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성적 부진과 관련해 성남 서포터스들이 공식적인 면담 자리를 요구한 가운데 성남 일화의 신태용 감독과 서포터스가 3일 오후 탄천종합운동장 미디어센터에서 만남을 가졌다.
사실 이번 간담회를 앞두고 우려도 있었던 게 사실이다. 다른 이유도 아닌, 성적 부진을 이유로 긴급히 마련된 자리일뿐더러 지난해 허정무 전 인천 유나이티드 감독과 서포터스 사이에 한 차례 볼썽사나운 장면이 연출되었던지라 혹시나 소모적인 논쟁이나 고성이 오고가진 않을까 걱정이었다.
그러나 이는 기우에 불과했다. 약 1시간 가량 진행된 이번 간담회에선 신태용 감독과 성남의 서포터스 모두 ‘성남’이라는 공통 주제를 가지고 궁금함을 풀고 서로 허심탄회하게 이야기를 나눴다. 특히 성남 서포터스들은 평일 오후 낮 시간임에도 불구하고 약 40여명의 팬들이 직접 참석해 높은 관심을 드러냈다.

성남 구단과 신태용 감독 입장에서 이번 자리를 마련하는 것에 대해 내부적으로 고민이 없었던 것은 아니었지만, 간담회는 시종일관 진지한 분위기 속에 진행됐고 서포터스 역시 선수 기용과 전술 등 감독 고유의 영역에 대해서는 질의를 하지 않는 등 자신이 응원하는 팀의 감독에 대한 최소한의 예의를 갖춘 채 간담회에 임했다.
짧게는 몇 년, 길게는 10년 이상 팀을 지켜본 팬들답게 자리에 모인 사람들은 각자가 그간 성남에 대해 가지고 있던 궁금증들을 털어놨고 신태용 감독 역시 자신의 생각을 가감없이 밝혔다.
특히 신 감독은 지난 대전과 홈경기에서 0-3으로 패한 것을 비롯해 최근 이어진 팀의 부진한 성적에 대해 “홈에서 0-3으로 진다는 건 있을 수 없는 일임을 잘 안다. 그래서 이틀 동안 잠을 못 잤다. 팬들이 분통터지고 신태용 물러가라고 생각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런 것보다 내 자신이 그런 결과에 대해 더 미안해 잠을 못 잤다”며 당시의 힘들었던 심정을 드러냈다.
또한 신 감독은 지금의 어려운 팀 상황을 설명하며 질책보다는 응원이 필요한 시점이라며 서포터스에 직접적으로 말하기도 했다. 신태용 감독은 “선수단 전체가 대부분 나이 어린 선수들로 꾸려져 있다. 지금 현 상황에선 구심점 역할을 해줄 수 있는 선수가 사실 없다는 게 고민이다. 기혼자라도 많으면 그래도 낫지만 결혼한 선수는 남궁웅과 황재원 2명 뿐이다. 그게 무슨 차이가 있냐고 할 수 있겠지만 팀의 중심을 잡는데 상당히 중요하다. 어린 선수들이기에 지금은 질책보다는 응원을 더 보내주셨으면 한다. 7월부터는 힘을 내도록 하겠다. 또한 팀과 선수들에게 팬들의 성원만큼 중요한 게 없다. 서포터스 여러분 역시 서로 흩어져서 응원하지 말고 한 자리에 함께 모여 응원해줬으면 한다”며 솔직한 생각도 함께 밝혔다.
처음 간담회를 시작할 때는 질의자와 응답자로 나뉘어 시작됐지만 마지막엔 다 함께 모여 ‘성남 파이팅’을 외친, 신태용 감독과 서포터스 모두 힘을 얻을 수 있었던 의미있는 ‘1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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