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힘들어요" 고백한 사도스키, 자진강판한 사연
OSEN 강필주 기자
발행 2012.07.06 00: 22

"힘들어요."
양승호 롯데 감독이 외국인 선발 투수 라이언 사도스키(30)의 하소연에 웃음보를 터뜨렸다.
5일 경기 직전 내린 비 때문에 우천 연기된 사직 SK전에 앞서 취재진과 만난 양승호 감독은 사도스키 때문에 마운드에 서서 한바탕 웃을 수 밖에 없었던 사연을 소개했다.

사도스키는 전날(4일) SK전에 선발 등판, 6⅓이닝 동안 7피안타(1홈런) 1볼넷 3탈삼진으로 2실점, 시즌 5승에 성공했다. 5-3 승리에 보탬이 된 것은 물론 팀의 3연패 후 연승의 가교 역할을 훌륭하게 해냈다.
재미있는 것은 사도스키의 교체 과정. 사도스키는 5-1로 앞선 7회 김강민에게 좌측 2루타를 맞은 후 임훈에게 우전적시타를 맞았다. 5-2로 추격을 허용한 상태.
이에 양 감독은 통역을 대동한 채 마운드로 올라갔다. 권영철 구심이 투수 교체를 표시하는 새 볼을 들어보였지만 양 감독은 '넣어두라'는 사인을 보냈다.
무엇보다 양 감독은 "사도스키를 교체할 경우는 통역 필요 없이 혼자 마운드에 오른다"고 원칙을 밝힌 바 있다. 사도스키가 워낙 능숙한 한국어를 구사하기 때문이다. 그저 "수고했어" 한마디면 사도스키는 "네"라는 말과 함께 1루수에게 볼을 건넨 후 벤치로 물러난다. 그런데 이날 양 감독은 통역을 대동하고 마운드에 올라 사도스키를 이례적으로 내렸다.
이에 양 감독은 "사도스키가 실점을 한 상태에서 상대 벤치가 "대타 이호준을 준비시키고 있었기에 '괜찮냐'고 격려만 한 후 계속 던지게 할 생각이었다"고 밝혔다. 포수 용덕한에게 물어본 결과 "구위가 나쁘지 않다"는 평가까지 받아 놓았다.
그런데 마운드에 오르자 상황이 급변했다. 양 감독은 으레 하는 안부의 말로 사도스키에게 "힘드냐"라고 물었다. 그런데 뜻밖에도 사도스키의 답변이 걸작이었다. 보통은 "괜찮다"고 말하는 사도스키였지만 이날은 "네, 힘들어요"라며 한국말로 또렷하고 유창하게 말한 후 "바꿔주세요"라고 요청을 했기 때문이다.
예상치 못한 대답에 당황한 양 감독. 결국 블펜에서 몸을 풀고 있던 최대성을 올릴 수 밖에 없었다. 포수 용덕한은 "사도스키의 구위에는 아직 힘이 있었다. 하지만 볼이 조금씩 몰린 것은 사실이었다. 그래서 어쩌면 교체하는 것이 나을 수도 있었다"고 말했다.
이에 양 감독은 "선발 투수가 잘던지더라도 5회부터는 불펜 투수들을 준비시킨다"면서 "갑자기 무너지는 경우에 대비하기 위해서"라고 말해 가슴을 쓸어내렸다. 그러면서도 "미국에서 아내가 와서 힘든가"라며 의미심장한 한마디를 슬쩍 남겨 순식간에 덕아웃을 웃음바다로 만들었다.
letmeout@osen.co.kr

Copyright ⓒ OSEN.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