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상자 속출' 롯데, 뒤에서 떠받치는 트레이너 팀
OSEN 이대호 기자
발행 2012.07.02 10: 40

롯데 자이언츠에서 가장 체력이 뛰어난 선수는 누구일까.
롯데 트레이너들은 입을 모아 내야수 박종윤(30)을 꼽는다. 박종윤은 프로데뷔 후 아직 한 번도 수술을 받지 않았고, 평소에도 아프다는 내색을 전혀 안 하는 선수다. 오죽했으면 '트레이너실에 가장 안 오는 선수'로 박종윤이 꼽힐 정도다.
그렇지만 얼마 전 박종윤이 트레이너실에 먼저 찾아와 도무지 안 되겠다며 링거액을 한 번 놔 달라고 했다 한다. 롯데 이진오 수석 트레이너는 "종윤이가 링거 맞으면 롯데 선수들은 전부 다 맞는다고 보면 된다. 종윤이와 같이 링거 같은 거 잘 안 맞는 (황)재균이도 요즘 몸살 걸려서 하루에 세 번 링거를 맞기도 했다"고 전했다.

롯데 선수들은 현재 부상과의 싸움을 벌이고 있다. 개막전 라인업에서 현재까지 부상없이 시즌을 보내고 있는 선수는 박종윤과 황재균 뿐이다. 김주찬과 전준우는 햄스트링 부상으로 아직 뛰는 게 완벽하게 자유롭진 않다. 게다가 전준우는 얼마 전 홈에서 포수와 충돌해 입술을 10여 바늘이나 꿰맸다.
조성환도 시즌 초 손목 등 잔부상에 시달려 왔고 홍성흔은 오른쪽 갈비뼈에 실금이 간 이후 정상적인 출전을 못 하고 있는 실정이다. 강민호는 포지션 특성 상 잔부상을 달고 살 수밖에 없고 문규현은 이제 부상에서 복귀했다. 손아섭 역시 부상으로 뒤늦은 시즌 시작을 한 탓에 컨디션이 100%는 아니다. 전천후 유틸리티맨 박준서도 왼쪽 가슴과 손목에 큰 충돌이 있고 난 뒤 통증이 좀처럼 가시지 않고 있다.
시즌 중반까지 온 현 시점에선 어느 팀이나 부상 선수로 넘쳐난다. 롯데가 다른 점이 있따면 부상 선수가 나와도 어떻게든 출전하려 한다는 점. 이 트레이너는 "선수들의 투지가 달라졌다. 요즘 우리 팀 선수들은 '부러지고, 찢어지는' 정도의 부상이 아니면 출전 하려고 나선다"고 귀띔했다.
얼마 전 데니 바티스타의 직구에 손목을 직격당한 박준서 역시 바로 다음 날 정상적으로 훈련을 소화했다. 이 트레이너는 "다른 구단이었으면 진작 2군 갔어야 한다. 그렇지만 타박상 정도로는 다들 참고 한다"며 "타박상 증세를 가라앉히는 롯데 트레이너 팀의 비법이 있기에 가능하다"고 덧붙였다.
이처럼 부상 선수들이 속출하며 트레이너 팀은 더욱 바빠졌다. 홈이든 원정이든 쉴 수 있는 날이 없다. "홈에서는 낮 12시 까지 구단에 출근해 선수들 봐주고 하다보면 퇴근 시간이 보통 밤 12시를 넘는다. 거기에 오전에는 선수들과 함께 병원에 가는 날이 많아 수면시간이 부족할 정도"라는 게 이 트레이너의 설명이다.
트레이너 팀 막내 김성진 트레이너는 "원정에 오면 더 바쁘다. 경기 끝나고 숙소에서 선수들이 치료받기 위해 밤늦은 시간까지 방으로 온다. 방문을 못 닫고 있는다"면서 "선수 치료를 마치면 한 시 반, 보고서 작성까지 마치면 새벽 3시가 넘을 때도 있다"고 호소한다.
시간이 없다보니 사생활도 제한된다. 이 트레이너는 얼마 전 딸을 얻었다. 그렇지만 아빠 얼굴을 보여줄 시간이 없다보니 간혹 딸이 모르는 사람을 보듯 행동한다고 한다. 시즌이 끝난다고 이들이 편해지는 건 아니다. 크고 작은 수술부터 해외 전지훈련 동행 등 1년 내내 바쁜 시간을 보낸다.
이들에게 가장 힘이 되는 건 선수들이 그라운드에서 다치지 않고 뛰는 것. 이 트레이너는 "치료받은 선수들이 야구 잘하면 그게 최고의 보상"이라며 웃어 보였다.
cleanupp@osen.co.kr

Copyright ⓒ OSEN.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