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시즌 첫 10승 투수의 명예가 달렸던 경기. 압도적이지는 않아도 중요한 순간 결정타는 맞지 않는 투구가 이어졌으나 결국 둘 모두 10승 고지 등정은 다음으로 미뤄야 했다. LG 트윈스의 좌완 에이스 벤자민 주키치(30)와 10승을 다음 기회로 미룬 두산 베어스의 외국인 1선발 더스틴 니퍼트(31)의 투수전은 집중력과 기교의 향연이었다.
주키치와 니퍼트는 7일 잠실구장서 선발 맞대결을 펼쳐 각각 7이닝 5피안타(탈삼진 4개, 사사구 4개) 무실점과 7이닝 7피안타(탈삼진 7개, 사사구 1개) 1실점으로 호투하며 선발로서 제 몫을 했다. 특히 둘은 전날(6일)까지 삼성 좌완 에이스 장원삼(29)과 함께 9승으로 다승 공동 선두를 달리고 있던 만큼 이날 맞대결이 2012시즌 첫 번째 10승 투수를 결정짓는다는 점에서 더욱 주목할 만 했으나 승리의 여신은 누구의 손도 들어주지 않았다.
먼저 위기를 맞은 쪽은 주키치. 주키치는 1회와 2회 상대 주자를 득점권으로 진루시키며 위기를 맞았으나 잘 피해갔다. 2회 1사 1,2루서는 고영민의 우익수 앞 안타 때 홈까지 노린 양의지의 횡사 덕택에 선실점을 피했다.

니퍼트도 5회까지 상대 예봉을 잘 피해갔다. LG는 4회말 이병규(7번)의 중전 안타와 2루 도루, 박용택의 볼넷으로 무사 1,2루를 만들었다. 그러나 니퍼트는 정성훈을 헛스윙 삼진으로 처리한데 이어 이병규(9번)를 1루 땅볼, 정의윤을 헛스윙 삼진으로 처리했다.
5회말 LG 공격. 2사 후 LG는 서동욱의 우전 안타에 이은 이대형의 우익선상 2루타로 2,3루 절호의 기회를 잡았다. 그러나 이병규(7번)의 좌익수 뜬공으로 기회가 또 날아갔다. 양 팀은 선발들의 호투 속 무득점으로 클리닝 타임을 맞았다. 주키치와 니퍼트 모두 상대 방망이를 유혹해내며 범타를 양산하는 쾌투로 마운드를 지켰다.
색깔은 달랐다. 주키치가 투구판 왼쪽 끝에서 크로스스탠스로 일정한 릴리스포인트를 보여주며 존을 가르는 기교파 투구를 보여줬다면 니퍼트는 150km의 빠른 볼과 다양한 구종을 섞어던지며 LG 타자들을 요리했다. 특히 4회 무사 1,2루서 구위로 과감하게 밀어붙여 무실점으로 막아낸 니퍼트의 투구는 뛰어났다.
여기서 홈런포 한 방이 경기를 흔들었다. 니퍼트는 6회말 박용택에게 유격수 내야안타를 내줬으나 양의지의 도루 저지에 이은 정성훈의 3루 땅볼로 2사 주자 없는 상황을 만들었다. 그러나 이병규(9번)를 상대로 던진 초구 커브(113km)가 적토마의 방망이를 피하지 못했다. 이날 경기 니퍼트의 유일한 실점이다.
그러나 주키치도 결국 활짝 웃지는 못했다. 9회초 주키치의 뒤를 이은 유원상을 상대로 1사 3루서 고영민이 투수 강습안타를 때려내며 1-1 동점을 만들었기 때문. 과정으로 보면 양 팀 투수들 모두 타선이 확실히 도와주지 못해 결국 두 투수들의 호투가 노 디시전으로 끝난 경기다.
양 팀 타선의 빈공으로 인해 잘 던져야만 했던 두 외국인 에이스들의 맞대결. 비록 자웅은 가리지 못했으나 이들은 자기 몫을 확실히 해내며 다음 맞대결을 더욱 기대할 수 있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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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실=백승철 기자 baik@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