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리우드 블록버스터 '어메이징 스파이더맨'의 흥행력이 예상 만큼의 파워를 보여주고 있는 가운데, 이 리부트(reboot)된 새로운 스파이더맨에 관객의 취향과 평이 극명히 갈리고 있어 눈길을 끈다.
'어메이징 스파이더맨'은 개봉 6일만에 200만 관객을 돌파했다. 이는 '어벤져스'(706만), '미션 임파서블-고스트 프로토콜'(최종 755만), '아이언맨2'(449만), '아바타'(1335만명)와 동률인 기록이다.
하지만 역시 원작이 있는 리부트 작품인 만큼, 위에 언급한 영화들 보다 평과 반응이 엇갈리고 있다. 새로운 스파이더맨에 '이래서 좋다'라며 한 표를 던지는 관객이 있는 반면, 역시 수트만 빼고 전부 바뀐, 아니 수트 마저도 새로운 스파이더맨에 '이래서 싫다'고 아쉬움을 표하는 관객도 있다. 좋은 점이 반대로 어떤 사람들에게는 싫은 점이 되고, 단점이 오히려 장점이 되기도 하는 이중성을 가진 리부트 버전이다.

◇ 이래서 좋다!
1. 원작과 가깝다
'어메이징 스파이더맨'은 샘 레이미의 '스파이더맨'보다 확실히 원작 만화에 가깝다는 점에서 팬들의 지지를 얻고 있다. 토비 스파이더맨처럼 말수가 별로 없고 비장함이 묻어나는 고뇌하는 영웅이 아닌, 원작 만화에서의 묘사처럼 풋풋한 소년끼가 다분한 '고딩' 스파이더맨이 앤드류 가필드다. 말이 많고 유머러스한 스파이더맨은 사람들이 즐겨 본 만화나 게임 속 스파이더맨과 싱크로율이 높다. 그렇기에 "이번 버전은 진짜 청소년 스파이디로 그려져서 마음에 들었다"란 반응이 많다.
여기에 가장 달라진 점 중 하나는 스파이더맨의 거미줄인데 샘 레이미의 '스파이더맨'이 자체 몸에서 만들어져서 발사하는 것이었다면, 이번 작품에서는 원작처럼 카트리지에 액체로 농축돼 있는 웹슈터의 발명으로 마치 총을 쏘는 듯한 느낌을 준다. 원작 만화에서는 스파이더맨이 죽고 부활한 다음 몸에서 거미줄을 발사하게 된다.
2. 훈남 스파이더맨
"그래 스파이더맨은 훈남이었어.." 새롭게 스파이더맨 수트를 입은 앤드류 가필드가 토비 맥과이어보다 꽃미남 스타일의 8등신 훈남인 것은 부정할 수 없다. 이번 버전은 멜로영화 '500일의 썸머'를 만든 마크 웹 감독이 연출을 맡은 만큼 비교적 말랑말랑한 여성 취향의 작품이라 좀 더 귀여운 얼굴을 한 어린애 같고 모성 본능을 일으키는 앤드류 가필드에 여성 관객들이 많이 손을 들어주고 있다. 몸이 좋으니 수트도 아무래도 더 잘 어울리고 몸놀림의 실루엣도 보기 좋다는 것.
스파이더맨의 연인인 그웬 스페이시(엠마 스톤) 역시 키얼스트 던스트보다 시원시원한 성격에 단정하고 여성스러운 외모로 비주얼 면으로는 충분히 매력적이라는 평이다. 지나칠 정도로 잘 어울리는 이 커플(실제 연인이기도 한)은 부러움과 질투심까지 자아낼 정도기에 시너지 효과도 좋다.
여기에 너무 '착한' 것이 문제라면 문제였고, 찌질함과 답답함도 자아냈던 스파이더맨이 과학 수재에 고민하는 햄릿형 인간이기보다는 어느 날 생긴 초강력 파워를 적극적으로 활용할 줄 아는 행동파로 바뀐 점도 관객들이 좋아하는 부분이다.
3. 완벽한 오락영화
전작들의 무게감이 답답했던 관객들은 완벽한 오락영화인 이번 버전에 흡족함을 드러내고 있다. 확실히 전작들에 비해 캐주얼해 진 '어메이징 스파이더맨'은 아름다운 주인공들을 내세워 아기자기한 청춘물로 탄생했다. 이는 '전형적인 데이트무비로 전락했다'라며 이번 버전을 싫어하는 사람들에게 비판의 대상이 되기도 한다. 하지만 이는 '어메이징 스파이더맨'의 메가폰을 마크 웹 감독이 잡는다고 했을 때부터 숙명적으로 받아들여야 했을 일인지도 모른다. 이번 버전은 확실히 부드러우면서도 상쾌하다.

