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기태 감독이 무리한 선수기용을 피하는 이유
OSEN 윤세호 기자
발행 2012.07.06 11: 26

“솔직히 감독 욕심이면 주전 선수들을 모두 기용하고 싶다. 하지만 감독 욕심으로만 경기를 풀어나갈 수는 없다.”
LG 김기태 감독이 위기 속에서도 부상 선수들을 철저히 관리하며 선수단 컨디션 조절에 힘을 쏟고 있다. LG는 최근 10경기 2승 8패로 5할 승률에 -4까지 떨어졌지만 마치 시즌 초반처럼 무리한 기용은 삼가는 중이다.
지난 6연패 기간 동안 손목 부상에 시달린 이병규(9번)가 6월 24일 잠실 롯데전을 시작으로 6월 27일 잠실 KIA전까지 3경기 연속 선발로 출장하지 않았다. 4번 타자 정성훈도 허리 통증으로 6월 27일부터 2경기를 결장했고 3일 경기도 뛰지 않았다. 4일 잠실 삼성전에선 이병규(7번)와 오지환이 체력안배 차원에서 벤치만 지키다가 9회말 대타로 한 타석만을 소화했다.

당장의 1승이 급한 상황에서 이처럼 팀의 주축 선수들이 빠지는 일은 드물다. 특히 누구보다 승리와 패배에 큰 책임을 지고 있는 감독이 이런 판단을 내리는 것은 자칫하면 ‘무한 긍정주의’, 혹은 ‘만만디’로 비춰질 수 있다.
하지만 김 감독은 당장의 위기에서 벗어나기 위해 선수들을 무리시킬 수 없다는 뜻을 확고히했다. 김 감독은 “부상이 왔을 때 당장 완전히 빼주는 게 (부상 회복을 위해)중요하다. 괜히 대수비 혹은 대주자로 나가는 것보다 완전히 쉬어야 회복이 빠르다. 선수에게 빨리 돌아올 수 있게 회복에 전념하는 시간을 준다고 보면 된다”고 말했다. 
김 감독은 올 시즌 LG가 유난히 팀 훈련 대신 자율훈련을 자주 하는 것과 관련해서도 비슷한 이론을 펼쳤다. LG는 원정 3연전 이후 첫 경기나 주말 낮 경기, 그리고 우천연기 가능성이 높은 경기에 앞서 자율훈련을 부여했다. 5일에도 비가 그칠 줄 모르자 김 감독은 자율훈련을 지시, 부상 선수들이 회복에 전념할 수 있도록 했다.
김 감독은 “내가 선수로 뛸 때에도 마찬가지였지만 선수들은 비가 오면 쉬고 싶어진다. 선수들 머릿속에 있는 걸 미리 베풀고 싶었기 때문에 자율훈련 결정을 내렸다”며 “자율훈련인 만큼 부상자들은 회복에 더 집중할 수 있을 것이다. 혹시 이를 악용하는 선수가 나올 수도 있는데 그런 경우가 발생한다면 엄중한 처벌을 가할 생각이다”고 밝혔다.
물론 김 감독도 누구보다 팀의 승리를 원하며 주축 선수가 부상에도 투혼을 발휘해 자기 역할을 해주길 바란다. 그래도 김 감독은 “솔직히 감독 욕심이면 주전 선수들을 모두 기용하고 싶다. 하지만 감독 욕심으로만 경기를 풀어나갈 수는 없다”면서 “부상 선수의 경우, 당장 하루가 아닌, 1년 혹은 그 이후의 미래가 중요하다”고 차분하게 말했다.
지금까지 LG에는 주축 선수 중 이진영 외에는 장기간 결장한 선수가 없다. 박용택, 정성훈 등 주요 타자들의 출장 경기수도 지난 시즌에 비해 최대 5경기가 줄어들었고 선발진 원투펀치 주키치와 리즈의 5일 간격 등판 횟수도 지난 시즌과 비교해 눈에 띄게 적어졌다. 김 감독의 이러한 결정이 결국에는 LG의 반전 카드로 돌아올 수 있을지 지켜볼 부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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