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리해진’ 니퍼트의 이닝 소화력 1위
OSEN 박현철 기자
발행 2012.07.02 07: 20

“솔직히 첫 해에는 구위로 윽박지르려던 것이 사실이다. 이제는 낮게 던지면서 방망이를 끌어내는 것이 오히려 낫다고 생각한다”.
현재 리그 내에서 한 경기 당 평균 7이닝 이상 소화하는 선발 투수는 누구일까. 유일무이한 투수는 바로 두산 베어스의 외국인 에이스 더스틴 니퍼트(31)다. 6월 30일 롯데전 완투승으로 이닝이터 면모를 확실히 굳히고 있는 니퍼트는 2년차 시즌 들어 더욱 영리해졌다.
니퍼트는 지난 6월 30일 잠실 롯데전에 선발 등판해 9이닝 6피안타 4탈삼진 1실점으로 승리투수가 됐다. 경기 초반엔 제구가 흔들렸지만 팀이 경기를 뒤집은 뒤 안정감을 찾아 롯데 타선을 효율적으로 틀어막았다. 투구수는 111개를 기록했고 스트라이크 73개, 볼 38개로 배분도 적절했다. 9회까지 최고 구속 150km를 넘길 정도로 공의 힘도 경기 끝까지 유지했다.

올 시즌 니퍼트의 성적은 9승 4패 평균자책점 2.96(2일 현재)으로 다승 부문 공동 1위에 평균자책점 6위, 탈삼진 부문 3위(66개)다. 선발로서 가장 큰 미덕인 이닝 소화 면에서 니퍼트는 106⅓이닝, 경기 당 7.09이닝으로 8개 구단 선발 중 가장 많은 이닝을 소화 중이다. 피안타율은 2할2푼에 이닝 당 주자 출루 허용률(WHIP)은 1.12로 수준급. 지난해 니퍼트는 피안타율 2할2푼5리에 WHIP 1.14를 기록했다.
세부 성적을 돌아봤을 때 니퍼트의 올 시즌 변화상을 알 수 있다. 지난해 187이닝을 던지며 150개의 탈삼진을 기록한 니퍼트. 지난해 9이닝 당 평균 탈삼진 개수는 7.22개였다. 그러나 올 시즌에는 9이닝 당 5.59개로 1.2개 가량이 줄어 들었다. 그에 반해 이닝 당 투구수는 16.7개에서 15.2개로 1.5개 정도 덜 던지고 있다. 탈삼진보다 땅볼 유도를 노리는 빈도가 높아지고 있다는 뜻이다.
실제로 니퍼트는 올 시즌에 앞서 “승리수는 지난해와 비슷하면 좋을 것 같다. 그보다 우선 좀 더 많은 이닝을 소화하고 싶다”라는 뜻을 밝힌 바 있다. 등 견갑골에 미세한 석회질이 발견되며 이를 제거하는 간단한 수술도 받아 페이스가 지난해 만큼은 잘 올라오지 않았던 니퍼트. 그래서 그는 전력 투구 빈도를 조금 줄여보겠다고 이야기했던 바 있다.
“많은 땅볼을 유도해서 완투도 지난해보다 조금 더 많이 했으면 좋겠는데”라던 니퍼트는 어느새 두 번의 완투승으로 지난해와 타이를 이뤘다. 마침 적극적 성향을 띄는 롯데를 상대로 모두 두 번의 완투승을 거둔 니퍼트다.
“한국 무대 처음에는 이용규(KIA)처럼 악착같이 파울 커트하는 타자가 가장 까다로웠다. 그런데 어느 순간 낮게 던져 범타를 유도하는 요령이 생기면서 가장 까다로운 타자가 트윈스의 9번(이병규, LG)로 바뀌었다. ‘이거면 되겠다’ 싶은 공도 안타로 만들어내는 데 미치겠더라”. 기본적으로 범타 유도에 대한 재미와 요령이 붙었기 때문에 들을 수 있던 니퍼트의 이야기였다.
가끔씩 니퍼트에게 “오늘 완투승 가는 거냐”라고 물어보면 그는 “으헤”라는 특유의 웃음 소리와 함께 싫지 않은 듯 웃는다. 기본적으로 이닝을 많이 소화하고 싶어하는 자신의 희망사항이 담겨있기 때문이다. 방망이를 끌어낼 수 있는 코스로 적극적 투구를 펼치고 있는 니퍼트는 분명 더욱 영리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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