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팀에는 득점할 선수가 이동국 말고도 충분히 많다".
이흥실 감독대행이 지휘하는 전북 현대는 지난 1일 전주 월드컵경기장서 열린 K리그 19라운드 상주 상무와 홈경기서 2-0으로 승리를 거뒀다. 전북은 13승 3무 3패 승점 42점으로 FC 서울을 승점 1점 차로 제치고 리그 1위를 유지했다.
전북은 팀 정규리그 최다 연승 기록을 8로 경신함과 동시에 팀 통산 최다 연승(리그+리그컵)과 타이를 이뤘다. 전북은 오는 11일 서울과 홈경기에서 K리그 역대 최다 연승인 9연승 타이에 도전한다.

시즌 초반 아시아챔피언스리그 조별리그에서 잇달아 5실점을 했던 팀과 같은 팀이다. 선수들과 코칭 스태프 모두가 변한 게 없다. 하지만 경기력은 완벽히 변했다. 부상 선수들이 복귀하면서 제 위용을 찾은 것. 전북은 팀이 내세우는 '닥공(닥치고 공격)'을 제대로 실천, K리그 19경기서 45골을 넣으며 리그 1위를 질주하고 있다.
전북의 닥공에는 흔히 이동국이 있다고 말한다. 맞다. 이동국은 전북 닥공의 핵심이다. 어떻게 공을 받더라도 위력적인 슈팅으로 상대의 골망을 가른다. 이동국은 이번 시즌에도 12골을 넣으며 K리그 득점 선두에 올라 있다.
하지만 이동국만 막으면 전북에 승리할 수 없다. 과장을 덧붙이면 필패한다. 전북은 19경기서 45골을 넣었다. 이동국의 12골은 약 27%에 불과하다. 이동국만 막을 경우에는 나머니 33골을 넣은 선수들이 골대를 흔든다.
그 대표주자가 에닝요와 드로겟이다.
에닝요의 명성은 이미 K리그에 자자하다. 에닝요는 서울의 데얀과 더불어 K리그 최고의 외국인 선수다. K리그 통산 최다 프리킥 득점은 물론 K리그 최소 경기 50득점-50도움 기록도 갖고 있다. 이번 시즌에는 9골 6도움으로 자신의 진가를 제대로 보여주고 있다.
드로겟도 만만치 않다. 이번 시즌 새롭게 전북에 합류한 드로겟은 이흥실 감독대행이 '왼발의 에닝요'라 칭하며 야심차게 영입한 선수다. 드로겟 만큼은 무조건 데려와야 한다고 시즌 전 주장한 것. 드로겟은 시즌 초반 기대에 못 미치는 모습을 보였지만 이내 K리그에 적응, 8골 7도움을 기록하며 기대에 보답하고 있다.
에닝요와 드로겟은 상대 수비가 이동국에 집중하는 사이 2선에서 공간으로 침투, 상대의 골망을 흔든다. 전북으로서는 최전방의 이동국, 좌우 측면의 에닝요와 드로겟이라는 다양한 공격 옵션을 보유한 셈이다.
이 대행은 "경기를 하면 할 수록 선수들끼리 서로 잘 맞는다. 그리고 득점할 선수가 이동국 말고도 충분히 많다. 에닝요와 드로겟도 슈팅력을 갖고 있어 얼마든지 골을 넣을 수 있다"고 최근 상승세를 분석했다.
이어 "동국이에게 도움을 많이 하라고 주문하고 있다. 이미 동국이는 K리그에서 골 기록에서 최고다. 도움 기록을 세우면 좋다. 그리고 동국이가 도움을 하면 할 수록 상대 수비들은 다른 선수들에게 몰리게 된다. 그 틈을 타서 골을 넣으면 된다. 그렇게 되면 동국이도 좋고, 다른 선수들도 좋은 거다"고 덧붙이며 전북의 득점력이 더욱 증가할 수 있다고 말했다.
전북의 닥공은 이제 K리그 15개 구단들의 견제 대상이다. 하위팀의 경우 전북전에서 굳이 승리를 따내려고 하지 않는다. 비겨서 승점 1점이면 충분하다는 것. 그만큼 수비가 두터워진다. 전북으로서는 대안을 마련해야 한다.
하지만 획기적인 대안이 나올 수가 없다. 결국 최선의 방책은 이 대행의 말처럼 선수들이 서로 돕는 것이다. 이 대행은 "팀보다 위대한 선수는 절대 없다"며 서로 돕는다면 전북이 더욱 높은 곳으로 나아갈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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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닝요-드로겟 / 전주=백승철 기자 baik@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