VS
◇ 이래서 싫다!
1. 그냥 싫다..리부트에 대한 반감
사실 이번 버전에 '그냥 싫다'라는 반응도 꽤 있다. 단순한 리부트에 대한 반감이다. 생각해보면 다니엘 크레이그가 제임스 본드를 맡는다고 했을 때의 반감, 잭 니콜슨이 아닌 조커는 받아들일 수 없다는 생각도 다 존재했다.
또 리부트에 대한 사전 정보 없이 영화를 본 관객들은 시리즈의 네 번째 작품임에도 불구하고 배우들만 달라졌다 뿐이지 '스파이더맨1'과 그 전체적인 내용이 동일해 당황하기도 한다.
물론 확 달라진 배우들로 '어메이징 스파이더맨'은 새로운 느낌을 주고 있긴 하지만 뭔가 굉장한 새로움을 원하는 시리즈의 4편을 원하는 관객들을 대단히 만족시킬 수는 없을 듯하다.
2. 생각보다 '약한' 액션
한층 젊어진 배우들로 씩씩하게 돌아온 '어메이징 스파이더맨'이지만 정작 '스파이더맨'의 힘은 빠진 느낌이라는 반응이 많다. 어려운 사람들을 구하고 도시를 지키는 스파이더맨의 액션이 생각보다 약한 것. 히어로 무비를 보기 위해 극장을 찾는 대부분의 관객들은 아마도 영웅이 적을 무찌르는 통쾌한 액션을 즐기기 바랄 것이다.
그런데 '어메이징 스파이더맨'에서는 (이견이 분명 존재하지만)생각만큼의 짜릿한 액션이 등장하진 않는다. 액션보다는 '쿨'해진 주인공의 모습을 표현하는 멘트와 행동이 주를 이룬다. 차를 훔치는 도둑에게 말장난을 한다던지 등의 모습이 그것. 때문에 '스파이더맨' 시리즈 최초로 시도된 3D 효과도 반응이 엇갈린다. 빌딩 사이를 날아다니는 스파이더맨은 3D 효과를 주기에 최적화됐지만 영화 속에서 스파이더맨이 그렇게 많이 날아다니지 않으니 3D 효과도 자연스럽게 줄어들 수 밖에 없다는 지적도 있다.
3. 피터 파커는 찌질해야 제 맛
이전 시리즈의 답답하고 소심한 캐릭터에서 벗어나 똑똑한 훈남 과학 천재로 업그레이드 된 피터 파커가 낯설게 느껴진다는 관객들도 적지 않다. 이는 장점이자 단점이 되는 면이다. 전작들에서는 찌질했던 피터 파커가 점점 완벽한 영웅이 되가는 과정을 보는 희열이 컸는데 그 고유의 '맛'이 없어졌다는 것.
두꺼운 뿔테 안경을 쓰고 좋아하는 여자 앞에서는 말 한 마디 제대로 하지 못하던, 어찌보면 '나 보다 못났던' 피터 파커가 스파이더맨 복면을 쓴 이후 180도 변신하는 것을 보는 쾌감이 '어메이징 스파이더맨'에서는 느껴지지 않는다는 것이 아쉬운 점으로 꼽히기도 한다.

4. 뜬금없는 전개, 갑작스러워
일부 관객들은 영화 속 주요 사건들이 급작스럽게 전개된다는 점을 지적한다. 대표적으로 그웬(엠마 스톤)이 피터 파커를 좋아하게 되는 것에 대한 설명이 부족해 그들이 사랑에 빠지는 모습이 다소 갑작스럽게 느껴진다는 것.
1편에서는 여주인공 메리 제인이 영웅으로서의 스파이더맨에 먼저 호감을 가졌고, 이후 스파이더맨이 피터 파커였음을 알게 돼 자연스레 그와 사랑에 빠졌다. 반면 이번 버전의 그웬은 피터가 스파이더맨이 되기 전의 '평범한' 피터에 호감을 느낀다. 싸움도 잘 하지 못하면서 왕따를 당하는 친구를 구하려던 피터의 용기는 가상했지만, 그 장면 하나만으로 그에게 반했다는 설정에는 조금 무리가 따를 수도 있다.
스파이더맨 수트를 발명하게 되는 계기가 다소 뜬금 없다는 지적도 있다. 경찰들에게 쫓기다가 우연히 레슬링장에 떨어져 벽에 붙은 복면을 쓴 레슬러의 그림을 본 뒤 갑자기 스파이더맨 복면을 고안해 낸다는 설정은 극의 흐름에 자연스레 녹아들지 않는다. 피터 파커가 코너스 박사의 계략을 '척하면 척' 알아내는, 지나치게 명석한 머리를 가졌다는 점도 극의 긴장감을 떨어뜨리는 면으로 지적받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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