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 이글스가 또 다시 연패의 수렁에 빠져 헤매고 있다. 개막전 예상과 달리 시즌 초반부터 부진하게 출발했던 한화는 3일 넥센 히어로즈전서 패해 7연패를 기록했다. 올 시즌 뿐만 아니라 한화는 근년 들어 하위권에 맴돌며 한화 팬들의 기대에 못미치고 있다. 2007년 3위를 기록한 이후 4강에 들지 못하고 있다. 단순히 하위권이 아닌 이 기간에 최하위만 2번씩이나 마크했다.
부진 탈출을 위해 한화 구단은 안간힘을 다했다. 분위기 쇄신을 위해 3년전 감독을 교체했고 지난 시즌 중반에는 구단 사장과 단장도 한꺼번에 교체했다. 그리고 올 시즌을 대비해 거물 해외파들인 박찬호와 김태균, 그리고 FA 송신영을 영입하는 등 투자도 적극적으로 나섰다.
하지만 단기간의 처방으로 팀전력을 극대화하기에는 역부족임을 실감하고 있는 요즘이다. 결국 프로야구는 1군 뿐만아니라 백업인 2군 전력 등과 전체적으로 조화를 이뤄야 강팀으로 자리잡을 수 있다는 것을 증명하고 있는 한화이다.

전문가들은 한화의 최근 부진에 그동안 2군 전력 키우기에 부실했다는 점을 지적하고 있다. 신인 드래프트에서 대부분 구단이 10순위까지 규정을 다 채우는 반면에 한화는 대개 6순위 안팎에서 마감하는 등 유망주 스카우트에 소극적이었다. 또 2군 전용 훈련장이 없는 탓에 유망주들을 집중적으로 키우는데도 한계가 있었다는 분석이다. 아마시절 유망주로 꼽히던 선수들이 더딘 주요인으로 평가받고 있는 현실이다. 충남 서산에 2군 훈련장을 만들고 있다는 점은 그나마 다행이다.
한화가 근년 들어 되풀이되고 있는 하위권 탈출을 위해서 앞서 얘기한 유망주 키우기 등 직접적인 부분도 있지만 이를 뒷받침할 수 있는 프런트의 역량강화도 절실해 보인다.
대기업을 모체로 하는 그룹사의 한 계열사가 대부분인 현재 한국 프로야구 구단들은 프런트 수장이 ‘샐러리맨’인 경우가 대다수이다. 평균 임기가 2, 3년에 불과한 월급쟁이 사장과 단장이다 보니 구단의 미래를 위한 투자보다는 현재 성적에 집착할 수 밖에 없는 구조이다.
올 시즌 뒤처지고 있는 한화 구단을 예로 들었지만 팀리빌딩을 우선시해야 하는 구단들에게 공통된 사안이다. 하위권을 맴돌고 있는 구단들을 보면 프런트 역량이 무엇보다 중요함을 알 수 있다. 프런트 수장들이 자주 바뀌는 구단들은 팀전력도 상승하기가 쉽지 않다는 것이 증명되고 있다. 당장의 성적에 목을 메고 있는 프런트 수장들이 현장의 감독 등 선수단을 압박하는 일이 반복되면서 성적도 하위권을 벗어나지 못하는 사례가 비일비재하다.
이런 악순환을 탈피하기 위해서는 프런트 수장들의 임기를 충분히 보장해줄 필요가 있다는 의견도 설득력을 얻고 있다. 비록 샐러리맨 사장이지만 5, 6년 정도의 임기를 보장해주고 팀리빌딩을 맡겨주면 3년 정도 후에는 성적을 낼 수 있다는 의견이다. 성적이 바닥인 팀을 맡아 2, 3년간은 성적에 상관없이 유망주를 키우며 리빌딩에 열중하면 그 후에는 얼마든지 상위권을 넘볼 수 있다는 것이 야구계 인사들의 설명이다.
물론 프런트 수장들 모두가 5년 이상의 장기간 임기를 보장받을 수는 없다. 야구에 대한 열정을 갖고 있고 어느 정도 능력이 검증된 수장들이 이에 해당된다. 부임하자마자 현장과 마찰을 빚는 등 합리적인 운영과는 동떨어진 수장들은 임기를 길게 보장하기보다는 빠른 교체가 더 효율적이기 때문이다. 현장의 의견을 존중하며 합리적으로 구단을 운영할 수 있는 프런트 수장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결국 구단주의 의지에 모든 것이 달려 있다. 그룹 회장이 구단주인 우리네 프로야구에서 그룹 업무에 바쁜 구단주가 일일이 프로야구단을 챙길 수는 없을 것이다. 하지만 그룹 홍보의 전위부대격인 야구단이 치욕스런 하위권에 있다면 구단주들도 적극적인 관심이 필요해질 수밖에 없다. 단순히 1년에 한 두 번 야구장을 찾아 선수단을 격려하기 보다는 팀을 강호로 만들 수 있는 능력 있는 인사를 야구단에 기용하는 것이 중요함을 느낄 것이다.
상위권을 지키고 있는 구단들의 프런트 수장들의 면면을 살펴보면 야구단에 오래 근무한 경험이 있는 분들이 자리하고 있는 팀들이 대부분이다. 팀전력 상승을 위해서 어떤 처방을 해야할지 아는 분들이 수장을 맡고 있는 것이다. 프로야구의 속성과 특성을 잘 아는 능력 있는 프런트 수장들이 필요하다. 여기에 능력있는 프런트 직원들을 키우고 적재적소에 기용하는 것은 물론이다.
프로야구단을 강팀으로 만들기 위해서는 구단주의 꾸준한 관심과 인사가 절대적으로 중요하다. 야구단을 단지 그룹사의 작은 계열사의 하나로 여기고 다른 계열사에서 퇴직을 앞둔 임원들에게 ‘예우차원’에서 야구단 수장을 맡기기보다는 야구에 열정을 지닌 유능한 수장이 야구단에 필요하다. 구단주들의 관심과 사랑이 깊을 때 야구단도 성장한다. 물론 야구단에 깊은 관심과 정성을 쏟는 구단주들이 대부분이다. 그러나 좀 더 세심하게 프런트를 키울 수 있는 방안에 대해서 고민하는 것이 필요하다.
한국을 대표하는 그룹들의 또 다른 경연장인 프로야구에서 강호로 살아남기 위해선 구단주들의 관심과 의지가 중요하다. 구단주의 적극적인 투자와 기다림이 강팀을 만들 수 있는 필요조건이다.
올 시즌 돌풍을 일으키고 있는 넥센 히어로즈를 보면 답이 나온다. 구단 형편상 그동안 많은 스타들을 타팀에 넘겼지만 프로야구단에 대한 열정과 이해를 가진 넥센이 어려운 가운데서도 유망주들을 계속해서 키워내고 바람을 일으키는 것을 다른 구단주들도 눈여겨볼 대목이 아닐까.
OSEN 부국장 겸 야구팀장 sun@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