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챔피언의 저주'가 드디어 깨졌다. 디펜딩 챔피언 스페인이 이탈리아를 꺾고 앙리 들로네를 품에 안았다.
'무적함대' 스페인이 2일(한국시간) 새벽 우크라이나 키예프의 올림픽 스타디움서 열린 유로2012 결승전에서 전후반 각각 2골을 터뜨리며 이탈리아를 4-0으로 제압하고 우승을 차지했다.
이날 승리로 스페인은 유로2008과 2010 남아공월드컵에 이어 유럽 국가로는 사상 처음 메이저 대회 3연속 우승을 달성했다. 세계적으로는 아르헨티나가 코파 아메리카서 1945, 1946, 1947년 3연패한 것이 그동안 유일한 기록이었다.

선제골은 스페인이 터뜨렸다. 전반 14분 골대 오른쪽으로 돌진하던 세스크 파브레가스가 수비를 따돌리고 넘어지면서 골문 앞의 다비드 실바에게 공을 연결했다. 파브레가스의 크로스를 놓치지 않고 머리로 받은 실바가 그대로 골망을 흔들며 선제골을 만들어낸 것. 파브레가스의 크로스부터 실바의 헤딩까지 이탈리아가 막아낼 수 있는 순간이 없었다.
이탈리아는 선제골을 허용한 후 거세게 스페인의 문전을 위협했다. 프리킥 찬스부터 시작해 날카롭게 스페인의 문전을 노리며 세트피스 상황을 연달아 만들어냈다. 그러나 번번이 상대 골키퍼 이케르 카시야스의 선방에 막히며 골을 만들어내지 못했다.
전반 중반 이탈리아에 변수가 발생했다. 몸상태가 좋지 않던 수비수 조르조 키엘리니가 전반 20분 절뚝이며 피치를 벗어났고 페데리코 발자레티가 급하게 교체 투입된 것. 발자레티의 투입 이후 플랫3 전술로 전환한 이탈리아는 다니엘레 데 로시를 내리고 중원에서 공격을 만들어 나가며 '닥공'을 선보였다.
데 로시를 내린 효과는 확실히 있었다. 그러나 스페인은 마리오 발로텔리와 안토니오 카사노를 집중적으로 마크하며 철저하게 막아냈다. 안드레아 피를로에서 이어지는 이탈리아의 공격을 꽁꽁 묶은 스페인은 역습 찬스를 놓치지 않고 오히려 전반 41분 추가골까지 만들어냈다.
이탈리아가 중원 근처에서 사비 에르난데스의 움직임을 놓친 것이 두 번째 실점을 만들어냈다. 자유롭게 공을 몰고 들어간 사비는 아크 정면으로 쇄도하던 호르디 알바에게 한 번에 공을 찔러줬다. 부폰이 달려나와봤지만 알바가 왼발로 가볍게 밀어넣으며 스페인이 2-0을 만들었다.
추격의 불씨를 당기는 만회골 없이 후반을 맞이하게 된 이탈리아는 카사노를 빼고 안토니오 디 나탈레를 투입했다. 이번 대회 스페인을 상대로 유일하게 골을 기록했던 디 나탈레는 투입 이후 스페인 페널티 박스까지 침투해서 슈팅을 날려봤지만 카시야스가 굳건히 지킨 문을 뚫지 못했다.
이탈리아는 후반 11분 리카르도 몬톨리보를 빼고 티아고 모타를 넣었다. 그러나 교체 투입된 모타가 불과 5분 만에 햄스트링 부상으로 들것에 실려나오며 이탈리아는 10대11의 수적 열세 상황을 맞이하게 됐다. 이탈리아는 이미 3장의 교체카드를 사용한 상황이었다.
반면 14분 실바를 빼고 페드로 로드리게스를 투입하며 여유롭게 선수 교체에 들어간 스페인은 파브레가스를 빼고 페르난도 토레스를 넣어 후반 39분 쐐기골을 만들어냈다. 왼쪽에서 정확하게 토레스를 보고 넣어준 사비의 패스가 돋보이는 골이었다.
점수차가 벌어지자 이탈리아는 후반 급격히 무너지는 모습을 보였다. 안드레스 이니에스타 대신 들어간 후안 마타마저 교체 후 바로 골을 터뜨리며 4-0을 만들었다. 오프사이드 상황에 있었던 토레스가 마타에게 패스를 이어주며 마타의 대회 첫 골을 만들어줬다.
안정적으로 여유롭게 경기를 펼친 스페인과 달리 이탈리아는 체력적·수적 열세를 극복하지 못했다. 키엘리니의 조기 이탈을 시작으로 중원 싸움에서 스페인에 묶여 제대로 된 공격을 하지 못한 것이 치명적이었다. 결국 이탈리아는 앙리 들로네를 눈 앞에서 떠나보내고 말았다.
costball@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