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빅매치' 박찬호-김병현, 관건은 컨트롤과 야수지원
OSEN 이상학 기자
발행 2012.07.05 07: 15

꿈의 매치가 열린다. 
'코리안특급' 한화 박찬호(39)와 '핵잠수함' 넥센 김병현(33)이 최초로 꿈의 선발 빅매치를 벌인다. 5일 목동구장이 바로 그 무대. 메이저리그 124승 박찬호와 54승·86세이브 김병현은 꿈의 무대에서 뚜렷한 족적을 남긴 대투수들이다. 전성기가 지났지만 타고난 재능과 끊임없는 노력으로 한국에서도 선발진의 한 축으로 활약 중이다. 이제는 한국으로 무대를 옮겨 첫 선발 대결을 벌인다. 승부를 가를 요소로는 컨트롤과 야수들의 지원이 꼽힌다. 
▲ 컨트롤 싸움

박찬호와 김병현은 메이저리그 시절에도 제구력이 상급은 아니었다. 메이저리그 9이닝당 통산 볼넷이 박찬호는 4.1개, 김병현이 4.0개였다. 메이저리그와 비교할 때 한국의 스트라이크존은 높은 쪽에 인색하지만 낮은 쪽에는 후한 차이가 있다. 새로운 스트라이크존에 적응해야 하는 과제 속에 한국에서도 두 투수 모두 정교한 제구와는 거리가 있다. 9이닝당 볼넷이 박찬호는 4.5개, 김병현이 5.6개로 많은 편이다. 
박찬호는 6월 4경기에서만 21⅔이닝 동안 볼넷 14개를 허용했다. 이전까지는 9경기 48⅓이닝 21볼넷으로 9이닝당 볼넷이 3.9개였지만 6월 이후 5.8개로 크게 증가했다. 5월까지 박찬호의 헛스윙 유도율은 8.2%였지만 6월 이후에는 7.0%로 감소했다. 풀카운트 비율도 5월까지 12.3%밖에 되지 않았지만 6월 이후에는 17.3%로 상승했다. 투스트라이크 이후 파울 비율도 3.9%에서 6.1%로 상승할 만큼 타자들이 대응하가기 시작했다. 
반대로 김병현은 볼넷이 점점 줄어들고 있다. 첫 5경기에서는 26⅓이닝 동안 볼넷 19개로 9이닝당 볼넷이 6.6개였지만 승리투수가 된 최근 2경기에서는 12이닝 동안 볼넷 4개로 9이닝당 볼넷 3.0개로 줄었다. 제구가 안정되자 2경기 연속 퀄리티 스타트로 승리투수가 될 수 있었다. 직구 구속이 140km대 초반으로 스피드가 줄었지만 대신 컨트롤 향상에 집중하며 다양한 변화구를 함께 구사하다 보니 오히려 투구내용이 좋아졌다. 
컨트롤에 따라 투구내용도 기복을 보일 수밖에 없다. 컨트롤 난조로 투구수가 많아질수록 일찍 무너지기 쉽다. 한화와 넥센 모두 불펜이 불안한 팀들이다. 선발투수가 최대한 많은 이닝을 소화해야 한다. 컨트롤을 잡는 건 그래서 어느 때보다 중요한 관건이다. 
▲ 야수들의 지원
야구는 홀로 하는 게 아니다. 특히 투수들은 야수들의 득점 지원과 수비의 뒷받침에 따라 투구내용 자체가 크게 달라질 수 있다. 이날 박찬호-김병현 맞대결도 이 같은 변수가 크게 작용할 가능성이 높다. 
박찬호는 올해 13경기에서 평균자책점 4.24로 비교적 수준급 활약을 펼치고 있지만 3승5패로 승보다 패가 많다. 퀄리티 스타트한 6경기에서 2승4패. 9이닝당 득점 지원이 3.5점에 그치친 까닭이다. 무득점 3경기, 1득점 3경기, 2득점 3경기로 13경기 중 9경기가 2득점 이하 지원 경기로 어려운 경기를 치러야 했다. 수비 실책도 7개 있었고, 불펜에서도 박찬호가 남긴 책임 주자 13명 중 9명을 홈으로 보냈으며 선발승도 한 번 날린 바 있다. 
김병현은 7경기에서 2승2패 평균자책점 4.73을 거두고 있는데 퀄리티 스타트한 3경기에서 2승을 거뒀다. 9이닝당 득점 지원은 7.2점. 지난달 26일 목동 두산전을 제외하면 4.3점으로 떨어지지만, 기본적으로 3점 이하로 막으면 김병현에게 승산이 있다. 김병현이 마운드에 있을 때 수비 실책은 3개가 있는데 그 중 2개를 김병현 스스로가 저질렀다. 김병현은 책임 주자를 둔 채로 강판된 게 2명 뿐인데 불펜은 모두 이를 불러들였고, 선발승도 한 번 물거품시켰다. 
박찬호·김병현의 대결이지만 결국 한화와 넥센의 승부다. 박찬호는 "병현이가 타자로 나오는 건 아니다. 타자들과 승부에 집중할 것"이라고 말했고, 김병현도 "찬호형과 맞붙는 것보다는 팀이 이기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박찬호는 넥센전 2경기에서 1승 평균자책점 1.74 피안타율 1할8푼9리로 매우 강한 면모를 보였다. 김병현도 지난 5월25일 목동 한화전에서 6이닝 2피안타 3볼넷 2사구 5탈삼진 1실점으로 한국 데뷔 첫 퀄리티 스타트를 작성한 바 있다. 서로 상대 타자들에게 자신감을 갖고 있다. 
문제는 팀 사정이다. 한화는 올 시즌 최다 8연패 수렁에 빠지며 5할 승률에서 -20패까지 떨어졌다. 김태균을 제외하면 타선에서 확실하게 믿을 만한 타자가 없다. 넥센은 3연패 이후 2연승으로 분위기 반전 계기 마련했다. 강정호가 부상에서 돌아와 힘을 보태고 있다. 8연패의 부담을 안고 있는 박찬호보다 김병현이 상대적으로 조금 더 여유있다. 
하지만 경험이 많은 두 선수에게 상황적 부담은 그리 중요하지 않을 수도 있다. 결국 자기 자신과의 싸움이기 때문이다. 박찬호는 거듭된 불운에도 "결국 내가 못 던진 탓"이라고 자책했다. 그 어떤 상황에도 흔들리지 않는 투수가 팀을 승리로 이끌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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