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독님! 게임에 나가고 싶어요."
하락세의 SK 와이번스. 총력전을 선언한 것은 물론 끊임없는 정상화 노력에도 불구, 좀처럼 위기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지난 3일과 4일 이틀 연속 롯데에 패하면서 5연패에 빠진 SK다. 선두 삼성과 3.5경기차로 벌어진 가운데 지난달 26일 대구 삼성전에서 2위로 내려앉은 후 공동 4위까지 처졌다.

SK는 지난달 21일 박희수와 정우람이 전력에서 이탈한 후 2승 9패를 기록, 내리막을 타고 있다. 그런 만큼 이만수 SK 감독은 마운드의 안정을 최우선 과제로 삼고 있다. 특히 5선발 체제를 한 번도 제대로 가동해보지 못한 데 대해 여러 차례 아쉬움을 드러냈다.
이 감독은 "올스타전 이후 5선발 체제가 가능할 것"이라며 장밋빛 마운드 계획을 밝혔다. 그러나 당장 연패가 지속되고 있는 만큼 표정마저 밝지는 않았다.
이미 지난달 30일 1군 엔트리에 등록돼 선수단과 함께 하고 있는 송은범을 보면 더 안타까운 마운드 사정을 깨닫게 된다. 6일 대전 한화전에 송은범을 선발 투수로 내보낸다는 계획 속에 롯데와의 3연전을 맞았다. 불펜에서 어느 정도 투구수를 끌어올린 다음 선발로 투입하고 싶었던 것이다.
좀처럼 등판 기회를 잡지 못한 이유는 계속 경기 초반부터 승기를 내줬기 때문이었다. 정우람을 5일 1군 엔트리에 올리고도 송은범을 섣불리 선발 투수로 돌리지 못하고 있는 이유이기도 하다. 급기야 지난 4일 3루 수비 연습을 통해 피칭 밸런스 훈련에 나서고 있던 송은범을 본 이 감독의 표정은 화들짝 놀라기도 했다. 혹시나 하는 부상에 대한 우려 때문이다.
이 감독은 송은범에 대해 "그동안 계속 지는 바람에 중간에 나와 던질 기회가 없었다. 이기는 경기에 내보내고 싶다"면서 "정우람이 복귀했으나 송은범을 좀더 불펜에 두기로 했다"고 밝혔다.
송은범도 이런 분위기를 잘 알고 있다. 그런데 5일 사직 롯데전에 앞서 훈련을 마친 송은범은 대뜸 이만수 감독 앞에 무릎을 꿇었다. 그리고는 "감독님! 게임에 나가고 싶습니다"라고 크게 말했다. 이에 이 감독은 송은범을 덮석 안으면서 "너처럼 연패라고 감독 눈치를 보지 않아야 한다"고 웃어보였다.
송은범 스스로도 "2군에서 41개 던지고 왔는데 아직 모자란 느낌"이라며 "중간에서 길게 던지며 다시 선발로 간다는 생각을 하고 있다"고 밝혔다. 결국 송은범의 등판은 SK가 연패를 끊을 가능성이 높은 날이기도 하다는 뜻이다.
당장은 5일 내린 비 때문에 사직 롯데전이 우천 연기가 되면서 힘을 비축했다. SK는 제춘모가 한화전 첫 번째 선발로 나설 예정이었으나 이날 선발이었던 박정배를 대신 내보내기로 결정, 숨통을 조금이나마 트인 느낌이다. 송은범의 등판은 곧 다음 선발 등판이 가능하다는 뜻도 된다. 그런 점에서 송은범의 불펜 대기는 SK에 희망을 줄 수 있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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