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에 ‘좌·병규 우·의윤’의 시대가 도래 하나.
LG 이병규(29·7번)와 정의윤(26)이 올 시즌 동반활약을 펼치고 있다.
지난 시즌 이병규는 무릎 부상, 군 전역 후 1군 무대에 합류한 정의윤은 무홈런에 의한 스트레스로 고전했었다. 하지만 올 시즌에는 이병규가 타율 3할3푼1리, 정의윤이 3할1푼1리의 타율로 자신들의 잠재력을 유감없이 발휘 중이다.

특히 이병규는 올해 타율과 출루율(4할5푼5리), 그리고 OPS(장타율+출루율·0.891) 부문에서 모두 리그 전체 10위 안에 자리하며 완성형 타자로 진화한 모습이다. 정확한 컨택 능력과 좀처럼 유인구에 속지 않는 선구안으로 타석에서 빈틈을 찾을 수 없다. 타율과 출루율이 모두 높은 만큼 타순을 가리지 않고 어느 자리에서든 자기 역할을 해낸다.
이병규는 2010시즌 3할 12홈런을 기록, 톱클래스 타자의 가능성을 인정받았지만 이듬해 전지훈련 중 무릎 부상으로 8월이 돼서야 1군 타석에 들어섰다. 이병규 스스로에게도 아쉬움과 안타까움이 가득한 한 해였고 그만큼 올해 전지훈련에선 많은 땀을 쏟았다. 전지훈련 기간 동안 10kg이상 감량했고 훈련 일정이 끝난 후에는 홀로 남아서 배트를 잡았다.
올해 오키나와 전지훈련 당시 이병규는 “올해는 작년과 다를 것이다. 일단 부상 없이 풀 시즌을 치르는 게 목표다. 건강하기만 하다면, 좋은 성적을 낼 자신이 있다. 팬들께서 기대하셔도 좋다”고 자신감을 드러냈고 실제로 좋은 몸 상태를 유지하며 당시의 다짐을 실천하고 있다.
이병규는 올 시즌 몸 상태와 자신의 타격에 대해서 “아픈 곳도 없고 컨디션도 좋다. 개인 성적도 생각했던 것 이상으로 잘 나오고 있다. 이 몸 상태 그대로 시즌 끝까지 가는 게 가장 중요하다고 본다”며 “타율이나 출루율이 높은 원인은 특별히 없다. 타석에서 투수의 공을 미리 예측하지는 않는다. 그저 본능적으로 투구에 대처하는데 그게 기복이 없는 원인이 아닐까 한다”고 밝혔다.
정의윤은 타격 메커니즘 정립 및 중장거리형 타자로 전환을 꾀하고 있다. 김무관 타격코치에게 집중지도를 받고 있는 정의윤은 6월 9일 1군 엔트리 복귀 후 가파른 상승세를 타고 있는데 이때부터 지금까지 출장한 18경기에서 타율 3할4푼7리를 올리는 중이다.
올 시즌 정의윤은 홈런에 대한 강박관념에서 벗어나 보다 다양한 방향으로 타구를 날리는 데 집중하려 한다. 정의윤은 “김기태 감독님부터 김무관, 최태원 코치님까지 항상 격려와 지도를 아끼지 않으신다”며 “사실 지난 시즌에는 홈런이 나오지 않아 스트레스를 너무 많이 받았다. 올 시즌에는 아예 홈런을 생각하지도 않았는데 오히려 홈런이 나오더라”고 웃었다.
이어 정의윤은 최근 활약의 원인을 마음가짐과 다양한 훈련의 결과라고 밝혔다. 정의윤은 “타석에 들어갈 때마다 최대한 마음을 편하게 먹으려고 한다. 하지만 아직도 결과에 따라 마음이 흔들리는 게 사실이다. 어차피 프로는 결과기 때문에 내가 감수해야 할 부분이기도 하다”고 성숙한 모습을 보이며 “김무관 타격코치님과 다양한 훈련을 소화하고 있다. 의자에 앉아 배팅볼을 치는 연습도 하는데 이는 상체 힘을 빼기 위한 의도다. 언제나 김무관 코치님의 말을 새겨듣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김무관 코치는 지난 오키나와 전지훈련 당시 정의윤이 팔꿈치 수술과 재활로 참여하지 못한 것을 안타까워했었다. 당시 김 코치는 “팀 내 좋은 타자들이 좌타자에 편중되어 있어 우타자를 키워야하는 상황인데 정의윤 같은 선수가 수술로 오키나와에 오지 못했다. 앞으로 당장 1, 2년의 성적뿐이 아닌 3, 4년 후 팀의 중심에 자리할 선수들도 발굴해야 한다는 점에서 정의윤의 불참은 아쉽다”고 말했고 그만큼 시즌 중 정의윤을 집중조련하고 있다.
최근 몇 년 동안 LG는 약점으로 타력보다는 투수력이 꼽혔다. 이병규(9번)와 박용택을 중심으로 2009년 FA로 영입한 정성훈과 이진영, 그리고 지난 시즌까지 LG 유니폼을 입었던 조인성과 이택근으로 이뤄진 타선은 어느 팀과 견주어도 밀리지 않았다. 그러다보니 신인 드래프트에서 투수 지명에 치중됐고 어느덧 중심타자들이 나이를 먹어가는 상황에는 대비하지 못했다.
김무관 타격코치는 “LG에 와서 보니 좋은 선수들은 베테랑에 편중되어 있었다. 팀이 앞으로 꾸준한 성적을 내기 위해선 어린 선수들이 성장해야한다”고 젊은 선수들의 성장을 강조한 바 있다. 올 시즌 LG에서 유이한 20대 3할 타자인 이병규와 정의윤이 앞으로는 LG 타선의 축이 되어야 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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