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라이온즈 투수 정인욱이 2군 무대에서 착실히 몸을 만들고 있다.
지난해 6승 2패(평균자책점 2.25)를 거두며 1군 주축 투수로 발돋움했던 정인욱의 올 시즌 1군 성적은 승패없이 평균자책점 13.50. 5월 6일 한화전서 1⅓이닝 2실점(2피안타 3사사구)을 기록한 뒤 7일 1군 엔트리에서 제외됐다. 2군 선발진의 한 축을 맡은 정인욱은 지난달 7일 LG와의 원정 경기에서 5이닝 13실점으로 얻어 맞기도 했지만 26일 상무전 이후 11이닝 무실점 호투 중이다.
정인욱은 5일 "배워야 할 부분이 산더미 같지만 조금씩 좋아지는 것 같다"고 선한 미소를 지었다. 커브 연마에 애를 먹었던 정인욱은 불리한 볼카운트에서도 과감히 던질 수준에 이르렀다. 지켜보는 양일환 2군 투수 코치도 흐뭇한 미소로 바라본다. 정인욱을 엄하게 키웠던 양 코치는 "커브가 많이 좋아졌다. 직구, 슬라이더 뿐만 아니라 커브까지 구사하며 볼배합에 여유가 생겼다"고 호평하기도.

정인욱은 "던질 수 있는게 직구, 커브, 슬라이더 밖에 없지만 (커브) 하나 더 던질 수 있게 돼 훨씬 좋아진 것 같다"면서 "(커브를 익히게 된) 특별한 계기는 없다. 캐치볼할때도 커브를 많이 던졌었는데 시간이 흘러 내 것이 됐다"고 말했다.
류중일 삼성 감독은 정인욱에게 거는 기대가 남다르다. 류 감독은 윤석민의 성장 과정을 예로 들며 정인욱 또한 삼성을 대표하는 오른손 투수로 성장하길 바랐다. 현재로선 기대 이하에 가깝다. "감독님께서 기대하셨던 부분과는 차이가 크다. 감독님께서도 많이 실망하셨을 것 같다. 나 역시 그렇다. 생각 만큼 페이스가 올라오지 않으니 답답한 적도 많았다". 정인욱은 아쉬움 가득한 한숨을 내뱉었다.
"모든게 안 됐다. 밸런스가 무너지니 될 수 없었다. 모든게 내 탓이다. 좋은 흐름을 이어가지 못한 것도 좋은 기회를 살리지 못한 것도 내 책임이다". 마냥 어린 줄만 알았던 그는 예전보다 성숙한 느낌이었다. 아픈 만큼 성숙한다. 정인욱 또한 "야구 선수라면 누구나 위기를 겪기 마련이다. 그러한 위기가 빨리 온게 다행일 수도 있다. 빨리 겪은 만큼 나중에 더 큰 위기에도 잘 극복할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한때 81kg까지 빠졌던 몸무게가 86kg으로 정상 수준에 이르렀다. 잃어버린 강속구도 조금씩 되찾아가고 있다. 양 코치는 "직구 최고 140km 중반까지 나온다. 야간 경기를 치르면 더 빨라질 것"이라고 긍정적인 전망을 내놓았다.
삼성 마운드는 철벽 그 자체. 어디 하나 빈 틈이 없다. 그래서 정인욱은 "구위를 되찾아도 자리가 없어 못 갈 것 같다"고 푸념을 늘어 놓았다. 그러면서도 그는 "이달 안에 올라가면 성적은 충분히 낼 수 있다"는 자신감을 드러냈다. 2보 전진을 위한 1보 후퇴. 정인욱을 두고 하는 말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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