종욱은 1일 잠실 롯데전에 중견수 9번 타자로 선발 출전해 3타수 2안타 2타점 1득점을 기록했다. 이종욱의 멀티히트는 지난달 16일 삼성전 이후 13경기 만의 기록이다. 이종욱은 지난달 29일 안타가 나오기까지 33타수 연속 무안타에 시달리기도 했다.
이종욱의 활약으로 두산은 롯데를 7-2로 꺾고 주말 3연전을 모두 쓸어담았다. 벌써 4연승이다. 이날 승리로 두산은 4위 자리를 그대로 유지했다. 선두 삼성과는 불과 2경기 차. 중위권으로 정체되는 듯 했던 두산은 롯데 3연전 싹쓸이를 통해 다시 한 번 상위권 재진입을 점칠 수 있게 되었다.

2003년 현대에서 데뷔했으나 1군 출장 없이 상무 입대, 그리고 제대와 함께 방출 통보를 받는 비운을 겪었던 이종욱은 2006년 친구 손시헌의 권유에 두산 유니폼을 입은 뒤 부동의 테이블세터 요원으로 자리잡으며 태극마크까지 달았다. 과감한 주루 플레이에 정확한 타격과 안정된 수비로 두산에 없어서는 안 될 외야수이자 리드오프로 활약한 이종욱이다.
그러나 올 시즌 이종욱은 60경기 2할2푼1리 20타점 12도루(2일 현재)로 부진을 면치 못했다. 4월 한 달간은 3할6리로 제 몫을 했으나 이후 왼 무릎 부상까지 겹치는 등 깊은 부진의 수렁에 빠졌던 이종욱이다. 이종욱의 타율이 떨어지면서 두산의 승률도 점차 하락했다. 신예 정수빈이 혼자 이종욱의 역할까지 하기는 버거운 감이 있었다.
깊은 부진에 고민이 컸던 이종욱이 다시 살아난 계기는 바로 롯데 3연전. 6월 29일 앞선 세 타석만 하더라도 희생번트를 제외하고는 전혀 제 모습을 보여주지 못하던 이종욱은 1루수 키를 살짝 넘는 2타점 우익수 방면 2루타로 살아났다. “결과에 상관없이 자신있게 우익선상으로 때려내는 타구를 바란다”라던 김진욱 감독의 바람에 가까웠던 타구다.
그동안 이종욱은 오른발을 들었다가 치며 타이밍을 맞추려 했으나 부상 전력으로 인해 무게중심을 잡아야 했던 왼 다리의 근력이 평소답지 않았다. 때문에 이종욱은 오른발을 들지 않는 노스텝 타격으로 바꿨다. 메이저리그 마지막 4할 타자인 보스턴 테드 윌리엄스를 시초로 앨버트 푸홀스(LA 에인절스), 타이론 우즈(전 주니치), 김태균(한화) 등이 구사한 노스텝 로테이션 타격은 허리 원심력에 의존해야 하기 때문에 엄청난 힘을 갖춘 거포들이나 되어야 정확성 배가를 위해 채택할 수 있는 타격. 그러나 축이 제대로 잡히는 만큼 스윙 가시권은 확실해진다.
변신의 결과는 2타점 2루타로 이어졌다. 그리고 30일 이종욱은 무안타에 그쳤으나 2회 2사 만루에서 몸에 맞는 볼로 출루한 뒤 정수빈의 중전 안타에 1루 주자로 홈까지 밟는 진풍경을 연출했다. 2사 만루인 만큼 상대 선발 이용훈이 와인드업을 한다는 점을 역이용, 일찌감치 스타트를 끊었다가 1루 주자로 단타에 홈까지 밟는 폭풍주루를 선보인 이종욱이다.
1일 경기 후 이종욱은 “기존에 어퍼스윙이었던 것을 이제는 땅볼 위주로 끊어치려 하고 있는데 결과가 좋았다"면서 "아직은 (수정한 타격폼이) 완전치 않지만 적응해 가고 있다"고 밝혔다. 뒤이어 그는 "동생들이 너무 잘 해줘서 잘 따라가려 하고 있다. (주장을 시즌 중반에 맡게 돼) 처음엔 부담이 있었지만 지금은 나아졌다. 마음이 편해졌다. 나 자신만 생각했는데 지금은 팀을 우선시하게 됐다"고 말했다.
사실 이종욱은 책임감이 큰 선수다. 지난 시즌 3할3리 5홈런 40타점 20도루로 나쁘지 않은 성적을 올렸으나 5월 왼손 엄지 부상으로 제 역할을 못했을 때 팀이 침체하며 쓰러졌던 순간을 기억하며 마무리 훈련까지 자청했던 이종욱이다. 이번에는 오른손 소지 골절상으로 전열 이탈한 주장 임재철의 공백을 메우며 팀의 구심점이 되기 위해 노력 중이다.
“내가 홈런을 펑펑 치거나 하는 선수도 아니고. 나는 뛰어야 사는 선수다”. 자신이 잘 뛰어야 팀도 살아난다는 점을 알고 있는 이종욱. 지난 두 달 간 마음 같지 않은 성적에 고생도 심했던 이종욱. 두산 공격의 선봉장 ‘종박’이 살아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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