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무 안 됐고, 안쓰럽다. 하지만 더 강해져야 한다".
한화 '괴물 에이스' 류현진(25)은 어느새 불운을 상징하는 아이콘이 되어버렸다. 올해 류현진은 13경기에서 평균자책점 3.07(7위)에 108탈삼진(1위)을 기록 중이다. 퀄리티 스타트가 9경기이며 그 중 8경기를 7이닝 이상 2자책 이하로 막았다. 그러나 류현진의 승수는 고작 2승. 오히려 4패를 안았다. 이러다 자칫 10승도 장담할 수 없는 상황이 된 것이다. 류현진 불운을 바라보는 시각에는 대부분 "안 됐다, 안쓰럽다"는 측은함이 가득하다.
▲ 반복된 불운에 경직된 야수들

A 해설위원은 류현진의 불운에 대해 "야수들이 류현진이 나오는 날 부진하다. 징크스 아닌 징크스가 되어버렸는데 그런 경기가 반복되다 보니 야수들에 부담이 생겨 보인다"며 "올해 류현진의 시즌 초반은 아주 희망적이었다. 그러나 지금은 본인이 갖고 있는 희망이 없어진 것 같다"며 "이런 상황에서는 옆에서 '힘내라, 괜찮다'라고 말하는 것도 한두 번이지 경기 때마다 그럴 수 없는 노릇이다"고 안타까워했다.
B 해설위원도 "류현진이 나오는 날 상대팀은 더욱 집중하게 돼 있다. 상대팀에서도 쉽지 않은 경기라고 생각하는 만큼 집중하게 되는데 한화 선수들도 마찬가지"라며 "그러나 너도 나도 모르게 류현진의 승리를 만들어줘야 한다는 생각에 긴장하는 모습이 역력하다. 실수를 한 뒤 표정에서 드러난다. 스스로들 그런 생각을 하니 경직될 수밖에 없다. 한화 선수들의 심성이 너무 착한 것도 한 이유"라고 지적했다.
이어 그는 "좌완 류현진이 나오면 상대는 우타자를 많이 기용한다. 3루수와 유격수 쪽으로 타구가 많이 향할 수밖에 없는데 그 부분이 취약하다"며 "류현진의 투구를 보면 삼진을 많이 잡고 스스로 해결하려고 힘이 많이 들어가 있다"고 했다. 실제로 류현진의 9이닝당 탈삼진은 11.4개로 데뷔 후 최다. 류현진은 "삼진을 꼭 잡아야 하는 생각으로 던지는 건 아니다"고 말하지만 어느 때보다 스스로 해결하려는 모습이 많아졌다는 시각이다.

▲ 류현진이라면 더 강해져야 한다
C 해설위원은 조금 다른 의견을 내놓았다. 그는 "류현진이 나와서 0점으로 막고 못 이긴 날도 있었다. 전체적인 류현진의 성적은 분명 좋다"고 전제한 뒤 "올해 류현진이 정상적인 모습은 아니라고 본다. 류현진이라면 타자들이 도와주지 못했다는 생각보다는 스스로 타자들을 돕고 팀을 살려야 한다. 한화의 에이스가 아니라 대한민국의 에이스이기 때문이다. 팀이 1점 내면 1점도 주지 않고, 팀이 2점을 내면 1점만 주는 게 바로 류현진다운 모습이 아니겠나"고 강조했다.
이어 "류현진을 놓고 불운이라고 많이 말한다. 하지만 다른 투수도 아니고, 류현진이라면 이 상황을 뒤바꿔야 한다. 타자들이 1점을 냈을 때 1-0으로 이길 수 있는 강력한 류현진이 필요하다. 전체적인 파워가 한창 좋을 때보다 약해졌다. 1점차로 승리투수가 되지 못하는 모습이 아쉽다"며 "류현진이 삼성에 있었다면 20승을 했을 것이라 말하지만 그건 류현진이 진짜 삼성에 있을 때 말이다. 류현진은 지금 한화 소속이고, 한화에서 이길 수 있는 야구를 해야 한다. 조금 더 집중하고 신경 쓰는 게 절대 쉬운 건 아니지만, 어떻게든 이기는 투수가 되어야 하는 게 류현진의 과제"라고 지적했다.
올해 류현진은 팀 타선의 지원을 제대로 받지 못했다. 무득점 3경기, 1득점 4경기, 2득점 2경기로 13경기 중 10경기가 2득점 이하였다. 1점은 최소실점이었고, 2점은 패배 또는 노디시즌을 의미했다. 올해 류현진은 무실점과 1실점 경기가 각각 2번씩 있었다. 하지만 2010년에는 무실점 4경기, 1실점 9경기였다. 또 올해 13경기 중 선취점을 내준 게 6경기이며 팀이 득점을 올린 바로 다음 이닝에 실점한 게 4차례, 리드를 못 지키고 동점·역전을 허용한 것도 4차례였다. "류현진이라면 더 강력한 모습으로 상대에 작은 틈도 주지 않아야 한다"는 이야기다. 류현진이 나온 13경기에서 한화의 성적이 4승9패 승률 3할8리라는 건 단순히 불운으로 돌리기에는 너무 비현실적이라는 뜻이기도 하다.
전문가들 모두 "류현진이 처해있는 상황이 너무 안타깝다. 힘들겠지만 결국 스스로 이겨내는 수밖에 없다"고 입을 모았다. 대한민국의 에이스가 더욱 강해질 수 있는 성장 과정이 되길 바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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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용호 기자 spjj@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