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명보(43) 감독이 축구화를 갈아신었다.
지난 2일 첫 소집을 갖고 파주 국가대표 트레이닝 센터(NFC)에 모인 홍명보호는 3일 비오는 백호구장에서 박주영(아스날) 김현성(서울)을 제외한 16명의 선수들과 훈련을 가졌다. 이날 홍 감독은 선수들에게 직접 공을 차주고 앞서 지시를 내리며 면밀한 눈으로 올림픽팀 선수들의 몸상태와 컨디션 하나하나를 직접 체크했다.
훈련을 지켜보던 대한축구협회의 한 관계자는 그라운드에 서있는 홍 감독의 축구화를 가리켰다. "홍 감독의 축구화가 바뀌었다"는 것이다.

일반적으로 홍 감독 및 코칭스태프는 훈련시 스터드가 짧은 인조잔디용 축구화를 신고 그라운드에 나선다. 하지만 이날 홍 감독이 신고 나온 것은 제대로 된 선수용 축구화, 즉 천연잔디용 축구화였다. 올림픽팀을 추슬러 런던행 박차를 가하면서도 코 앞으로 다가온 올스타전을 소홀히 하지 않기 위한 홍명보식 '올스타전 준비'인 셈이다.
2시간을 꽉 채운 훈련을 마치고 돌아온 홍 감독은 "거스 히딩크 감독이 TEAM 2002 훈련을 직접 통솔할 것"이라는 취재진의 말에 "훈련 빠져서 다행이네"라며 농담기 가득한 웃음을 터뜨렸다.
대화의 주제가 올스타전으로 넘어가면서 축구화를 바꿔 신은 이유에 대한 질문이 이어지자 홍 감독은 쑥스럽게 웃었다. "이날(3일) 처음 신었다. 잘 할 수 있을지 없을지 모르는 일이다"고 답한 홍 감독은 "지금 (예전처럼)공이 안 나간다"며 손을 내저었다.
"K리그 최고의 공격수들을 우리가 어떻게 막겠나. 무리가 아닐까 싶다"며 예전만큼 몸 상태가 좋지 않다고 거듭 강조한 홍 감독은 "데얀 같은 애들을 우리가 어떻게 막겠냐"며 한숨을 푹 내쉬었다. 공간을 이용해야 할 황선홍(포항 감독)과 최용수(서울 감독)가 "확실하게" 몸상태가 가장 엉망일 것이라고 단언했다. "유상철이 그나마 몸이 가장 낫지 않겠느냐"며 의견을 표하기도 했다.
취재진이 "TEAM 2012의 수장인 신태용 감독이 TEAM 2002를 혼쭐내주겠다"고 말한 사실을 전하자 홍 감독은 "그렇게 나오면 피곤해지는거지, 팬을 위한 축제인데…"라며 장난스러운 표정을 짓기도 했다.
이번 올스타전은 2002 월드컵 멤버와 함께하는 특별한 자리인 만큼 홍 감독에게도 감회가 남다른 날이 될 듯 하다. 실제로 올스타전 이야기를 하는 내내 홍 감독의 얼굴에서는 미소가 떠나지 않았다.
런던을 향해 고삐를 조이고 채찍질에 여념없는 홍 감독이 축구화를 바꿔신는 숨은 열의로 기다리는 K리그 올스타전은 오는 5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릴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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