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말 안방극장 불혹의 네 신사가 여심을 흔들고 있다. SBS 주말특별기획 '신사의 품격'의 장동건, 김민종, 김수로, 이종혁이 그들이다.
각기 뚜렷한 캐릭터를 연기하는 네 사람의 얽히고설킨 러브라인이 '신사의 품격'의 주축을 이끌고 있다. 시청자들에게 때로는 설렘을 안기고, 폭소까지 자아내는 꽃중년들은 40대 남자의 기존 이미지를 탈바꿈하는 새로운 매력을 선보이며 ‘이상형화’ 되고 있다.
먼저 장동건은 전형적인 ‘나쁜 남자’ 성격의 김도진 역을 맡았다. ‘나쁜 남자’는 남에게는 차갑지만 ‘내 사람’에게는 따뜻한 점이 큰 매력으로 꼽힌다. 실제 극중에서 김도진은 때로는 상대방의 의견보다는 '~하는 걸로'라는 멘트로 독단적으로 자신의 생각을 밀어붙이기도 하지만, 악덕 거래처 사장에게 억울하게 맞고 들어온 직원을 보고 눈에 불이 나 억대의 계약을 과감히 파기시켜버리는 ‘의리남’이다. 또 자신감에 차고 넘쳐 스스로를 ‘꽃다운 자’라 칭하지만 스트레스성 질환으로 생긴 단기 기억 상실 때문에 그의 모든 삶을 녹음기에 담아야 하는 아픔을 지니고도 있다.

더군다나 친구 임태산(김수로 분)을 몇 년간이나 짝사랑 중인 서이수(김하늘 분)에게 한 눈에 반해 짝사랑 중 가장 힘든 부류의 짝사랑을 시작하게 된 인물이다. 가끔은 좋아하는 서이수에게 마저 하는 말마다 독설이고, 장난기 가득해 진심을 헤아리기 어렵지만 알고 보면 진실된 진심을 가지고 사랑을 한다. 오묘한 ‘19금’ 내용과 로맨틱한 감정이 어우러진 대사로 여성 시청자들로부터 환호 섞인 비명을 일으키며 ‘도진 어록’이라는 대사 모음까지 생겨났을 정도. 서이수와의 애정 전선이 깊어질수록 그의 가시 돋친 말과 차가운 눈빛이 ‘따뜻한 남자’로 변신하는 모습이 더욱 흥미를 배가시키고 있다.
반면 김민종은 김도진과는 180도 다른 '앓이' 사랑 전문 최윤 역을 분하고 있다. 첫 번째 아내와 사별 후 네 번째 손가락의 결혼반지를 더욱 고집스럽게 끼고 있는 인물. 하지만 절친 임태산의 동생 24살 임메아리(윤진이 분)의 적극적인 애정 공세에 평정심이 흔들리는 인물이다. ‘사별한 경력이 있는 불혹의 남자’라는 조건 때문에, 그리고 친구 임태산에 대한 미안함으로 감히 임메아리에게 진심을 표현하지 않는다. 일부 시각에서는 우유부단하고 남자답지 못한 모습으로 비칠 수 있지만 진심으로 상대방을 더 생각하기 때문에 펼칠 수 있는 희생적인 사랑을 하고 있는 것.
상대 배우 윤진이 또한 최근 OSEN과의 인터뷰에서 “최윤의 우유부단한 성격에 답답함을 느끼지 않나”는 질문에 “최윤이 임메아리에게 적극적으로 자신의 마음을 표현하지 못하는 이유가 분명하다(조건적인 차이, 임태산과의 관계). 임메아리를 그만큼 아껴주고 사랑해주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며 “극중 임메아리를 아껴주는 최윤의 마음이 잘 드러난다. 오히려 임메아리가 가진 최윤을 향한 마음보다 최윤이 임메아리를 생각하는 마음이 더 크다고 생각한다”고 덧붙여 최윤 캐릭터에 대한 애정을 드러내기도 했다.
