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S' 롯데 김사율, 반면교사는 김사율 그 자신
OSEN 강필주 기자
발행 2012.07.06 14: 31

"스스로 질문하고 답을 한다."
롯데 마무리의 새로운 기록 메이커가 되고 있는 김사율(32)이 자기자신을 반면교사로 삼아 생애 첫 타이틀을 향해 순항하고 있다.
김사율은 지난 4일 사직 SK전에 9회말 등판, 실점 없이 팀의 5-3 승리를 지켜냈다. 이틀 연속 세이브를 추가, 21세이브로 두산 프록터와 함께 이 부문 공동 선두로 올라선 김사율이다. 바로 전날 구단 사상 최초로 2년 연속 20세이브를 달성한 마무리 투수가 된지 하루만의 쾌거다.

이로써 김사율은 1994년 고(故) 박동희가 보유한 롯데 구단 최단인 31세이브와 동시에 2009년 존 애킨스(26세이브) 이후 두 번째 롯데 세이브 타이틀 도전 페이스를 밟아가고 있다.
롯데 구단으로 볼 때 김사율의 의미는 좀더 다르다. '마무리 투수'라고 내세울 수 있는 투수가 없었기 때문이다. 박동희 이후 강상수, 나승현, 카브레라, 임경완, 애킨스 등이 있었다. 하지만 롯데 마무리는 역시 불안하다는 인식을 떨쳐내기에 충분하지 않았다.
때문에 1999년 입단했지만 2010년에야 비로소 빛을 보기 시작한 김사율의 활약은 롯데 구단에게 즐거움 그 이상이 아닐 수 없다.
김사율은 우선 자신을 믿고 신뢰를 준 양승호 감독에게 고개를 숙였다. "감독님이 믿어주셨기 때문에 가능했다"는 그는 "마음을 다잡을 수 있도록 상황에 맞게 내보내주셨다"고 감사의 말을 전했다.
스스로 "오승환처럼 타자를 압도하는 강력한 스피드와 구위를 지닌 투수가 아니다"고 말하는 김사율이 믿는 구석은 무엇일까. 바로 자신이었다.
김사율은 '조언을 구하는 사람이 있느냐'는 질문에 "스스로 묻고 답을 한다"고 털어놓았다. "그렇게 계속 하다보니 역시 욕심이 많다는 것을 알게 됐다"는 그는 "게임을 끝내야겠다는 의지가 강하다보니 두려움과 이겨야 한다는 생각이 커졌다. 지금 이뤄질 수 없는 것을 생각하고 있었다"고 자가진단 효과를 밝혔다.
이어 "결국 1점차에 등판하면 1점을 줘도 팀만 이기면 된다는 생각을 했다"는 그는 "그랬더니 마음이 편해졌다. 그리고 칠테면 치라는 식으로 던질 수 있었다"고 호투 비결을 설명했다.
김사율은 2번의 블론세이브를 기록했던 지난 6월의 아픔을 예로 들었다. "생각이 많았다"고 당시를 떠올린 그는 "2~3번 연속해서 실패하면 안된다는 생각이 강했다. 그러다가 '왜 결과가 좋지 않았나' 문제점을 스스로 묻고 알게 됐다"고 말했다.
무엇을 깨달은 것일까. "실력만 있다고 되는 것이 아니라 내 준비가 덜됐다는 것을 알았다"는 김사율은 "내가 가진 것이 압도하는 구위가 아니라는 것을 잊었던 것이다. 선두타자를 내보내지 말아야 하는 등 타자 한 명 한 명에게 집중해서 점수를 안주는 것이 중요한 것이었다"고 돌아봤다.
특히 김사율은 동료들에 대한 고마움을 강조했다. "세이브 상황에만 나가는 경우가 많다. 불펜 투수들이 그런 상황을 만들어주기 때문"이라는 그는 "실책을 하지 않고 추가점을 더 내려는 야수들도 더 집중하는 만큼 동료들을 위해서라도 흔들리면 안되겠다는 생각을 했다"고 진지한 표정을 지었다.
김사율의 올 시즌 목표는 무엇일까. "이런 말을 하면 구체적인 수치를 원하겠지만 정말 그렇다"고 전제를 단 그는 "지금처럼 믿음을 계속 줘서 내 자리를 지킬 수 있는 것이 중요하다. 팀을 위해서는 마무리를 잘하는 투수가 나서는 것이 당연하다"고 강조했다. 기록에 연연하기보다는 경쟁에서 밀리면 언제든 마무리 투수 자리를 내놓을 수 있다는 절박함을 잊지 않고 경기에 나서겠다는 뜻이다.
"책임감을 느끼고 야구 공부도 많이 된다. 보람도 있다"고 마무리 투수의 매력을 설명한 김사율의 머릿속은 이기는 것을 몰랐던 무명시절의 아픔도 간직하고 있다. 자신의 좋지 못한 점을 반면교사로 삼은 김사율의 올 시즌 마무리는 어떨지 더욱 궁금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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