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년 전 탤런트 윤은혜가 맡았던 ‘커피 프린스 1호점’의 남장여자 주인공 배역 이름은 고은찬이었다. 그리고 이제는 두산 베어스에 새로운 ‘선발 프린스’ 듀오가 나타났다. 한때 계투, 마무리 보직을 맡았던 노경은(28)과 이용찬(23)이 이제는 선발진 미남 듀오로 자리매김 중이다.
2003년 1차 지명으로 두산 입단 후 10년째 되는 올해 제 잠재력을 발산 중인 노경은은 지난 6월 29일 잠실 롯데전서 7이닝 4피안타 8탈삼진 1실점 호투로 시즌 4승을 거뒀다. 올 시즌 셋업맨으로 시즌을 시작했다가 구위 자신감을 찾고자 하는 계기에서 선발로 변경한 노경은은 29경기 4승 3패 7홀드 평균자책점 2.91(2일 현재)을 기록 중이다.
특히 노경은은 선발 전향 후 5경기서 2승 1패 평균자책점 2.14로 웬만한 에이스들보다 더 좋은 성적을 올리고 있다. 모두 퀄리티스타트(선발 6이닝 이상 3자책점 이하)에 33⅔이닝 동안 38개의 탈삼진을 뽑아내는 위력을 보여주는 중. 피안타율도 1할6푼5리로 대단한 수준이다.

지난 6월 27일 목동 넥센전서 5이닝 3실점패로 상승세가 꺾이기는 했으나 이용찬도 7승 6패 평균자책점 2.44로 기대 이상의 활약을 선보이고 있다. 13경기서 모두 승패로 결과가 갈렸다는 점. 이기거나 지거나 어쨌든 책임은 자신이 확실히 지고 있다는 점을 알 수 있다. 퀄리티스타트 9회로 더스틴 니퍼트(11회)에 이어 팀 내 2위이자 전체 6위다.
2007년 장충고를 졸업하고 1차 우선 지명 입단한 이용찬은 2009년 26세이브로 존 애킨스(전 롯데)와 함께 공동 구원왕 타이틀에 신인왕 타이틀까지 석권하며 화려하게 데뷔했다. 2010시즌에도 25세이브를 올리며 마무리로 뛰던 이용찬은 이제 선발로서 제2의 야구인생을 제대로 그려내는 중이다.
한 명이 ‘선발 육성 플랜’에 맞춘 활약이라면 한 명은 예상치 못했던 선발로서의 두각이다. 김진욱 감독은 노경은에 대해 “저렇게 잘 해줄 줄은 몰랐다”라며 기뻐하고 있다. 사실 김 감독은 “2~3년 후 우리 팀 마무리가 될 선수”라며 노경은을 지목했으나 오히려 노경은은 선발 체질임을 확실히 보여주는 중이다.
이용찬의 경우는 김 감독이 ‘서울팀의 에이스로 오랫동안 뛸 선수’로 지목한 케이스. 그러나 이용찬은 아직 마무리 보직에 대한 미련이 남아있다고 이야기한 바 있다. 코칭스태프에 대한 어린 선수의 반항심이 아니라 자신이 이름을 알리게 된 계기를 만든 보직에서 다시 한 번 믿음직한 모습을 보여주고 싶다는 진지한 야구 욕심이다.
신무기 스플리터를 장착하면서 선발로서 제 위력을 보이고 있다는 점은 이들의 공통점. 노경은은 정명원 투수코치로부터 사사한 스플리터로 투심 패스트볼과 함께 4옵션으로 적극 활용 중이다. 이용찬도 선배 김선우로 배운 스플리터 외에 약간 더 느린 포크볼까지 추가하며 승승장구 중이다. 포크볼과도 혼동이 있으나 엄지와 검지를 벌린 그립에서 팔꿈치 부하를 최대한 막고 직구 때의 팔스윙을 가져가는 것은 패스트볼 변종 구종인 ‘스플릿 핑거 패스트볼’. 이론 상으로는 직구에서 분화된 스플리터다.
여심을 자극할 만한 외모를 갖췄다는 점은 ‘은찬 듀오’의 가산점. 최근 들어 노경은은 배우 김강우를 닮았다는 이야기를 심심치 않게 듣고 있다. 선수 본인은 “가수 이정 이야기 많이 듣는데요”라며 손사래를 치지만 ‘야구 성형’의 효과가 꽤 쏠쏠하다. 이용찬도 185cm의 신장에 얼굴이 작은 편이라 비율이 좋은 투수다.
당장만이 아니라 앞으로도 수년 이상 활약할 만한 팀의 현재이자 미래가 되기 충분한 ‘은찬 듀오’. “당장 성적만이 아니라 오랫동안 끄떡없는 팀을 만들고 싶다”라는 김 감독의 염두에는 투수진 ‘은찬 듀오’의 향후 활약 여부도 계산되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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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경은-이용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