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이터가 있으니까 컨디션이 좋은지 나쁜지 쉽게 알 수 있죠".
홍명보(43) 감독이 데이터를 기반으로 한 자체적인 '매뉴얼 축구'로 선수들 관리에 나섰다. 그 동안 보편적으로 애용해왔던 체력훈련 대신 선수들의 몸 상태 파악에 중점을 두는데서 시작하겠다는 뜻을 굳건히 밝혔다.
홍명보 올림픽 대표팀 감독은 지난달 29일 런던 올림픽에 참가할 18인의 태극전사를 발표했다. 2일 첫 소집을 가진 홍명보호 영광의 주인공들은 3일 오후 파주 국가대표 트레이닝 센터(NFC)에 다시 모여 빗속에서 훈련을 가졌다.

일본에 체류 중인 박주영(아스날)과 K리그 경기에서 왼쪽 발목을 다쳐 재활 훈련 중인 김현성(서울)을 제외한 16인의 태극전사가 모여 오후 4시 30분부터 예정된 훈련시간 2시간을 꼬박 채워 훈련에 매진했다.
선수들은 이날 훈련에서 가볍게 몸을 풀고 러닝과 패스게임 및 전술훈련 등을 소화한 후 코칭스태프가 지시한 선수들만 별도로 1대1 슈팅 연습에 들어갔다. 훈련 인원을 맞추기 위해 2일 첫 훈련부터 특별히 투입된 아주대 축구부 학생들 5명과 함께 한 훈련에서 한국영(쇼난)과 남태희(레퀴야) 지동원(선덜랜드)가 키커로 나섰고 김영권(오미야) 장현수(FC 도쿄) 윤석영(전남) 황석호(히로시마) 등이 이들의 돌파를 막아낼 수비수로 나서 공수 양면에서 1대1 상황에 대한 시뮬레이션을 펼쳤다.
홍 감독은 이날 훈련이 모두 끝난 후 취재진과 만난 자리에서 "회복훈련을 하는 선수들에게 정상훈련을 하는 선수를 맞춰줄 수는 없다"며 "시즌 중에 있는 선수들은 회복에 중심을 두고 시즌이 끝난 선수들은 컨디션을 끌어올리는데 중점을 둘 것"이라고 설명했다.
올림픽팀을 이끄는 홍 감독은 자체 매뉴얼대로 철저하게 훈련을 진행하기로 유명하다. 한 번 슬쩍 훔쳐보기도 쉽지 않은 것으로 유명한 홍 감독의 매뉴얼은 홍명보호의 능률을 높여주는 원동력 중 하나다.
우선 이케다 세이고 피지컬 코치가 선수들의 몸상태를 살피고 훈련량을 정해준다. 선수 각각의 정해진 후련랴에 따라 세부적인 훈련 프로그램은 코치진이 만들어간다. 그 동안 축적해놓은 데이터와 다양한 테스트 결과가 쌓여 선수들의 몸상태와 컨디션을 정확히 파악할 수 있다.

홍 감독은 "해외파 선수들의 경우 오전에 유산소, 피검사를 했는데 결과가 괜찮게 나왔기 때문에 훈련량을 늘려도 될 것이라고 생각했다"며 "데이터가 있기 때문에 선수들의 컨디션이 좋은지 나쁜지 쉽게 알 수 있다. 선수들 상태를 바로 업데이트할 수 있기 때문이다"고 설명했다. 즉, 체지방 하나를 가지고도 늘었는지 줄었는지에 따라 선수가 훈련을 게을리했는지 알 수 있다는 것이다.
축적된 데이터를 중심으로 선수들 개개인의 몸상태를 면밀히 고려해 훈련에 집중하게 만드는 홍명보호의 '데이터 축구'는 신선하다. "기본적으로 체력훈련은 하지 않는다. 대부분의 감독들이 내가 가진 기준에서 처음부터 시작하려고 하는데 선수들이 시즌 중에 있기 때문에 체력훈련보다 몸 상태를 파악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는 홍 감독의 '데이터 축구'가 얼마나 효율적인 결과를 만들어낼 수 있을지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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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주=박준형 기자 soul1014@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