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4일 목동구장에서는 한화 이글스의 포수 정범모(25)가 홈런 치고 그라운드를 도는 도중 1루 베이스로 되돌아오는 작은 해프닝이 있었다.
정범모는 이날 목동 넥센 히어로즈전에서 팀이 1-5로 뒤진 3회 선두타자로 나와 상대 선발 앤디 밴 헤켄으로부터 좌중간 솔로포를 때려냈다.
비거리 120m의 큼지막한 타구였기에 정범모는 타격 후 천천히 1루로 갔다. 1루를 돌아 2루로 향하던 정범모는 되돌아와 1루 베이스를 밟고 다시 뛰었다. '누의공과'를 범할 뻔 했던 그는 이영우 코치가 지켜보던 가운데 1루를 확실하게 밟은 뒤 다른 베이스들을 모두 거쳐 홈으로 들어왔다.

누의공과는 타자가 안타를 치고 베이스를 터치하지 않아 아웃을 선고당한 경우를 말한다. 만약 타자가 홈런을 치고 3루를 밟지 않았을 경우에는 2루타로 기록이 된다. 안전하게 진루한 마지막 루까지만 인정되는 것이다. 정범모가 1루를 밟지 않고 그대로 홈으로 들어와 아웃됐다면 정범모는 안전하게 진루한 루가 없어 안타로도 기록되지 않는다.
국내 프로야구 최초의 누의공과 아웃은 1985년 6월 15일 윤동균 현 KBO 경기감독관이 OB 베어스 소속일 때 기록했다. 윤동균은 이날 대전 삼성전에서 3회 2루타를 쳤으나 1루를 밟지 않아 안타가 취소됐다.
이후 프로야구에서는 26번의 누의공과가 더 발생했다. 가장 최근의 누의공과는 유명하다. 삼성의 내야수 채태인은 지난해 5월 3일 사직 롯데전에서 2회 1루주자로 나섰으나 신명철의 안타 때 뜬공인 줄 알고 1루로 돌아가다가 타구를 확인한 뒤 2루를 밟지 않고 1루에서 3루로 그대로 질주해 아웃됐다.
이때 신명철은 우중간 2루타성 타구를 때리고 2루에 도달했으나 선행주자 채태인이 2루에서 포스아웃 처리되는 바람에 2루타가 보기드문 우익수 앞 땅볼로 강등되고 아웃되는 불운을 겪기도 했다.
정범모는 그날 11경기 만에 시즌 3호포, 개인 통산 4호포를 때려냈다. 그러나 홈런의 설렘에 잠시 기본 규칙을 어기며 홈런을 잃어버릴 뻔 했다. 다만 누의공과는 어필 아웃이기 때문에 넥센에서 알아차리지 못했다면 넘어갈 수도 있는, 재미있는 상황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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