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록터의 ‘격분’과 1년 전 트레비스, 왜 그럴까
OSEN 박현철 기자
발행 2012.07.04 07: 43

한 달 여 전 경기를 잊지 않고 있었던 것일까. 지난 3일 KIA 타이거즈와 두산 베어스의 경기 막판 일어난 벤치 클리어링. 두산 마무리 스콧 프록터(35)와 KIA 우타 거포 나지완(27) 사이의 신경전은 팬들의 눈살을 찌푸리게 했다.
상황은 4-5로 뒤진 9회말 2사 후 나지완 타석에서 벌어졌다. 두산 소방수 프록터의 초구가 나지완의 머리 위쪽으로 날아갔다. 나지완이 프록터 쪽으로 걸어나가며 항의하자 양팀 선수들이 모두 몰려나와 대치하는 장면이 연출됐다.
시점을 지난 5월 30일 잠실 두산-KIA전으로 돌려보자. 당시 프록터는 4-1로 앞선 9회초 2사 1,3루서 나지완에게 몰린 초구를 던졌다가 좌익수 방면 1타점 안타를 허용한 바 있다. 이는 타격 당시 홈런성으로 쭉쭉 뻗어나가는 타구였으나 공은 담장을 맞고 나오는 안타가 되었다.

그 때 나지완은 홈런임을 직감하며 양 손을 번쩍 들고 느릿느릿 걷다 2루까지 도달하지 못했다. 그 당시 모습에 대해서도 프록터는 경기를 마친 뒤 ‘stupid'를 연발하며 굉장히 격분했던 바 있다. 분을 애써 누그러뜨린 뒤 “다음에는 절대 이렇게 던지지 않겠다”라는 정석적인 이야기를 한 프록터였으나 사실 그는 느릿느릿 걷던 나지완에 대해서도 유감을 나타냈다. 그리고 나지완은 그 이튿날 홈런성 단타에 쑥스러워하며 “인터넷 안 봤어요”라며 이야기, 애써 기억을 잊고자 하는 모습을 보였다.
 
그리고 한 달여가 지난 뒤 펼쳐진 대결. 프록터의 초구는 나지완의 머리 위로 날아들어 벤치 클리어링 상황이 연출되었다. 나지완의 볼넷 출루와 이준호의 안타 후에는 2루에 있던 나지완과 좌익수 김현수의 신경전도 있었고 경기 후에도 나지완은 분이 좀처럼 식지 않는 듯 김현수와 설전을 벌였다.
장면은 다르지만 비슷한 예가 있었다. 현재 오클랜드에서 뛰고 있으며 지난해 KIA에서 활약했던 좌완 트레비스 블랙클리가 지난해 8월 2일 잠실 경기서 두산 포수 양의지의 홈런 때 ‘천천히 그라운드를 돈다’라는 이유로 신경전을 일으켰던 것. 그 때 트레비스는 김민호 코치와도 신경전을 벌였고 9월 14일 대전 한화전서는 최진행의 투런 때 똑같은 행동을 보이며 신경전을 펼친 바 있다.
큼지막한 타구에 액션을 취하거나 느릿느릿 다이아몬드를 돌았다는 것이 트레비스의 격분 이유였다. 그리고 프록터도 5월 30일 나지완의 양 손을 들고 홈런성 타구 궤적을 쫓던 시선에 불쾌감을 나타냈다. 비슷한 타구를 놓고 투수와 타자의 자의적 해석과 그로 인한 오해로 볼 수 있다.
머리 위로 날아든 공만 보고 프록터의 위협구로 단정지을 수는 없다. 심증은 가더라도 선수가 의사표명을 하지 않은 이상 그것을 100% 빈볼로 판정지을 수 없기 때문이다. 프록터의 승부욕이 대단한 것은 사실이지만 그는 한국 야구를 무시하거나 팀워크를 해치는 선수는 아니다.
오히려 프록터는 팀원으로서 케미스트리를 중시하는 축에 속하는 선수이고 최근 블론세이브가 많아지면서 그에 대해서도 팀에 미안해하던 선수다. 트레비스의 경우도 평소 말이 많은 편이었으나 천성이 악하거나 팀워크를 심하게 해치는 투수는 아니었다.
그러나 그라운드 밖 프록터의 이미지를 잘 모르는 팬들은 그 장면만 보고 ‘위협구나 던지는 외국인 투수’로 섣불리 낙인찍을 수 있다. 선수는 물론 팀을 위해서도 구단이 먼저 그를 다독이고 하지 않아야 할 일을 먼저 지정해줘야 한다. 최근 들어 다시 흔들리고 있는 프록터를 다잡아줘야 하는 두산의 과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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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이대선 기자 sunday@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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