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드필더로 뛰는 게 가장 낫지 않을까 싶다"(홍명보).
"무릎이 안 좋아서 반 게임만 뛰려고"(유상철).
"내게 찬스가 2번은 올 것이다. 세리머니도 미리 준비 중이다"(최용수).

올스타전은 종목을 막론하고 프로스포츠가 한 시즌 동안 팬을 위해 준비하는 가장 큰 축제다. 팬과 선수가 함께하는 즐거운 축제인 올스타전은 승패 그 이상의 가치가 담겨있다. 일년에 단 한 번뿐인 이 축제가 올 시즌 K리그에서는 더욱 깊은 의미를 담고 찾아왔다.
한국프로축구연맹은 5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2012 시즌 K리그 올스타전을 개최한다. 2002 월드컵 10주년을 기념해서 열리는 이번 '2002 월드컵 대표팀 초청, 하나은행 K리그 올스타전 2012'는 2002 월드컵 멤버로 구성된 'TEAM 2002'와 2012 K리그 올스타로 꾸려지는 'TEAM 2012'의 대진으로 펼쳐진다.
온 국민을 감동의 도가니로 몰아넣었던 2002 한일월드컵의 기억을 되살리고 프로축구의 인기를 되살리겠다는 당찬 포부를 안고 안정환 K리그 명예홍보팀장이 기획한 이번 올스타전은 당시 대표팀을 이끌었던 거스 히딩크 감독과 홍명보 황선홍 박지성 등 영광의 얼굴들이 함께 뛰는 자리로 특별한 추억을 되살릴 예정.
'10년이면 강산도 변한다'는 말처럼 당시 그라운드에서 뛰었던 선수들 대부분은 현역에서 은퇴하고 지도자의 길을 걷고 있다. 아직 현역으로 뛰고 있는 선수는 이운재 김병지 최은성(GK)과 현영민(DF) 김남일 최태욱 박지성(MF) 설기현(FW) 정도다.
선수에서 지도자로 자리를 옮긴 2002 멤버들은 올스타전을 앞두고 설렘 반 근심 반이다. 리그 최고의 선수들을 상대로 '진검승부'를 벌여야 하기 때문이다. TEAM 2012를 지휘하는 신태용 감독은 이미 "TEAM 2002를 혼쭐 내줄 것"이라며 으름장을 놓기까지 했다.
올림픽팀을 지휘하는 홍명보 감독은 신 감독의 으름장에 손을 내저었다. "그렇게 나오면 피곤해진다. 팬을 위한 축제 아닌가. 리그 최고 공격수들을 우리가 막는 건 무리가 아닐까. 데얀같은 선수들은 현역 선수들도 못 막는데…"라며 진지하게 고충을 털어놨다.
재미를 추구하는 올스타전의 특성상 선수들의 포지션을 바꿔 출전하는 것도 빼놓을 수 없는 재미다. 홍 감독은 "히딩크 감독님이 다 알아서 하시지 않겠나"면서도 "미드필더로 뛰는 게 가장 나을 것 같다"고 중원사령관에 대한 욕심(?)을 드러냈다.
몸상태가 제일 별로일 것 같은 멤버로 황선홍(포항 감독)과 최용수(서울 감독)를 꼽은 홍 감독은 "유상철(대전 감독)이 아무래도 (몸상태가)제일 낫지 않을까"라며 기대를 내비쳤다.
그러나 정작 유상철 감독은 "무릎이 안 좋아서 반 게임만 뛰려고 한다"며 "현역을 상대로 어떻게 뛰겠는가. 차라리 당시 한일 올스타로 한다면 해볼 만할 것 같은데"라며 자신없는 모습을 보였다. 항간에는 유 감독이 골키퍼 자리를 호시탐탐 노리고 있다는 소문도 들려올 정도다.

홍 감독에 의해 '저질 몸상태'로 꼽힌 최용수 감독은 오히려 자신만만하다. 최 감독은 "내가 이번 올스타전에서 골을 넣을 가능성이 가장 높다. 또 많은 골을 넣을 가능성도 양팀을 합쳐 가장 높을 것"이라고 호언장담했다.
이유가 있다. 자신이 후반 교체 출전될 것이라고 굳게 믿고있는 최 감독은 모두의 체력이 떨어진 뒤에는 축제의 분위기가 될 것이기 때문에 많은 기회를 가질 수 있으리라는 것이다.
안정환 홍보팀장 역시 "몇몇은 (훈련하러)섬에 들어갔다는 이야기도 있다. 주변에서 (상대가)되겠냐는 이야기를 많이 하는데 다들 몸관리 잘하고 있으니까 기대해도 좋을 것 같다"며 올스타전에 대한 기대감을 한껏 부추긴 바 있다.
이들을 이끌 히딩크 감독은 "특별한 자리를 만들어 줘서 고맙다. 덕분에 2002년 월드컵이 아직 끝나지 않은 기분이다"라며 "이번 올스타전은 기억에 남을 역사적인 이벤트가 될 것 같다. 상대가 K리그 최고의 선수들이라 부담이 되지만 많은 기대를 하고 있다"며 승리를 다짐했다.
한국을 붉은 물결로 물들였던 2002 월드컵의 기억을 되살릴 이번 올스타전은 5일 오후 7시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그 화려한 막을 올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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