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항, '궁여지책' 제로톱에 활짝 웃었다
OSEN 허종호 기자
발행 2012.07.04 08: 23

포항 스틸러스가 궁여지책으로 선택한 제로톱에 활짝 웃었다.
포항이 상승세를 탔다. 최근 6경기(FA컵 포함)서 4승 1무 1패를 기록한 것. 하위권에 처져 있던 순위도 어느새 상위 스플릿으로 분류되는 8위까지 올라섰다. 4위 울산 현대와 승점 차는 이제 6점에 불과하다. 충분히 반전을 노려볼 수 있는 차이다.
이번 시즌 포항의 부진 이유는 한 가지였다. 바로 공격진의 침체. 포항은 현재 리그 19경기서 19실점을 하고 있지만 득점은 23골에 불과하다. 이것도 지난 1일 수원전에서 5골을 넣어 급등한 것이다. 포항은 수원전 이전까지 경기당 평균 1골밖에 넣지 못하고 있었다.

그런 상황에서 설상가상으로 공격수들이 줄부상을 당했다. 그나마 골을 터트려주고 있던 지쿠와 아사모아가 부상으로 전열에서 이탈했다. 이미 조찬호와 김진용 등도 부상자 명단에 이름을 올린 지 오래다. 원톱으로 나설 선수가 바닥난 것이다.
그래서 선택한 것이 제로톱이다. 포항은 지난달 17일 서울전에서 제로톱을 처음 꺼내 들었다. 황선홍 포항 감독은 원톱 자리에 중앙 미드필더 황진성을 배치했다. 효과는 있었지만 미미했다. 갑자기 선택한 전술에 선수들이 제대로 적응하지 못했다.
하지만 황 감독은 포기하지 않았다. 서울전에서 힘들게 승리를 따낸 포항은 6월 20일 광주와 FA컵 16강전에서 다시 한 번 제로톱을 꺼내 들었다. 선수들의 움직임도 서울전보다는 나았다. 승리도 당연했다.
탄력을 받은 포항은 울산 원정에서도 제로톱을 사용했지만 승전보는 알리지 못했다. 울산에 1-3으로 패배한 것. 하지만 주눅들지 않았다. 포항은 선수 1명이 퇴장을 당하는 수적 열세 상황에서도 점유율 등 경기 내용에서 울산에 앞섰다. 선수들은 자신감을 얻었다.
효과는 수원전에서 즉시 나타났다. 포항은 수원을 5-0으로 대파했다. 수원이 창단 이후 K리그에서 당한 최다 점수 차 패배였다.
황 감독은 "임시 방편으로 선택한 시스템이지만 공격에서 템포를 끌어 올려 효과를 봤다. 스페인의 제로톱과 비교되지만 공격에서 스피드를 더욱 높였다는 차이가 있다. 스페인이 짧은 패스 위주로 경기를 풀어간다면 우리는 중·장거리 패스의 빈도를 높여 스피드를 살리고 있다"며 최근 상승세를 분석했다.
포항은 수원전에서 여러 이득을 봤다. 일단 가능성이다. 이번 시즌 공·수 밸런스가 완벽했던 수원을 격파하면서 선수들이 '할 수 있다'는 자신감에 가득 찼다. 또한 상위권에 있던 수원을 잡으면서 반등의 발판도 마련했다. 포항은 7월에 예정된 상대적 약팀인 상주 경남 인천 강원과 경기서 완벽한 상승세를 타겠다는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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