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라이온즈 외국인 에이스 미치 탈보트(29)는 요즘 하루하루가 즐겁다. 아내 줄리 탈보트의 출산 예정일(7월 22일)이 가까워질수록 그의 마음은 더욱 설렌다. 아직 태어나지 않았지만 이름도 벌써 정했다. 사연은 이렇다.
탈보트는 클리블랜드 인디언스에서 뛰었던 지난해 2월 스프링 캠프 때 묘한 꿈을 꿨다고 한다. "꿈속에서 아내가 임신했고 예쁜 딸을 낳았는데 이름이 케이시였다. 며칠 뒤 아내에게 이야기했었는데 몇 달 뒤 꿈이 현실이 됐다. 아내가 임신을 했고 이곳에 와서 딸이라는 걸 확인했다. 그래서 케이시라고 이름을 지었다".
탈보트는 이 모든 게 운명이라고 여겼다. "난 아들을 원했고 아내는 딸이었으면 했었다. 아들이 아니면 안 된다는 건 아니었지만 이왕이면 아들이길 바랐던 게 솔직한 마음이다. 지금은 아들보다 딸이 더 좋다. 정말 행복하다".

그는 아내를 똑 닮은 딸이라면 더욱 좋을 것 같다고 했다. "케이시가 아내를 닮았으면 좋겠다. 나를 닮으면 곤란해질 수 있다".
줄리는 지난달 4일 미국 유타행 비행기에 몸을 실었다. 대구의 한 병원에서 출산할 예정이었던 줄리는 남편이 야구하는데 지장을 주면 안 된다는 생각에 떠나기로 마음먹었다. 탈보트는 아내의 뒷모습을 지켜보며 눈물을 삼켰다는 후문.
탈보트의 마음속엔 아내와 딸에 대한 그리움이 가득했다. 부모의 손을 잡고 야구장을 찾은 아이들을 보면 그리움은 더욱 커진다. 탈보트의 가족들은 9월 대구를 찾을 예정. 그는 하루빨리 그날이 오길 학수고대하고 있다.
"딸과 만나게 된다니 긴장되기도 하고 흥분되기도 한다. 정말 말로 표현하는 게 힘들다. 아내와 아이가 지켜보는 가운데 마운드 위에서 온 힘을 다하는 모습을 보여주는 게 나의 꿈이다".
메이저리그 10승 투수 출신 탈보트는 삼성 선발진의 한 축을 맡으며 8승 1패(평균자책점 3.49)로 순항 중이다. '딸 바보' 대열에 합류하게 된다면 그의 상승세는 더욱 가팔라질 것 같다. 아버지의 이름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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