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다수의 프로게이머들이 자신들의 한계 나이를 우리나이로 24세 전후로 잡고 있다. 실제로도 KeSPA 소속 프로게임단들과 e스포츠 연맹쪽 선수들을 살펴보면 대다수가 20세 전후의 선수들이다. 20대 중반을 넘어서게 되면 반사속도와 동체시력이 떨어지게 되기 때문에 고참 급 선수들을 찾기 정말 힘들다.
실제로 국방의 의무를 마치고 현역에서 뛰고 있는 선수는 KeSPA-e스포츠 연맹, 양측을 통틀어서 5명 남짓이고 20대 후반 이상의 선수 중 현재 현역에서 제 몫을 다하고 있는 선수는 '마왕' 임재덕(30, LG IM)이 유일하다.
LG IM 강동훈 감독(30)은 지난 5일 GSL 코드S 16강전을 앞두고 개인적으로 친구이기도 한 임재덕의 이야기를 조심스럽게 꺼냈다. 강동훈 감독과 임재덕은 임재덕이 KT 코치를 관두고 지난 2009년 GSL 리그 초창기부터 함께 생활해 왔다. 당시 e스포츠 관계자들은 임재덕의 리그 적응을 두고 반신반의 했지만 그가 아마추어 시절부터 최고의 선수가 될 자질이 있음을 곁에서 지켜봤던 강 감독은 e스포츠를 떠나려 했던 임재덕을 스타크래프트2 전향으로 설득, 오늘날 '마왕'으로 불리는 임재덕을 만들어냈다.

강 감독의 예상과 기대대로 임재덕은 승승장구를 거듭하며 GSL 오픈시즌2, GSL 코드S서 2차례 우승 등 GSL 정규투어서 최초로 3회 우승의 주인공이 됐다. 그러나 지난해 GSL 코드S Oct 이후 임재덕이 침체기를 겪으면서 내리막길을 걷고 있었다. 설상가상으로 LG 후원을 받고 처음으로 진행됐던 GSTL에서 연거푸 무너지며 슬럼프에 빠진 것이 아니냐는 전문가들의 말이 나올 정도였다.
최근 스타크래프트2 리그에서는 저그가 초강세를 보이는 까닭에 임재덕의 부진은 예삿일이 아닌 상황이었지만 강 감독은 임재덕을 믿는다는 말로 그에 대한 신뢰를 보였다.
"사실 32강부터 시작하는 코드S에서 뛴다는 사실이 대단한 것이다. (임)재덕이가 노는 선수도 아니고 연습량도 팀 내에서 수준급이다. 실력에 대해서는 걱정할 필요가 없다. 누구든 올라갈때와 내려가기도 한다. 아마 금년 초에 해외대회를 다니면서 균형이 무너진 것을 찾는 과정이 조금 길어지고 있다고 생각한다. 이번 대회는 착실하게 준비한 만큼 자신의 능력을 보여 줄 것이다"
결국 강 감독의 말대로 임재덕은 1-1 팽팽하게 맞선 최종전서 '신의 한 수'를 보여줬다. '신의 한 수'는 국내에 소개된 일본의 인기 바둑 만화 '고스트 바둑왕'서 최고의 경지를 가르치는 말. 앞선 2세트서 30분 넘는 장기전을 포함해 7경기나 치른 그로써는 젊은 김영진을 이길 수 있는 확실한 승부가 필요했다.
임재덕이 선택한 '신의 한 수'는 초반 흔들기. 상대 진영의 거리가 먼 '여명'을 전장으로 선택하자 이날 주로 앞마당 확장 이후 경기를 풀어가던 김영진은 앞마당을 선택했고, 임재덕은 상대방의 허를 찌르는 9산란못 저글링 러시로 김영진을 넉다운시키며 11시즌 연속 코드S 진출과 4시즌 만에 8강에 복귀하는 두 마리 토끼사냥에 성공했다.
임재덕은 경기 후 "부끄럽지만 정말 운동을 해야 겠다. 오늘 경기 중 장기전은 부끄러운 내용이 있더라. 어떻게든 최선을 다해야겠다는 생각으로 임했는데 행운이 따른 것 같다"며 쑥스럽게 웃었다.
이어 그는 "이번 대회 우승을 할 수 있는 확률을 10% 정도로 보고 있다. 가고 아직 확신을 하기는 힘들다. 8강을 이겨도 4강에도 쟁쟁한 선수가 기다린다고 생각한다. 지금은 한 경기 한 경기 최선을 다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그의 이야기를 들으면서 그가 20대 중반 이후면 은퇴의 갈림길에 서는 프로게이머들에게 새로운 비전을 제시하고 있다는 생각을 다시 한 번 했다. 우리나이로 서른 한 살인 임재덕이 30대에 들어서고도 전성기를 구가하는 선수로 남기를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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