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정수형네 팀한테 고맙죠. 발탁될 줄 정말 몰랐어요. 그 동안 주목받지 못했는데 이번 기회를 계기로 축구인생을 전환하는 계기가 됐으면 좋겠습니다".
'이정수 대신'이라는 말이 거슬릴 법도 했다. 하지만 런던행 와일드카드의 마지막 한 장을 거머쥔 김창수(27, 부산)는 씩 웃으며 "(이)정수형네 팀한테 고맙다"고 농담을 던졌다.
홍명보 올림픽 대표팀 감독은 지난달 29일 런던 올림픽에 참가할 18인의 태극전사를 발표했다. 2일 첫 소집을 가진 홍명보호 영광의 주인공들은 3일 오후 파주 국가대표 트레이닝 센터(NFC)에 다시 모여 빗속에서 훈련을 가졌다.

이날 날씨는 궂었다. 대한축구협회의 한 관계자는 농담처럼 "영국 현지 기후에 적응하기 쉽겠다"고 말했다. 비가 내리는 파주의 날씨는 과연 영국만큼이나 변덕스러웠다. 이런 날씨 속에서도 일본에 체류 중인 박주영(아스날)과 K리그 경기에서 왼쪽 발목을 다쳐 재활 훈련 중인 김현성(서울)을 제외한 16인의 태극전사가 모여 치열한 담금질에 들어갔다.
훈련 전 공식인터뷰를 통해 취재진과 만난 김창수는 "와일드카드라는 부담감이 있는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감독님과 코칭스태프가 모두 부담감 없이 열심히 즐기라고 말해주셔서 잘 극복해야할 것 같다"고 말문을 열었다.
평소 말수가 별로 없고 과묵한 성격으로 알려진 김창수는 홍명보호에 적응하는데 있어 후배들의 도움이 크다고 전했다. 후배들이 잘 대해주고 먼저 말도 붙여주기 때문에 어렵지 않게 적응하고 있다는 것.
와일드카드 발탁의 과정에서 이정수의 소속팀인 알 사드가 흔쾌히 차출을 허락했다면 이 자리에 있을 수 없었을텐데 어떻게 생각하냐는 질문을 받은 김창수는 멋쩍게 씩 웃으며 "정수형네 팀한테 고맙게 생각한다"고 농담을 던졌다.
이내 "발탁이 될 줄 정말 몰랐다. 그 동안 주목받지 못했는데 이번 기회를 계기로 축구인생을 전환하는 계기가 됐으면 좋겠다"고 각오를 다졌다.
김창수에게 이번 올림픽이 특별한 이유는 와일드카드 막차에 탑승했기 때문만은 아니다. 지난 2008 베이징올림픽 당시 재능과 성실성을 인정받아 올림픽팀에 합류했지만 정작 본선에서 신광훈(포항)에 밀려 벤치 신세였던 기억이 있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김창수는 "힘들었던 기억이지만 지금은 다 잊었다"고 고개를 내저었다. 과거는 잊고 가겠다는 뜻이다. 하지만 "이번 올림픽에서 베이징올림픽의 한을 풀고 싶다"며 '와신상담'의 의지를 드러냈다. 당시 올림픽팀 코치로 김창수의 재능을 인정했던 홍명보 감독과 함께 이번에야말로 런던에서 자신의 능력을 모두 보여주겠다는 것.
홍명보호 첫 소집과 훈련을 마친 감상에 대해 "팀보다 위대한 선수는 없다"고 답한 김창수. 홍명보호의 '팀을 위한 희생정신'에 녹아든 김창수의 올림픽 재도전기가 어떻게 쓰여질지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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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주=박준형 기자 soul1014@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