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찬호의 별명 중 하나로 '찹(Chop)'이 있다. 박찬호의 이니셜에서 딴 미국식 별명으로 위기를 잘 끊어준다는 의미에서 비롯됐다. 지난 2009년 필라델피아 시절 불펜투수로 위기를 잘 막아준 그에게 동료들이 지어줬다.
'코리안특급' 한화 박찬호(39)가 과연 별명에 걸맞는 활약으로 팀을 위기에서 구해냈다. 팀의 8연패를 끊어낸 것이다. 박찬호는 7일 대전구장에서 열린 '2012 팔도 프로야구' SK와의 홈경기에 선발등판, 6이닝 5피안타 1볼넷 1사구 4탈삼진 2실점 막고 시즌 4승(5패)째를 거뒀다. 지난달 10일 대전 넥센전 이후 27일만의 승리. 팀이 8연패로 가장 힘들 때 결정적인 역투로 스타 기질을 발휘했다.
이날 경기 전까지 한화는 올 시즌 최다 8연패로 5할 승률 -20패까지 떨어져 있었다. 개막 후 최악의 상황에 직면했다. 여기에 지난 5일 목동 넥센전, 6일 대전 SK전이 연이틀 우천 연기돼 박찬호의 등판 일정도 두 차례나 밀렸다. 이날 그는 지난달 29일 사직 롯데전 이후 9일만에 마운드에 올랐다. 하지만 박찬호는 흔들리지 않았다.

1회 1번타자 정근우를 8구 승부 끝에 볼넷으로 내보냈지만 박재상을 투수 앞 땅볼로 유도해 병살타로 엮어냈다. 빠르고 과감한 판단으로 2루에 송구한 게 최상의 결과를 낳았다. 3회에도 2사 2·3루 위기에 몰렸지만 박재상을 침착하게 1루 땅볼로 솎아냈다.
4회 박정권에게 우중간 2루타를 맞은 뒤 조인성에게 좌전 적시타로 동점을 허용했지만, 더 이상 추가 실점은 없었다. 2사 1·2루에 몰린 뒤 임훈을 상대하는 과정에서 초구를 던진 뒤 허리를 삐끗했지만 전혀 흔들림이 없었다. 오히려 임훈을 삼진 처리하며 위력을 떨쳤다.
5회에도 최윤석-박재상을 삼진으로 돌려세우며 삼자범퇴 처리한 박찬호는 6회 선두타자 최정에게 불의의 중월 솔로 홈런을 맞았지만, 후속 타자들을 모두 범타로 처리했다. 위기이거나 흔들릴 만한 상황에서 박찬호는 더욱 침착하고 자신있게 자신의 공을 뿌렸다. 베테랑다운 안정감이었다.
박찬호는 6회까지 96개 공을 던지고 마운드를 내려갔다. 타선이 6회말 안타 4개로 3득점하며 4-2로 역전해 박찬호의 패전을 없애고, 승리 조건을 만들었다. 위기 속에서도 무너지지 않은 박찬호에 대한 보답이었다. 최고 146km 직구(28개)를 중심으로 슬라이더(26개) 투심(18개) 체인지업(16개) 커브(8개)을 섞어 던졌다.
박찬호는 이날까지 14경기 중 9경기가 팀이 연패 중일 때 등판했다. 박찬호의 기록은 3승3패이지만, 팀은 6승3패로 높은 승률을 자랑했다. 이 9경기에서 박찬호는 48이닝을 던지며 평균자책점 3.56으로 막았다. 팀이 힘들고 어려울 때 박찬호는 더 강해진다. 진정한 맏형의 모습이란 바로 이런 것이다.
waw@osen.co.kr
대전=이대선 기자 sunday@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