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마 ‘마이더스’부터 ‘뿌리깊은 나무’, ‘더 킹 투하츠’까지 압도적인 카리스마로 시청자들의 사랑을 받았던 윤제문이 ‘나는 공무원이다’를 통해 자신의 직업에 200% 만족하며 평온한 일상을 즐기는 ‘귀요미 공무원’으로 180도 변신했다.
‘나는 공무원이다’는 윤제문의 단독 주연작으로 더욱 관심을 모은다. 평소 신 스틸러 즉 여러 영화에서 감칠맛 나는 연기로 관객의 시선을 ‘빼앗아’ 가는 조연으로 활약했던 그는 ‘나는 공무원이다’에서는 강렬한 마스크와 대비(?)되는 능글맞은 생활밀착형 코미디 연기를 선보인다.
그의 코미디 연기는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영화 ‘차우’, ‘평양성’, ‘좋은 놈 나쁜 놈 이상한 놈’에서 핀란드 유학파 엘리트 포수, 계략 정치의 달인 고구려의 민폐남, 다국적 마적패 두목 역할로 코미디 연기를 시도했지만 대중들은 그를 주로 악인, 조폭, 복수의 화신 등 카리스마 넘치는 악역으로 기억한다. ‘비열한 거리’, ‘우아한 세계’에서는 조폭 역을 너무 리얼하게 소화해 진짜 조폭이 아니냐는 의혹도 받았던 그다. 유독 악역 연기를 한 작품이 큰 사랑을 받는 이유가 무엇인 것 같냐고 묻자 윤제문은 “그러게요. 왜 그럴까 모르겠어요. 내가 얼굴이 좀 악하게 생겼나?”라며 헛헛하게 웃었다.

아래는 윤제문과의 일문일답

-단독 주연작이다. 부담감은 없었나?
부담감은 물론 있죠. 책임감도 있구요. 그런데 작품이 워낙 재밌었고 무엇보다 캐릭터에 욕심이 났어요. 제가 기존에 해보지 못한 캐릭터라 도전해 보고 싶었어요. 그동안 해왔던 역할과 다르게 대중들에게 편안히 다가설 수 있는 작품이 아닐까 해요.
-전작들에서 쌓았던 강한 이미지를 어느 정도 지우고 싶었나?
강한 이미지를 지우고 싶었다거나 애써 지우려고 노력을 한 건 아니에요, 뭘 의도하거나 하지 않고 그냥 시나리오에 씌여 있는 대로 했어요.(웃음)
-명품조연에서 단독주연이 됐다. 무엇이 가장 달라지던가?
크게 달라질 건 없고 주연을 맡은 경우 현장에 가면 내 위주로 카메라가 돌아가고, 내 위주로 현장이 움직이죠. 또 감정을 쭉 이어서 한 작품을 다 소화하다 보니 감정의 시작과 끝맺음이 있어서 완성된 작품을 했다는 뿌듯함이 느껴져 좋은 것 같아요. 그런데 조연도 나름 치고 빠지는 매력이 있어요.(웃음)
-영화 속 공무원 대희는 공무원 사회 속에 존재하는 무한 경쟁에 뒤쳐지지 않기 위해 열심히 노력한다. 배우로서 경쟁에 뒤처지지 않기 위해 하는 노력이 있다면?
기본적으로 연기가 경쟁이라고 생각하지 않기 때문에 특별하게 노력하는 건 없어요. 작품 속 인물을 좀 더 체화시키려고 운동을 한다던가 그런 거지 누구하고 경쟁한다고 생각해 보진 않았어요. 지금은 다음 작품 ‘전설의 주먹’을 준비하면서 액션스쿨에 가서 운동을 해요. 개인적으로는 동네 체육관에 등록해서 운동하구요.
-극중 대희는 걸그룹 2NE1을 좋아한다.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걸그룹이 있나?
소녀시대, 원더걸스 정도는 아는데 좋아하고 그러진 않아요.(웃음) 대희처럼 TV 보는 게 취미도 아니구요. 제 취미는 뒷산에 올라가서 산책하는 거에요.
-영화 속에서 대희가 록 LP판과 팝 백과사전을 들추며 회상에 빠지는 장면이 있다. 배우 윤제문에게도 그런 추억들이 있나?
록음악에 아예 관심이 없었어요. 음악잡지 같은 것을 본 적도 없고. 10대 때는 클래식기타 쪽에 관심이 있었고, 20대 때는 연극에 빠져 지냈던 것 같아요.

-‘흥분하면 지는 거다’라던 대희는 음악에 제대로 흥분했다. 구자홍 감독은 기자간담회에서 영화의 원제는 ‘위험한 흥분’이었다고 밝힌 바 있다. 촬영 중 제일 흥분됐던 순간은?
삼삼은구 밴드와 함께 무대에 서서 연주하던 장면이 아닐까 해요. 그런데 촬영 일정이 워낙 빡빡해서 정신없이 찍었어요. 시간이 돈이니까 지체할 수가 없잖아요. 그래서 바짝 긴장하고 집중해서 찍었죠. 저는 별로 어려운 게 없었는데 촬영하는 스태프들이 뭔가 어려워했던 것 같긴 하네요.(웃음)
-삼삼은구 밴드 멤버로 나오는 배우 성준이 선배 윤제문에게 ‘순간에 있는 너를 믿어라’라는 조언을 들었다고 밝혔다. 무슨 뜻인가?
전 제가 그런 말을 했는지도 모르겠어요.(웃음) 연기할 때 자신이 하는 말과 행동에 있어 자신감을 가지라는 말이겠죠. 스스로를 의심하지 말고 믿으라는.
-애드리브를 잘 하지 않는 편이라던데 특별한 연기철학이 있나?
연기철학이라기 보다는 그냥 대본에 충실하려는 거에요. 대본에 주어진 대사의 감정을 좀 더 깊이 수직적으로 파서, 진실하고 진지하게 다가선 다음 체화 시키려는 편이죠. 애드리브를 칠 때도 있고 안 칠 때도 있는데 사전에 감독님과 얘기하면서 이런 건 어떻겠냐 상의를 해보고 하죠. 좋은 애드리브가 나오면 쳐요.
-‘나는 공무원이다’에서 애드리브로 탄생한 장면은?
극중 대희가 자기 책상에 앉아서 손가락을 이용해 베이스기타를 연습하는 장면이 있어요. 원래는 책상을 두드리며 연습하는 장면이었는데 제가 앉은 의자 손잡이를 보니 덜렁덜렁 하더라구요. 그래서 책상대신 덜렁거리는 손잡이를 두드리면 더 재밌지 않겠냐고 했어요.
-단독주연작 ‘나는 공무원이다’에 이어 차기작 ‘전설의 주먹’과 ‘동창생’에서는 다시 조연을 맡았다. 단독 주연, 욕심나지 않나?
전혀 안 나요.(웃음) 무슨 역할이든 주어지면 열심히 하는 거죠. 들어오는 작품 중 재미있고 좋은 작품, 욕심나는 작품을 골라서 해요. 조연, 주연은 안 가려요.
-‘나는 공무원이다’ 관객 스코어를 예상해 본다면?
‘몇 만이 들었으면 좋겠다’ 이런 예상은 안 해요. 그냥 열심히 찍었고 이제 개봉을 하니까 많이들 보러 가주셨으면 좋겠어요.
nayoun@osen.co.kr
정송이 기자 ouxou@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