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C 예능프로그램 '무한도전'에서 방송인 노홍철은 이런 얘기를 했다. "웃으세요! 행복해서 웃는 게 아니라 웃어서 행복한겁니다"라고. '웃음'과 '긍정'의 힘을 전파하며 일명 '노긍정' 선생으로 불리기까지 한 노홍철은 어떤 시련과 고난이 닥쳐도 끝까지 웃음을 잃지 않는 모습을 보여주며 시청자들의 많은 사랑을 받아왔다.
그런데 이런 '긍정의 힘'을 전파할 또 한 명의 연예인이 여기 있다. '이긍정' 선생, 배우 이하늬다. 지난 3일 삼청동의 한 카페에서 OSEN과 만난 이하늬는 온 몸으로 긍정의 에너지를 뿜어내고 있었다. 아주 잠깐이나마 그와 이야기를 나눈 사람들을 모두 힘이 나게 만들 정도.
최근 일었던 '육식논란'과 벌침에 쏘인 일, 그리고 열애설까지 자신이 올해 삼재이긴 한가보다며 웃어보이는 그에게서 우울함과 낙심함은 찾아볼 수 없었다. 물론 마음고생은 심했을터. 그러나 이를 긍정적 마인드로 바꾸며 밝게 살아가려고 하는 모습이 '참 배울 점이 많은 배우'라는 생각을 하게끔 했다.

여배우로서는 다소 심란할 수 있는 '30살'이라는 나이에도 그는 밝았다. 서른을 맞이하는게 두려운 일이기도 하지만 그와 동시에 설렘의 기운을 더하려고 한다고. 특히 본격적으로 일을 시작하는 느낌이 든다며 30대를 맞이한 소감을 전했다.
"서른을 맞이한다는 것이 여자한테는 두려운 일이기도 한 것 같아요. 그렇지만 그와 동시에 설레요. 설렘의 기운을 더 하려고 노력했고요. 30대를 잘 보낸 배우들한테 물어봤어요. '30살 되면 어때?' 그랬더니 다들 너무 좋대요. 20대 때에는 좋은 것을 해도 잘 모르는데 30대 때는 좋은 걸 알고 느끼면서 하게 된다고 했어요. 일이든 사랑이든 모든 것을 알면서 하기 때문에 너무 좋대요. 지금에서야 그 말이 어떤 말인지 조금 알 것 같아요. 올해가 되면서부터 일을 시작하는 느낌이 들었고 어떻게 살아야 할까, 어떤 배우가 돼야할까 더 진중해지는 것 같기도 하고요. 무작정 멋모르고 덤볐던 때라는 좀 달라요. 그리고 '아, 나 벌써 서른이야'이러면서 부정적이면 끝이 없잖아요. 좋은 에너지들을 찾으려 노력해요. 스스로도 자유로워진 것 같고요(웃음)."
본격적으로 일을 하는 것 같다고 느낀다는 이하늬는 올해만 두 편의 영화로 우리 곁을 찾을 예정이다. 살인 기생충을 다룬 영화 '연가시'와 주지훈 주연 코미디 영화 '나는 왕이로소이다'가 그것. 가장 먼저 우리 곁을 찾을 '연가시'의 출연 결정 계기를 물으니 첫째는 '연가시' 연출을 한 박정우 감독, 그리고 두 번째는 탄탄한 시나리오라고 밝혔다.

"가장 큰 이유는 감독님이죠. 박정우 감독님이 저한에 '이거 니가 했으면 좋겠다'라고 말씀해주셨어요. 그리고 '연가시' 시나리오를 봤을때 제가 원래 집중력이 좋은 편이 아니거든요. 읽다가 딴짓하고 그러는데 '연가시'는 처음부터 끝까지 한 번에 읽었어요. 제가 생각했을때 '연가시'는 좋다 혹은 안좋다 호불호는 있을 수 있어도 '영화 보면서 잤어, 안잤어' 라는 물음에 100% '안 잤어'라는 대답이 가능한 영화인것 같아요. 몰입도나 장면 전환이 굉장히 빠르고 이어가는 전개가 긴박하고 몰입도가 높거든요."
앞서 '연가시'에 출연한 배우 문정희는 영하 20도 이하의 날씨 속에서 물을 맞는 장면이 힘들었다고 촬영 당시의 고충을 털어놓은 바 있다. 이하늬는 어떨까. 가장 힘들었던 점이 뭐냐고 물으니 한껏 올라간 감정선을 유지하는 것이었다고 답했다. 긴장상태를 유지하느라 촬영 현장에서 계속 뛰며 가쁜 호흡을 유지했다고.
"영화에 등장하는 대부분의 인물들이 그렇듯 극 중 연주 역시 감정이 계속 긴장 상태여서 호흡이 격정적이었을때가 많았어요. 그래서 그 격정적인 호흡을 표현하려고 현장에서는 막 뛰기도 했죠(웃음)."
'100% 치사율의 살인 기생충'. 영화 속에서 등장하는 연가시의 모습은 보는 이들을 섬뜩하게 한다. 실제로 시사회를 통해 미리 영화를 관람한 관객들 사이에서는 "공포영화인줄 모르고 봤다가 무서웠다" 등의 반응이 나오고 있는 상황. 이하늬는 '연가시'는 공포영화가 아니라 오히려 가족영화라고 생각한다는 입장을 전했다. 귀신이 등장해 깜짝 놀라게 하는 공포가 아닌 가족에 대해 한번쯤 생각해볼수 있는 따뜻한 영화라는것.
"저희 사촌언니한테 '연가시' 보러오라고 했더니 공포영화라서 보기 힘들 것 같다고 하더라고요. 우리 영화는 공포영화가 아닌데 말이에요(웃음). 사실 공포영화라기 보다는 따뜻한 메시지가 있어요. 가족적이고 사회에 대한 감독님 특유의 시각이 있죠. 오히려 가족영화라고 생각해요. 소원해졌던 부부들이나 아들딸과 대화가 안된다거나 일에 지친 남자분들이 보면서 마음이 따뜻해지실거에요. 그 부분에서 기대를 하고 있어요."
'연가시'에서는 그룹 신화의 멤버 김동완과, 오는 8월 개봉 예정인 '나는 왕이로소이다'에서는 배우 주지훈과 로맨스를 형성하고 있는 이하늬다. 두 사람 중 남자로서 한 명을 선택한다면 누구를 선택할까. '엄마가 좋아, 아빠가 좋아'를 묻는 질문 같다며 선뜻 대답을 하지 못한 그는 두 사람의 매력을 이야기하며 칭찬하기에 바빴다.

