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괜찮아요, 정말 괜찮다니까".
한화 '괴물 에이스' 류현진(25). 언제나 상대팀들에게 공포의 대상이었던 그는 요즘 불운의 아이콘이 돼 주위로부터 위로 받는 일이 많아졌다. 하지만 그는 언제나 한결 같다. 특유의 무심한 듯 웃는 낯으로 "괜찮다"고 한다. 그는 "난 정말 괜찮다. 내가 꼭 아파야 하나. 지금은 몸이라도 안 아파야 한다"며 의젓하게 말했다. 자신이 처해있는 상황에서 최선의 길을 찾고 있는 것이다.
류현진은 올해 데뷔 후 가장 큰 시련을 겪고 있다. 지난달 중순 등 부상으로 열흘 넘게 1군 엔트리에 빠진 건 오히려 약과. 올해 13경기에 나온 류현진은 평균자책점 3.07로 7위, 탈삼진 108개로 이 부문 전체 1위에 올라있다. 퀄리티 스타트도 9경기를 작성했는데 그 중 8경기가 7이닝 이상 2자책점 이하 피칭이었다. 그러나 그가 받아 든 승수는 고작 2승. 오히려 패수가 4패로 두 배 더 많다.

데뷔 후 어떤 역경 속에서도 무너지지 않고 이겨냈던 류현진이지만 올해는 주위 여건과 상황이 너무 뒷받침되지 않는다. 무득점 3경기, 1득점 4경기, 2득점 3경기로 타선의 2득점 이하 지원이 10경기나 된다. 역대급 불운의 투수가 돼 알게 모르게 마음고생도 심해지고 있다. 겉으로는 티를 내지 않고 동료들과 웃는 낯으로 함께 하지만 그 역시 괴물이 아닌 사람이다.
한용덕 수석코치는 "현진이가 계속 승리를 못 하고 있으니 스트레스를 많이 받는 것 같다. 사람인데 어떻게 안 그럴 수 있겠는가. 원래 스트레스 잘 받지 않는 성격인데 워낙 일이 안 풀리니 스스로 답답함 마음이 없지 않을 것이다. 한 번만 이기면 잘 풀릴텐데 그게 잘 안 된다"며 걱정했다. 올 시즌이 끝나면 해외 진출 자격을 얻는 그는 향후 진로를 놓고도 고민이 많다. 그라운드 안팎에서 '번민의 나날'을 보내고 있는 것이다.
그래도 희망적인 건 몸 상태가 회복됐다는 점이다. 등 부상 이후 첫 등판이었던 지난달 24일 대전 두산전에서 3이닝 5피안타 1볼넷 3탈삼진 4실점으로 조기강판됐지만, 두 번째였던 지난 1일 대전 KIA전에서는 7이닝 9피안타 1볼넷 7탈삼진 2실점으로 호투했다. 한용덕 코치는 "몸 상태가 많이 회복돼 보였다. KIA전에서는 초반부터 전력으로 던졌는데 부상 후유증이 보이지 않았다"고 말했다.
류현진도 몸 상태가 회복된 것을 최우선으로 삼고 있다. "몸이라도 안 아파야 한다"는 말은 성적을 떠나 남은 시즌을 맞이할 그의 각오를 엿볼 수 있다. "내가 꼭 아파야 하나"며 몸과 마음 모두 더 이상 아프거나 불운하다는 소리도 듣고 싶지 않아 했다. 그것이 자신과 팀 모두를 위한 길이라는 것을 너무도 잘 알고 있다.
몸이든 마음이든 속은 어떨지 몰라도 류현진은 한결 같이 "난 괜찮아"를 외치고 있다. 이제 더 이상 그를 불운에 가둘 필요가 없어 보인다. 그는 불운의 그림자마저 뛰어넘으려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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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동=민경훈 기자 rumi@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