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시즌 10승은 누가 먼저 할 것인지 결정될 날이다. 두 명은 팀의 외국인 에이스로서 자존심을 불태울 예정이고 또 한 명의 좌완은 국내 좌완 에이스 수난의 시기 속에서 두각을 나타내기 위해 10승에 도전한다. 삼성 라이온즈의 장원삼(29)과 두산 베어스의 더스틴 니퍼트(31), LG 트윈스의 벤자민 주키치(30)가 2012시즌 10승 선착을 위해 6일 동시에 마운드에 오른다.
장원삼은 6일 부산 사직구장서 롯데 자이언츠 송승준(32)을 상대로 시즌 10승에 도전하고 니퍼트와 주키치는 잠실벌에서 각각 선발로 맞대결을 펼친다. 장원삼은 올 시즌 9승 3패 평균자책점 3.21(5일 현재)을 기록하며 국내 좌완 선발로서 자존심을 지키고 있다. 니퍼트는 9승 4패 평균자책점 2.96, 주키치는 9승 2패 평균자책점 2.39로 서울팀 선발 로테이션의 으뜸 카드다.
시즌 초중반 활약상이 남다른 선수들인 만큼 누가 먼저 10승에 도전할 것인지 주목할 만 한 6일이다. 최대 두 명이 10승 고지를 밟을 것이며 최악의 경우에는 세 명 모두 10승 등정을 다음으로 미룰 수도 있다.

초반 흔들리는 모습으로 인해 계투로도 등판하며 아쉬움을 샀던 장원삼은 어느새 자기 페이스를 확실하게 찾으며 다승 부문 윗줄에 자신의 이름을 올려놓고 있다. 특히 장원삼은 2006년 현대에서 데뷔한 이래 짝수해에는 언제나 두 자릿수 승수를 올리는 발군의 활약을 선보이는 중. 장원삼의 커리어하이 승수는 2010년 13승이다.
시즌 절반 가량이 남은 만큼 이변이 없는 한 장원삼의 2012시즌 두 자릿수 승리는 확실시 되고 있다. 올 시즌 롯데를 상대로 2경기서 1홀드 평균자책점 1.17을 기록한 장원삼은 롯데 타선을 상대로 1할2푼의 특급 피안타율을 기록 중이다. 깔끔한 투구폼에서 나오는 제구 되는 직구와 날카로운 슬라이더가 제대로 먹혀들어 시즌 10승 가능성도 꽤 높은 편이다.
경기장 밖에서는 절친한 사이인 니퍼트와 주키치이지만 시즌 10승은 양보할 수 없는 수확물. 지난해 15승을 올리며 최고 외국인 투수로 활약한 니퍼트는 지난 5월 20일 잠실 LG전서 8이닝 9피안타 5실점 노디시전을 기록했던 바 있다. 올 시즌 두산 상대 2승 무패 평균자책점 3.15로 위력을 보여주는 주키치에 비해 다소 밀리는 듯한 성적이다.
그러나 니퍼트의 경우는 당시 2회 5실점 후 그대로 마운드를 지키며 8회까지 116구 투구로 에이스 노릇을 충분히 했다. 지난 시즌에 비해 올 시즌 니퍼트는 공의 탄착군을 아래로 낮추면서 탈삼진보다는 땅볼 유도에 더욱 집중하는 중. 니퍼트가 가장 까다로워하는 타자인 이병규(9번) 등 좌타 라인이 니퍼트를 집중타로 흔들 수 있을 것인지가 관건이다.
주키치는 기교파 좌완으로서 크로스스탠스의 특이한 투구폼과 일정한 릴리스포인트에서 나오는 컷 패스트볼-체인지업을 앞세워 두산 타자들에게 제대로 먹혀드는 투구를 펼쳤다. 그러나 전담 포수로 나서던 심광호가 최근 무릎 수술을 받아 김태군 혹은 윤요섭이 주키치와 호흡을 맞출 예정이다. 둘 모두 재능을 갖춘 포수들이지만 의외로 까다로운 성향인 주키치의 10승 도전 변수가 될 수 있다.
또한 최근 두산 타자들은 출루 시 적극적인 발놀림을 자주 보여주고 있다. 좌투수 주키치인 만큼 뛰기가 쉽지는 않겠지만 주키치 입장에서도 주자 출루 시 투구만이 아닌 견제에도 신경써야 한다는 점은 여간 까다로운 일이 아니다. 두산의 발빠른 주자들이 얼마나 자주 출루해 LG 배터리를 흔드느냐가 10승이 주키치에게 갈 지, 아니면 니퍼트에게로 향할 지 결정될 전망이다.
선발 로테이션에 포함된 선수들이 가장 자주 꼽는 목표 중 하나가 바로 10승이다. 풀타임을 치르면서 팀이 믿을 수 있는 선발 카드가 되었음을 증명하는 숫자이기 때문이다. 국내 선발 투수의 자존심이 되고 있는 장원삼과 파란 눈의 에이스들 니퍼트와 주키치 중 경기 종료와 함께 웃는 이는 누가 될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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니퍼트-장원삼-주키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