뮤지컬 ‘시카고’는 요즘 말로 표현하자면 한 마디로 ‘핫’하다. 비단, 검은 속옷과 망사 스타킹, 시스루 의상의 여배우들과 타이트한 바지에 식스팩 복근을 드러낸 남자배우들이 나오기 때문만은 아니다. 뮤지컬 ‘시카고’는 1920년대 시카고를 배경하고 있지만 현대 우리모습을 통렬하게 풍자하고 있다. 화려한 조명과 감미로운 재즈 선율이 주를 이루지만 공연은 유쾌한 시사를 선보인다.
공연은 첫 시작부터 강렬하다. 튜바, 트럼펫 등 다양한 악기로 이루어진 14인조 밴드가 무대 중앙에서 박칼린 음악감독의 지휘아래 라이브 음악을 연주하고, ‘벨라 켈리’(인순이 분)가 나와 작품의 메인 테마 ‘All That Jazz’를 농염한 안무와 함께 노래한다. 보드빌 무대 콘셉트에 맞춰 모든 배우들은 시각적으로 자극적이고 상징적인 의상으로 나와 익숙하게 춤춘다.
공연은 돈만 있으면 뭐든지 가능하던 1920년대 미국 시카고를 배경으로, 남편과 여동생의 불륜 현장을 목격하고 살인해 쿡 카운티 교도소에 수감된 보드빌 배우 ‘벨마 켈리’와 자신의 정부를 살해해 수감된 코러스 걸 ‘록시 하트’(윤공주 분)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여기에 재판을 하나의 쇼 비즈니스라고 말하는 ‘빌리 플린’(성기윤 분)이 사건을 왜곡시키는 능수능란함을 보여주며 극의 재미와 긴장감을 더한다.

이 과정에서 자신의 명성을 되찾으려 애쓰는 보드빌 배우와 살인을 저지르고서도 스타가 되길 꿈꾸는 코러스 걸, 돈만 받으면 그들을 위해 어떤 식의 변호도 마다 않는 변호사와 진실보다는 자극적이고 통속적인 가십거리를 중시하는 기자들의 모습을, 공연은 오늘날의 그것과 오버랩 시키며 과감하게 묘사하고 비판하고 있다.

뮤지컬 ‘시카고’의 무대가 관객들에게 다소 생소하게 와 닿는 이유는 다른 대극장 공연과는 달리, ‘벨마’라는 인물이 사회자 역할을 하듯 관객에게 질문을 건네거나, 상황을 설명하는 서사극 형식을 취하기 때문일 터. 소극장 무대에서는 배우가 관객에게 농을 건네고 호응을 이끌어내는 것이 일반적이지만 대극장 무대에서는 흔치 않은 경우다. 또한 무대 정중앙에 위치한 밴드와 그를 지휘하는 박칼린 음악감독이 중간중간 극에 참여하는 장면은 관객에게 색다른 웃음을 선사한다.
특히 2000년 ‘시카고’ 한국 초연의 ‘벨마’ 역으로 뮤지컬 데뷔해 ‘시카고’와의 더욱 남다른 인연을 지닌 국민가수 인순이는 50대라는 나이가 무색하리만치 섹시하고 강렬한 모든 안무를 흐트러짐 없이 소화해내 관객들의 감탄을 자아낸다. 인순이 특유의 허스키한 목소리는 재즈 선율과 잘 어우러진다. 또한 그간 코미디부터 멜로까지 뮤지컬 무대에서 다양한 연기를 펼쳐온 ‘록시 하트’ 역의 윤공주는 다른 배우들의 연습벌레라는 평판답게 어딘가 백치미가 어우러진, 섹시하고 완벽한 록시를 펼쳐 관객의 눈길을 사로잡는다.

감미로운 재즈 선율은 공연장을 나온 후에도 귓가에 멤돌며 공연의 여운을 남긴다. 화려한 안무와 볼거리, 능청스럽고 유쾌한 웃음을 기대하는 이들에게 ‘시카고’는 올 여름을 시원하게 날려줄 큰 매력으로 다가올 것이다. 뮤지컬 ‘시카고’는 10월 7일까지 디큐브아트센터에서 관객과 만난다.
silver11@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