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형적인 한국공포영화의 기름기를 쫙 뺀 신개념 공포물이 탄생했다.
박한별, 김지석, 박진주 주연의 영화 ‘두 개의 달’이 지난 2일 언론배급시사회를 통해 숨겨뒀던 공포의 실체를 공개했다.
‘두 개의 달’은 산속 어느 외딴 집에서 일어나는 의문의 사건들을 중심으로 이야기를 전개시킨다. 사람이 차례로 죽어나가는 캠프장이나 동굴을 배경으로 했던 영화 ‘데드캠프’나 ‘디센트’처럼 ‘두 개의 달’은 폐쇄된 한 공간에 갇힌 세 사람이 느끼는 숨통을 조여오는 갑갑함과 압박감을 모토로 삼는다.

‘두 개의 달’은 반복되는 시간과 한정된 공간이라는 독특한 설정을 앞세워 기존 공포영화들이 공포감을 조성하기 위해 내세웠던 다이나믹한 시각효과나 유혈이 낭자하는 잔인성, 음산한 음향효과를 최소화시켰다. 공포영화적인 ‘장치’를 최소화 한, 공포영화로서는 ‘기름을 쫙 뺀’ 담백함으로 차별화를 꾀한 것.
더불어 각자 비밀을 간직한 채 한 곳에 모인 세 남녀가 함께 사건의 실체를 쫓으면서도 서로가 서로를 의심할 수밖에 없도록 만드는 미스터리한 설정은 ‘두 개의 달’이 단순한 공포 장르를 뛰어 넘어 심리 스릴러로서의 요소까지 갖추게 만들었다.
폐쇄된 공간에 갇힌 인물들, 서로를 의심하며 비극으로 치닫는 전개 등은 일정부분 기존 외국 공포영화들의 컨벤션들을 모범적으로 따르고 있는 듯 보이기도 하지만, ‘두 개의 달’은 한국에서는 시도된 바 없는 신개념 레이블이다. 한국공포영화라고하면 자연히 한(恨) 서린 영혼이나 머리를 길게 늘어뜨린 소복입은 귀신을 떠올리기 마련이지만 ‘두 개의 달’은 이를 철저히 배제시켰다.
‘두 개의 달’은 ‘오락적 요소가 강한 공포 영화를 만들자’는 취지 아래 설립된 국내 유일의 공포영화전문제작사 고스트 픽쳐스의 창립작이다. 제작사 대표이자 이 영화의 각본을 쓴 이종호 공포문학작가는 “공포가 오락적 요소가 강한 장르인데 기존 공포영화가 한(恨)이라던지 저주 등 한쪽으로 몰리는 경향이 있어서 개인적으로 안타까웠다”며 “롤러코스터를 타는 것처럼 오락적인 요소가 충분한 공포영화를 만들고 싶어 이번 시나리오를 쓰게 됐다”고 집필 의도를 밝혔다. 이종호 작가는 20년동안 공포소설만 써온 작가로, 대표작으로는 ‘분신사바’, ‘이프’가 있다.
결과적으로 ‘두 개의 달’은 최소한의 것으로 최대한의 공포를 만들어내는데 성공한 듯 보인다. 영화 속 사건의 팔할은 집 안에서 이뤄지고, 등장인물은 모두 합친다해도 열 손가락에 꼽을 수 있을 정도며, 심지어 세 명의 메인 캐릭터들은 처음부터 끝까지 단 한 벌의 의상만을 입고 등장하지만 ‘두 개의 달’이 만들어내는 공포감은 여느 스플래터 무비(Splatter Movie) 못지 않다.
장소 이동도 많은 것도, 다양한 인물이 등장하는 것도, 잔인한 것도 아니지만 ‘두 개의 달’은 관객들의 간담을 서늘하게 하는 공포영화로서의 사명을 다한다. 극의 중간 중간 배치된 코미디적인 요소들은 극의 완급 조절을 꾀해 몰입도를 높인다. 오는 12일 개봉.
nayoun@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