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아졌던" 홍성흔, 머리 변화와 베테랑의 고뇌
OSEN 강필주 기자
발행 2012.07.05 10: 21

"경기에 안나가니 작아지는 느낌이었다."
'유쾌한 쾌남아' 롯데 홍성흔(35)의 고백에 베테랑 선수의 고뇌가 상징적으로 담겨져 있다.
부상에서 회복, 지난 3일 사직 SK전을 통해 4번 타자로 복귀한 홍성흔은 "경기에 안나가니 작아지는 느낌이 들었다"고 그간의 심경을 털어놓았다.

홍성흔은 지난달 7일 대전 한화전서 오른쪽 11번 늑골에 실금이 가는 부상으로 전력에서 이탈했다. 2군 경기에서 실전 감각을 끌어올린 후 복귀한 것이 지난달 22일 잠실 LG전을 통해서였다.
롯데 부동의 4번 타자라는 점에서 입지가 흔들림 없는 홍성흔이다. 지난달 26일 사직 한화전에서 지명 4번 타자로 복귀한 그였다. 하지만 다음날 경기 중 옆구리 통증을 호소, 4경기를 결장해야 했다. 3일과 4일 사직 SK전에서 다시 4번 타자로 선발 출장, 안타를 치고도 중도에 교체되기도 했다. 뼈는 다 붙었지만 주위 근육을 단련시켜야 한다는 진단을 받은 만큼 보호 차원에서 내려진 코칭스태프의 배려다.
하지만 홍성흔으로서는 만족스런 상황이 아니다. 2주 넘게 팀을 비우면서 적지 않은 마음 고생을 했다. "완벽했을 때의 80%"라고 몸상태를 설명한 홍성흔은 "인생이 다 좋으면 어떡하나"라며 스스로 위안을 찾는 모습이다.
그렇지만 이내 "고참이 돼서 아프니 더 서럽더라"는 홍성흔은 "날짜가 하루하루 가는 것이 아깝고 여유가 없어지더라"면서 "해놓은 것 없이 아프면 은퇴해야 하는 건가 싶었다. 그동안 까먹은 거 이제 메워야 할 때"라고 강조, 스스로 책임감을 지는 모습이다. 베테랑으로서 들 수 밖에 없는 생각들을 슬쩍 털어놓은 것이다.
독특하지만 고개가 끄덕여지는 염색과 관련한 발언도 홍성흔의 마음을 대변한다. 홍성흔은 최근 머리를 짧게 깎거나 염색 혹은 삭발하는 분위기에 대해 타이밍을 강조했다. "그런 것도 다 흐름이 있다"는 그는 "삭발을 하는 이유는 인터넷 댓글을 보기 때문"이라며 팬들의 직접적인 목소리에 반응하는 선수들의 모습이라고 너스레를 떨었다.
특히 "삭발보다 더 비장할 수 있다"면서 머리색을 염색하는 것에 남다른 의미를 부여했다. 홍성흔은 "나이 드신 분들이나 동료들이 보기에 염색이 좋지 않게 보일 수 있다. 나이 먹고 왜 저러나 할 수도 있다. 바로 눈에 띄기 때문에 팬들도 원색적인 질타를 직접적으로 가한다"면서 "그렇기 때문에 야구를 더 잘해야 한다. 그런 욕을 먹지 않기 위해서라도 야구에 더 집중하게 된다"고 설명했다.
홍성흔은 4일 사직 SK전을 앞두고 전날보다 더 짧게 머리를 깎은 것은 물론 왼쪽 귀를 지나 목덜미까지 이어지는 강한 스크레치로 액센트를 줬다. 마침 양승호 감독과 취재진이 있는 곳에 나타난 홍성흔은 "경기에서 빠질 때마다 스크레치를 새길 것"이라고 농담, 전날 경기 중 자신을 뺀 불만을 표시해 양 감독의 웃음을 자아냈다.
그렇지만 홍성흔은 이런 모든 분위기를 잘 헤아리고 있는 베테랑이다. 홍성흔은 "아직 치고 나면 숨쉬기가 힘들 정도로 통증이 있다. 올스타전 이후 치고 나가기 위해 감독님이 배려하신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면서 "쉰다고 되는 것이 아니라 경기를 하면서 단련해 나가야 하는 부분이다. 감독님의 배려에 감사한다"고 웃어보였다.
물론 이런 진중한 홍성흔의 마음은 "뇌수술 환자 같다"는 포수 강민호의 말 한마디로 이내 희석돼 버리기도 했다. 그러나 여전히 롯데 덕아웃의 중심을 잡는 고참으로서, 팀 핵샘 타순으로서 홍성흔의 자리는 빛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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