"두 사람 모두 섬세한 데가 있어요. 겉으론 털털한데 속은 세심한, 둘 다 그런 스타일이에요. 동완오빠도 가만 보면 털털할 것 같고 생각이 없을 것 같은데 절대 그런 사람 아니에요. 생각이 많고 깊은 사람이거든요. 뭐랄까. 이무기 같은 느낌(웃음)? 동완오빠랑 결혼하는 여자는 행복하겠다 이런 생각은 많이 해요. 되게 소소한 행복들을 챙기는 사람이라서요. 지훈오빠는 사람이 되게 바보같아요. 머리를 써서 '이걸 하면 대중이 좋아하겠지' 그런 스타일이 아니에요. 자기 소신이 있는 배우에요. 그리고 자기자신을 객관적으로 알아요. 저는 그게 배우의 첫 번째 덕목인 것 같아요. 내 악기가 바이올린인지 플룻인지는 알고 있어야 하잖아요. 정말 배우로서의 자질을 갖추고 있어요."
끝내 두 사람 중 누가 더 좋은지 밝히지 않은 이하늬에게 이상형에 대해 물어봤다. 본인의 일을 이해해줄 수 있는 남자가 좋단다. 겉은 화려하지만 고충이 많은 여배우의 삶을 이해해줄 수 있는 남자를 만나고 싶다고 말했다.
"점점 눈이 현실적이 되가요. 제 일을 이해해 줄 수 있는 사람이 좋아요. 그런 사람이 100에 하나도 안 되는 것 같아요. 여배우가 화려하고 꺾어보고 싶은 꽃이고 다가올 순 있지만 막 감정적으로만 움직여지는 않아요. 여배우의 생활이 이해가 필요한 일이잖아요. 남자 배우와 애정신이라도 하면 남자친구 입장에선 강심장이 아니면 안 될 것 같아요."
많은 이들이 알다시피 이하늬는 미스코리아 출신이다. 2006년 미스코리아 진 출신으로 이듬해에는 미스유니버스에서 4위에 오르기도 했다. 또한 여러 방송에서 언급이 됐듯, 이하늬는 서울대학교 대학원 국악과 석사 출신이기도 하다. 이처럼 '엄친딸'같은 화려한 스펙을 자랑하는 이하늬는 연기자로 전향한 것에 대해 마치 편안한 옷을 입은 것처럼 좋다고 말했다.
"연기에 관심을 가진 건 가야금을 오랫동안 할 때부터 종합예술형태에 심장이 뛰더라고요. 중고등학교 동안 계속 예술 쪽에 있었기 때문에 '악기를 연주하면서 노래하거나 춤추거나 연기 등을 같이 하면 안되나?' 항상 이런 생각을 했었어요. 그리고 장쯔이라는 배우가 나온 영화를 너무 좋아하는데 그를 보면서 생각을 많이 했어요. '배우가 되면 저렇게 종합예술형태인 영화에서 한국적인 것들을 표현하는 배우가 되고 싶다' 이렇게요. 늘 생뚱맞은 길을 가겠다고 생각해 본 적은 없어요. 항상 예술 안에서 움직였죠. 초등학교때 가야금이 싫어서 미술, 바이올린을 배웠고 춤추는 것을 좋아해서 백댄서를 꿈꾸기도 했고요(웃음). 연기가 가진 매력은 제가 가지고 있는 감정들을 여과없이 바로 드러낼 수 있는 점인 것 같아요. 되게 매력적이에요. 악기는 숙련된 테크닉에서 오는 카타르시스가 있긴 하지만 감정 표현을 해도 하나의 매체를 걸쳐서 표현해야 하잖아요. 그런데 연기는 달라요. 너무 좋아요. 마치 편안한 옷을 입은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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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경훈 기자 rumi@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