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에서 번트는 공격의 한 방법이다. 가장 안전하게 주자를 진루시킬 수 있는 기술이기도 하다. 그러나 번트를 쉽게 생각해서는 곤란하다. 최하위 한화를 보면 잘 알 수 있다.
한화는 올해 유독 번트 때문에 울상 짓는 일이 많아졌다. "번트 실패가 패인"이라는 한대화 감독의 말은 더 이상 낯설게 느껴지지 않는다. 번트 실패로 분위기가 가라앉고, 추격 흐름을 잃는 경우가 허다하다.
지난 3일 목동 넥센전이 딱 그랬다. 2-4로 뒤진 7회 김경언의 볼넷과 오선진의 내야안타로 무사 1·2루 찬스를 잡았다. 타석에는 포수 정범모. 당연히 번트 지시가 떨어졌다. 그러나 정범모가 4구째 배트를 반토막 잡고 댄 번트는 높게 떴고, 투수 이정훈이 달려와 캐치해냈다.

1·2루 주자들이 그대로 베이스에 묶인 채 아웃카운트 하나 소비했다. 한대화 감독은 번트 실패 이후 3타자 연속 대타 카드를 꺼내들며 총력을 기울였지만, 이미 넘어간 흐름을 되돌릴 수 없었다. 시즌 최다 7연패가 현실이 된 순간. 경기 후 한대화 감독은 "번트 실패 결정적"이라며 쓸쓸히 경기장을 뒤로 했다.
올해 한화는 희생번트가 56개로 KIA(68개)에 이어 이 부문 2위에 올라있다. 확실한 중심타선이 있기 때문에 주자를 스코어링 포지션에 갖다놓는 게 중요하다. 그러나 잦은 번트 실패에 발목 잡히고 있다. 스리번트 실패 2개 포함 번트 아웃이 7개나 된다. LG(9개) 다음으로 많은 실패. 번트성공률은 88.9%로 나머지 7개팀들의 91.3%보다 떨어진다.
이여상·오선진·고동진·이학준·정범모가 한 번씩 번트 플라이 아웃으로 물러났고, 고동진과 오재필은 스리번트 실팩도 한 번씩 있었다. 특정 선수에 의존되지 않고 여러 선수들이 번갈아가며 번트를 실패하다 보니 번트에 대한 두려움이 생겼다. 번트는 힘을 빼는 게 가장 중요한데 몸이 경직돼 불필요한 힘이 들어가고 있다.
한화는 지난달 중순 김용달 타격코치가 들어온 이후 번트훈련 시간을 대폭 늘렸다. 기본부터 닦은 뒤 경기에 들어가겠다는 의미였다. 그러나 단기간에 늘지 않고 있다. 연패에 따른 부담감마저 선수들의 어깨를 짓누르고 있는 모습. 이제 벤치에서도 번트 사인을 내기가 부담스러워졌다. 번트 대기도, 번트를 지시히기도 불안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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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동=민경훈 기자 rumi@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