‘순둥이’ 최윤과는 또 다르게 김수로가 분하는 임태산은 ‘유쾌, 통쾌’ 터프한 쾌남형 인물이다. 남자다운 성격과 몸매에 극중 ‘아줌마 사장님’들로부터 사랑을 독차지하고 있다. 거칠기도 하지만 사랑만큼은 ‘순정바라기’ 형이다. 극중 도도하고 자기애 넘치는 홍세라(윤세아 분)와 불꽃 같은 사랑꽃을 피우고 있다. 가방을 들어주거나 꽃과 촛불이 등장하는 이벤트보다는 스키니 바지에 근육을 쑤셔 넣으며 홍세라에게 큰 웃음 한번 주는 것을 뿌듯하게 생각하는 호탕한 남자.
툭 하면 남자들과 술자리를 가지는 자유분방한 홍세라를 찾아 나서기 일쑤지만, 홍세라에게 화를 내기보다는 그 모습에 “아직 네 머리부터 발끝까지는 임태산 꺼다”는 박력 있는 멘트로 홍세라 뿐만 아니라 브라운관 너머의 여심을 사로잡는다. 하지만 최근 방송분에서 결혼을 두고 현실적으로 접근하는 임태산과 ‘결혼은 인생의 끝’이라고 생각하는 홍세라가 이별을 선언하며 갈등이 최고조에 이르며 러브라인의 변동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여기에 ‘신사의 품격’의 ‘빵’ 터지는 웃음 담당 이종혁이 가세한다. 이종혁은 극중 낙천적이고, 겁 많고, 놀기 좋아하는 천성적인 한량 이정록 역을 맡아 큰 웃음을 선사하고 있다. 낮에는 카페, 밤에는 바(bar)를 운영하는 사장으로 시선에 포착된 여성들에게는 어김없이 유혹에 나서며 결혼반지를 주머니에 넣는 바람둥이다. 이러한 바람기 때문에 항상 이혼 위기의 난간에 서 있는 이정록은 박민숙(김정난 분)에게 쩔쩔매며 그를 모시고(?) 사는 모습으로 폭소를 자아낸다. 박민숙은 김도진, 임태산의 건축사무소와 최윤의 변호사 사무실 건물주이기도 해 박민숙-이정록 가정의 평화가 곧 모두의 평화로 이어지는 코믹한 설정 때문.
아직 철이 없고 바람기 많지만 여성들을 홀리는 입담과 애교 가득한 ‘연하남’ 이미지를 가지고 가장 ‘로맨틱하고 이벤트적인’ 캐릭터로 자리 잡았다. 불혹의 나이에도 악의없는 순수함으로 무장해 시청자들의 귀여움(?)을 받고 있다. 특히 이정록 캐릭터는 그간 진지하고 카리스마 있는 역을 주로 맡아왔던 배우 이종혁에 대한 재조명 통로가 되며 하나의 관전 포인트가 되고 있다.
방송 초반 ‘중년판 꽃보다 남자’로 훈훈한 비주얼의 톱배우들의 라인업으로 기대를 모았던 ‘신사의 품격’이 시각적인 부분 뿐만 아니라 톡톡 튀는 ‘캐릭터 열전’으로 눈을 뗄 수 없는 흥미진진한 에피소드를 펼치고 있다. 극적인 요소 때문에 가끔 극단적으로 묘사되기도 하지만 극중 네 신사는 사랑의 유형, 남자의 유형을 매력적인 색깔로 그리고 있다. 일부 시청자들은 꽃미남 신사 캐릭터들을 보며 ‘비현실적’이라며 비판하기도 하지만, 오히려 이러한 ‘비현실’ 캐릭터와의 만남이 ‘신사의 품격’이 기다려지는 이유가 아닐까.
jumping@osen.co.kr
SB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