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도 승패에 의미를 두지 않았다. 그러나 포복절도할 세리머니와 흥미진진한 골다툼, 헛발질과 쑥스러운 미소가 뒤섞인 끝에 승리라는 덤까지 얻어낸 쪽은 '하극상'을 노리던 아우들이었다.
5일 오후 7시 서울 월드컵경기장에서 펼쳐진 '2002 월드컵 대표팀 초청, 하나은행 K리그 올스타전 2012'이 TEAM 2012의 6-3승리로 끝났다. 그러나 시즌에 단 한 번뿐인 K리그의 화려한 축제는 2002 한일월드컵의 영웅들과 함께 즐거움과 웃음, 감동과 재미를 선사하며 화려하게 막을 내렸다.
붉은 물결이 한국을 뒤덮었던 2002년의 기억이 서울 월드컵경기장에 되살아났다. 이틀 연속으로 이어진 호우주의보에 오후가 될수록 빗줄기는 점점 굵어졌지만 팬의 사랑을 막을 수는 없었다.

이날 올스타전은 히딩크 감독이 이끄는 2002년 한일월드컵 멤버로 구성된 TEAM 2002와 신태용 성남 일화 감독이 이끄는 K리그 올스타 TEAM 2012의 경기로 진행됐다. 승패보다 재미가 더 중요한 '팬서비스'의 경기였지만 선수들은 그라운드 위에서 최선을 다하는 모습을 보여주며 팬들에게 즐거움을 안겼다. 특히 TEAM 2002는 체력적인 어려움에 시달리면서도 열심히 뛰는 모습을 보여 박수를 받았다.
TEAM 2012의 선공으로 시작된 경기는 의외로(?) 노익장을 과시한 TEAM 2002의 강공으로 초반부터 달아올랐다. 전반 2분 역습 찬스에서 김남일이 왼쪽 측면으로 돌파하며 TEAM 2002가 먼저 기회를 잡았다. 안정환의 패스를 받은 유상철이 아크 정면에서 오른발 슈팅을 날려봤지만 현역시저처럼 공은 힘없이 굴러 김영광 골키퍼의 품에 얌전히 안겼다.
선배들의 거센 공격에 잠시 주춤하던 후배들은 이내 팀을 가다듬고 반격에 나섰다. 최진철과 김태영 등 TEAM 2002의 수비진을 따돌리며 이승기가 날렵한 오른발 슈팅을 날려봤지만 크로스바를 맞고 나갔다. 후배들에게 선제골을 허용할뻔한 TEAM 2002 선수들은 가슴을 쓸어내렸다.
빛나는 노익장을 과시하던 TEAM 2002는 "10분이나 뛸 수 있을지 모르겠다"던 이동국의 말처럼 전반 10분이 지나자 조금씩 점유율을 TEAM 2012에 양보했다. 에닝요의 슈팅을 몸을 날려 막아낸 이운재 골키퍼의 선방쇼가 아니었다면 전반에만 최소 3골은 들어갔을 터였다.
하지만 결국 선제골은 후배들의 몫이었다. 후반 14분 하대성의 스루패스를 받은 에닝요가 이운재 골키퍼를 제치고 골을 성공시켰다. 선제골을 성공시킨 TEAM 2012는 김영광 골키퍼가 앞구르기로 굴러가 선수들을 쓰러뜨리는 '볼링공 세리머니'로 경기장을 웃음바다로 만들었다.
선제골을 넣은 TEAM 2012는 내친김에 2분 만에 한 골 더 터뜨리며 형님들의 기를 죽였다. 오른쪽 측면에서 김형범이 올려준 크로스를 이승기가 받아 이동국에게 밀어준 것을 '라이언킹'이 받아 골로 연결시켰다.

아우들에게 체면을 구긴 TEAM 2002는 송종국의 날카로운 코너킥을 최진철이 헤딩슛으로 연결, 골을 노려봤지만 김영광은 철벽처럼 형님들의 공격을 막아냈다. 오히려 곧바로 역습 찬스를 만든 TEAM 2012는 하대성의 절묘한 패스를 받은 이동국이 힐킥으로 TEAM 2012의 세 번째 득점을 만들어냈다.
3점을 먼저 실점한 TEAM 2002는 전반 24분 한 번에 6명의 선수를 교체하며 체력 안배와 분위기 반전에 들어갔다. 히딩크 감독의 교체작전은 절묘하게 맞아들어 설기현의 패스를 받은 최용수가 전반 25분 왼발슛을 성공시켰다. 가뭄에 단비처럼 기다렸던 TEAM 2002의 첫 골이었다.
선수교체 후 부쩍 흐름이 살아난 TEAM 2002에 두 번째 골을 안긴 이는 박지성이었다. 전반 30분 설기현이 골라인 근처까지 공을 끌고 들어가다 골문 앞의 박지성을 보고 연결해준 것이 그대로 적중했다. 골문 바로 앞에서 김영광 골키퍼를 꼼짝도 못하게 만들며 두 번째 만회골을 성공시킨 박지성은 '쉿 세리머니'와 함께 그대로 히딩크 감독에게 달려가 안겼다. 포르투갈전 감동을 안겨줬던 그 때 그 세리머니의 재현이었다.

전반전을 3-2 펠레스코어로 마친 두 팀은 후반 10분 가량이 지나도록 골을 성공시키지 못하며 소강상태에 들어갔다. 그러나 후반 13분 하대성이 오른발로 크로스를 올렸고 에닝요가 머리로 정확하게 밀어넣으며 TEAM 2012가 추가골을 뽑았다.
4-2로 앞서나가며 형님들에게 추격을 허용하지 않겠다는 의지를 뽐낸 TEAM 2012는 올스타전답지 않은 철벽수비를 뽐냈다. 체력적인 한계에 시달린 형님들이 고군분투하는 사이 후반 30분 TEAM 2012의 5번째 골이 터졌다. 에닝요의 크로스를 재치있게 받아넘긴 하대성의 칩슛이 최은성 골키퍼를 훌쩍 넘기며 골로 연결된 것.
이에 질세라 후반 33분, 박지성이 TEAM 2002에 골찬스를 만들어봤지만 아쉽게 골로 연결되지 않았다. 오히려 이 틈을 놓치지 않은 TEAM 2012의 이동국이 잽싸게 6번째 골을 터뜨리며 자신의 올스타전 최다골 기록을 13골로 경신했다. 그러나 TEAM 2002는 경기종료 직전 황선홍의 만회골로 한 점 추격에 성공, 6-3으로 경기를 마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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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월드컵경기장=민경훈 기자 rumi@osen.co.kr 백승철 기자 baik@osen.co.kr 곽영래 기자 youngrae@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