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나라의 그레이 존]LG 트윈스, ‘저주’의 실체는
OSEN 홍윤표 기자
발행 2012.07.03 10: 00

우리는 예측하기 어려운 변수가 많은 세상에서 살아간다. 이것은 우리에게 긴장감을 불러일으키고, 우리를 불안하게 만들기도 하고, 또 그런 걱정하는 일들이 벌어지지 않기 위해 우리를 준비시키게도 만든다. 그러나 이런 현실적인 불안이 아니라 인간은 어떤 일이 꼭 벌어질 것만 같은 느낌, 입 밖으로 꺼냈다간 정말 현실이 될지도 모른다는 두려움 등과 같은 현실적이지 않은 불안감을 경험할 때가 있다.
2002년 이후로는 4강에 들었던 적이 없는 LG 트윈스가 올 해는 어떤 성적을 낼 수 있을지에 대해 많은 팬들은 기대감과 불안감을 동시에 가지며 경기를 지켜보고 있다. 8개 구단의 순위가 근소한 승률 차이를 보이며 현재 혼조세를 띠고 있지만 결국 내려갈 팀은 내려갈 거라는 의미를 가지는 신조어 ‘DTD(Down Team is Down)’의 대상으로 LG트윈스가 거론되고 있다.
그토록 오랫동안 LG가 4강에 들지 못하는 이유를 이해하기 어려워하는 사람들이 많다. 그래서 사람들은 ‘야신의 저주’, ‘야생마의 저주’, ‘드래프트의 저주’ 등 각종 ‘저주 이론’들을 만들며 이성적으로 이해하기 힘든 사건을 설명해보기도 한다. 정말 LG가 4강에 가지 못하는 것은 트윈스의 10번째 야수 ‘저주’의 보이지 않는 손의 힘 때문일까?

그러나 서둘러 ‘저주’로 귀인하기에는 설명이 가능한 이유들이 아직 남아있다. LG 트윈스는 비현실적인 힘에 의해 좋은 성적을 내지 못하고 있는 것만은 아니다. 최근 연패를 거듭한 이후 김기태 감독은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지금 LG가 상대하는 적은 ‘두려움’이라고 말했다. 상승 곡선 이후의 하강세를 몇 년째 반복적으로 경험하는 것은 불길한 기시감(데자뷰 현상)을 느끼게 하고, 심리적인 불안감을 만들어낼 수 있다.
잘나가는 팀도 연패의 경험이 있다. 하지만 누구나 경험하는 슬럼프의 시기를 LG가 보내고 있으면 유독 불안해 보인다. 소위 강팀이라고 불리는 팀이 순위에서 내려가면 그 팀에 고질적인 문제가 있다는 식의 이야기보다는, 그때 상황적으로 발생한 문제들을 어떻게 해결할지에 초점을 맞춘다. 하지만 LG는 연패를 당하거나  순위에서 처지게 되면, 좀 더 근본적인 문제를 찾아보려고 한다.
상위팀에는 ‘상황귀인’을 하고, 늘 하위를 맴돌 던 팀에는 ‘특질귀인’을 하고 있다. ‘특질귀인’이란 쉽게 말해 그 대상의 잘 변하지 않는 어떤 속성자체에 원인이 있다고 말하는 것이다. 정말 LG 트윈스의 문제는 다른 팀과는 다르게 고질적인 것일까? 귀인오류는 아닐까?
낙관적이기 어려운 상황일수록 우리에게 발생한 나쁜 일을 ‘특질귀인’하는 것은 상황해결에 별로 도움을 주지 않는다. 오히려 상황을 비관하게 만들고 무기력하게 만들어버린다. 실패의 경험을, 실체도 모호하고 그래서 바꾸기도 어려운 특질에 귀인 하는 것보다 실패를 상황적으로 또는 그 실패에 한정해서 특수하게 이해하는 것이 더 바람직하다.
LG의 2012년 시즌을 그 전 년도들의 기록과 묶어 바라보지 말자. 올 해 LG선수들이 치르는 경기를 한 경기 한 경기 특수하게 바라보는 것이 필요하다. 매해 모든 팀은 새로운 시도를 하고 있다. LG도 다르지 않다. LG를, 그간의 기록을 보면서 안타까워 한다는 것은 거꾸로 말하면 그들이 분명 더 나은 모습을 보여줄 수 있다는 자질이 있다는 것을 알기 때문이다. 자질도 없는 대상이라면 불안해할 필요도, 비난이라는 에너지를 소모할 이유가 없지 않는가.
있지도 않은 실체, ‘저주’에 이유를 귀인 하는 것보다 더 현실적인 방법이 있다. 좋은 것은 특질에 귀인(예를 들어 선수 자질, 팀의 육성 능력과 같은 능력에 귀인하기)하고, 나쁜 것은 상황에 귀인(예컨대 부상, 컨디션, 그날의 작전과 같이 일시적이고 상황적인 이유에 원인을 돌리기)하는 습관을 가지는 것은 앞으로의 상황을 좀 더 낙관적으로 보게 만들고 다음 상황에서 여유를 찾을 수 있게 도와준다. 반대로 잘 할 때는 ‘운이 좋았다’는 등 상황에 귀인하고 못할 때는 ‘그럴 줄 알았다’는 등 특질에 귀인 하는 태도는 대상이 원래 가진 강점을 약화시키고 약점을 두드러지게 만들 뿐이다.
상황이 좋을 때 낙관하는 것은 훨씬 쉽다. LG가 성적을 내지 못할수록 이런 노력이 더 필요하다. 지금은 그것을 학습하기에 아주 좋은 시기이다.
김나라 고려대 학생상담센터 상담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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