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놀이는 왜 안방 찬밥 신세가 됐나
OSEN 윤가이 기자
발행 2012.07.05 17: 33

안방극장에 로맨스가 잘 안 팔린다. SBS 주말 특별기획 '신사의 품격'이 시청률 20%를 돌파하며 인기를 얻고 있을 뿐 그외 로맨스를 주로 다룬 드라마들은 탄력을 받지 못하는 분위기다. 오히려 KBS 2TV '각시탈'이나 '넝쿨째 굴러온 당신', SBS '추적자', '유령' 같은 시대극, 가족극, 장르드라마 등이 시청률 면에서도 재미를 보고 이슈 몰이에도 성공하고 있다.
'로코 귀재' 홍자매 작가의 KBS 2TV 월화드라마 '빅', '로코퀸' 김선아가 주연한 MBC 수목드라마 '아이두 아이두'(이하 아이두) 등은 시청률 한 자릿수를 벗어나지 못하고 고전 중이다. '빅'의 경우 '미남이시네요', '최고의 사랑' 등 다수의 인기 로코를 배출한 홍자매 작가의 대본에 5년 만에 드라마에 복귀한 배우 공유, '요정' 이민정의 출연만으로도 업계 안팎의 큰 관심을 받았던 작품. KBS 편성을 두고 SBS가 탐을 냈을 만큼 흥행성이 기대됐던 드라마다. 하지만 방송 중반을 넘어선 현재까지도 시청률 두 자릿수 진입 자체가 힘이 든다.
'아이두'의 경우에도 역시 흥행불패 김선아의 저력이 기대됐지만 동시간대 '각시탈'과 '유령' 등 쟁쟁한 라이벌들을 상대하면서 흥행 재미를 못 봤다.

반면 일제 강점기의 영웅담을 그린 '각시탈'이나 액션, 수사 코드로 범벅된 '추적자', 지난 3일 종영한 시대극 MBC '빛과 그림자' 등 멜로나 로맨스보다 현실적인 주제를 다룬 드라마들은 빛을 봤다. 물론 이 작품들 속에도 멜로 라인은 존재하지만 일제 강점기의 영웅담(각시탈)이나 대권 주자와 소시민 형사의 불합리한 대결(추적자) 등을 선 굵게 그려내는 묵직한 스토리가 주를 이룬다.
사랑에 웃고 우는 남녀주인공의 에피소드, 결국 해피엔딩으로 귀결되기 쉬운 달달한 판타지가 다소 주춤거리고 있는 건 왜일까.
이와 관련 한 드라마국 관계자는 "최근 장르 드라마 열풍이 불면서 시청자들의 시선이 분산됐다"며 "영화나 미드(미국드라마)에 열광하는 젊은 시청자들이 다양한 장르와 거대 스케일의 작품들을 선호하는 경향이 다분하다. 거기에 중장년층에게 꾸준히 잘 통하는 시대극이 고루 나오고 있는 점도 로코물들의 흥행을 방해하는 요소다"고 말했다.
또 다른 드라마 제작사 한 관계자는 "'빅'과 '아이두'가 기대이하의 성적을 내고 있는 건, 단지 경쟁작들과의 대진운 때문만은 아닌 것 같다. 대본과 연출상의 허술함이 그대로 드러나고 과도한 PPL 등이 몰입을 방해하는 것도 큰 원인이다. '신사의 품격'이 시청률 20%를 넘어서고 있는 건 어찌됐든 작가와 연출의 호흡이 잘 맞아떨어진 데 따른 성과다"라는 의견을 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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