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브라운관을 접수한 건 3, 40대 남자 배우들이다. 올초 김수현-정일우(해를 품은 달) 이승기(더킹투하츠), 박유천-이태성(옥탑방 왕세자), 유아인-이제훈(패션왕) 등 꽃미남 20대 배우들이 드라마를 장악하며 활약한 이후 상반기가 저물어가는 시점부터 3, 40대 배우들이 주연으로 나선 드라마들이 인기 가도를 달리고 있다.
대표적인 예가 SBS 주말특별기획 '신사의 품격'(이하 신품)과 월화드라마 '추적자'다. '신품'은 장동건 김수로 김민종 이종혁 등 이른바 '꽃신사' 4인방의 활약에 기대고 있다. 네 주인공은 실제로도 40대 초반 나이. 극중 마흔 한살의 싱글남들로 등장해 저마다 다른 러브스토리를 그려내며 여심을 훔치는 중이다. 40대 초반이란 나이가 무색할 정도로 젊고 훈훈한 비주얼, 또 오랜 연기 내공에서 우러나는 농익은 연기가 작품을 안정되게 하고 있다는 평.
'추적자' 역시 손현주와 김상중의 팽팽한 연기 대결이 인기의 비결이다. 손현주의 뚝배기처럼 진하고 구수한 연기력에 김상중의 미친 연기 카리스마가 접목되면서 이슈 몰이에 한창. 소시민 형사와 대권 주자라는 대조적인 캐릭터를 각각 완벽 소화하며 무엇보다 '연기력' 하나만으로 시청자들의 성원을 이끌어내고 있는 주인공들이다. 실제로도 40대 '꽃중년'인 두 사람은 중장년층 뿐 아니라 10대 20대의 젊은 시청자들의 공감까지 얻어내면서 '믿고 보는 배우'로서 제 2의 전성기를 만난 모습.

그런가 하면 KBS 2TV 월화드라마 '빅' 역시 30대 초반의 훈남 공유가 18세 영혼과 31세의 영혼을 왔다리 갔다리하며 '로코킹' 포스를 내뿜고 있다. 공유의 섹시하고도 귀여운 매력에 풍덩 빠져든 여성 시청자들의 반응이 뜨겁다. SBS 수목드라마 '유령'의 소지섭과 엄기준, MBC 주말특별기획 '닥터진'의 송승헌과 이범수 등도 20대를 넘어 안정적인 3, 40대의 편안한 매력과 연기력으로 어필하는 이들이다.
이 밖에도 최근 종영한 MBC '빛과 그림자' 역시 안재욱 이필모 등 3, 40대의 노련한 배우들이 인기 견인차 노릇을 톡톡히 해냈고 상반기 시청률 1위에 빛나는 KBS 2TV '넝쿨째 굴러온 당신'에서도 유준상을 비롯 이희준, 김원준 등 3, 40대 배우들을 찾는 건 어렵지 않은 일이다.
올초까지만 해도 20대 젊은 피들의 반란이 브라운관을 수놓았다면 3, 40대 배우들의 성숙미가 그 바통을 이어받았다. 20대 배우들의 풋풋하고 설레는 매력도 볼만 하지만 짧게는 10년, 길게는 20년차를 바라보는 3, 40대 배우들의 성숙미와 내공은 안방극장을 풍성하게 하는 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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