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토록 예쁜 척 안하는 여배우가 또 있을까.
2012년 제 48회 백상예술대상에서 영화 ‘건축학개론’으로 영화 부문 여자 신인상 트로피를 거머쥐며 여배우로서의 가능성을 인정받은 수지가 걸그룹 버라이어티 KBS 2TV ‘청춘불패2’에서 전방위적인 활약을 펼치고 있다.
수지는 걸그룹 미쓰에이의 멤버로서는 ‘수지’이지만 배우로서는 ‘배수지’라는 본명을 사용한다. 배수지는 월드스타 비 이후 처음으로 가요-드라마-영화 등 세 엔터테인먼트 분야에서 트리플 신인상을 차지하며 명실상부한 만능엔터테이너로 발돋움 했다. 가수로 데뷔했지만 노래 뿐 아니라 드라마와 영화를 통해 연기자로서도 충분히 입지를 다진 것이다.

이쯤되면 배수지도 여배우로서 신비주의를 추구할 법도 하다. 보통 여배우들은 예능 출연을 자제하며 대중들로부터 신비감을 조성, 자신이 출연하는 작품에만 얼굴을 드러내며 몸값을 올린다. 하지만 수지는 반대로 ‘청춘불패2’에서 모든 걸 다 내려놓고(?) 철저히 망가지는 길을 택했다.
‘청춘불패2’는 솔직하고 꾸밈없는 수지의 매력을 100% 활용해 깨알웃음을 선사한다. 다른 걸그룹들에게는 치욕(?)이 될 수 있을 법한 공격도 수지에게는 그저 웃어넘길 일이 되기 때문. 발사이즈가 크다고 놀리며 230mm 고무신을 신어보라고 내미는 MC 김신영에게 수지는 “나 이거 싫어”라며 폭풍 애교로 되받아치고, 걸그룹 멤버로서는 굴욕적인(?) 사이즈인 250mm 고무신이 자신의 발에 딱 들어맞자 “신발 가게에 다시는 오지 않겠다”며 귀엽게 토라져 웃음을 안긴다. 수지와 포옹한 뒤 “남자가 느껴진다”던 백지영에게도 수지는 호탕한 웃음으로 ‘쿨’하게 대처했으며, 지난 7일 방송에서는 감자 껍질을 강판으로 벗기는 4차원적인 행동으로 시청자들을 경악케 하기도 했다.
‘청춘불패2’ 속 수지의 모습이 ‘건축학개론’ 속 서연이나 KBS 2TV 월화드라마 ‘빅’ 속 장마리 캐릭터의 연장선으로 보이기도 한다는 점에서 예능에서 쌓아온 수지의 4차원 이미지가 영화나 드라마 속에서도 어느 정도 순기능을 했다고도 볼 수도 있다. 수지는 ‘빅’에서 서윤재(공유 분)의 몸에 영혼이 들어간 강경준(신원호 분)을 열광적으로 짝사랑하는 4차원 소녀 장마리를 연기하고 있으며, ‘건축학개론’에서는 무심한 듯 태연한 얼굴로 순진한 승민(이제훈 분)을 해맑게 유혹해 ‘국민 첫사랑’에 등극했다.
반면 일각에서는 배수지도 예능 출연을 자제하고 ‘여배우 아우라’를 쌓아야 할 때가 된 것 아니냐는 우려 섞인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여배우의 예능 출연은 대중들에게 친근감을 형성하고 인지도를 높이는데 있어서는 득이 되지만, 자칫하면 예능 속 캐릭터가 굳어져 드라마나 영화에서 다양한 캐릭터를 소화하는 데는 독이 될 수도 있기 때문. 수지가 지난 2011년 10월 ‘청춘불패2’에 처음 합류했을 때는 드라마 ‘드림하이1’으로 첫 연기자 신고식을 치른 지 얼마 안 된, 배우로서 조금 더 인지도가 필요한 입장이었다면 ‘건축학개론’과 ‘빅’으로 절정의 인기를 누리고 있는 현재는 상황이 많이 달라진 까닭이다.
하지만 ‘청춘불패2’ 애청자들은 수지 없는 ‘청춘불패2’는 상상할 수 없다고 하나같이 입을 모은다. ‘청춘불패2’ 남자 게스트들은 일제히 수지 찬양에 열을 올리고, ‘수지 어법’과 수지스러운 4차원 개그코드가 ‘청춘불패2’의 주요 웃음을 담당하고 있다는 점 등에서 수지는 대체 불가능한 멤버로 꼽히기 때문. 작품 뿐 아니라 예능에서도 남다른 존재감을 뽐내고 있는 19세 소녀 수지의 마력에 대한민국이 들썩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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