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3할타자를…".
지난 3일 넥센 히어로즈와 한화 이글스와의 경기를 앞둔 목동구장. 오후 4시 30분쯤부터 거센 비가 내렸다. 김호인 경기감독관이 5시 30분에 우천 연기를 결정하겠다고 말한 만큼 다들 비를 지켜보고 있었다.
잦아들 줄 모르는 비에 다들 우천 연기를 예상하고 있던 때. 넥센 덕아웃에서 포수 허도환(28)이 옆에 앉아 있던 내야수 서건창(23)에게 "요즘 인기좋은 네가 우천 세리머니 준비해라"라며 장난을 쳤다.

서건창도 뭔가 화답하려던 그때 멀리서 김성갑(50) 넥센 수석코치의 한 마디가 들렸다. "안돼, 우리 3할타자한테 그런 거 시키지 마". 전날(2일) 3할4리로 타율 3할대를 기록하던 서건창이 부상이라도 당할까 걱정하는 김 코치의 재미있는 반응이었다.
김 코치는 허도환에게 "3할타자는 안된다. 1할타자인 네가 하라"고 말하며 더 센 농담으로 서건창을 지켰다. 허도환은 "저 이제 2할이에요"라고 항변했다. 허도환은 전날까지 2할7리를 기록중이었다. 김 코치는 "언제 2할까지 올랐냐. 이제 우리 팀에 1할타자 별로 없네"라며 쑥스럽게 말을 돌렸다.
시즌 전 백업 멤버로 낙점된 서건창은 김민성의 부상에 기회를 잡은 뒤 맹활약하며 주전 2루수로 나섰다. 이제는 점수차가 벌어지면 팀에서 체력 관리를 위해 서건창을 교체해줄 정도. 입단 첫해부터 실력을 마음껏 발휘하고 있는 '복덩이' 서건창의 높아진 팀내 위상을 볼 수 있는 장면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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