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리안특급' 박찬호(39)는 1994년 LA 다저스 입단 이듬해였던 1995년 모교 한양대에 장학금을 기탁한 것을 시작으로 야구장학회를 운영했다. 2001년부터는 박찬호 장학회가 재단법인으로 정식 발족됐다.
1999년 11월9일에도 박찬호 야구장학금 수여식이 열렸다. 당시 LA 다저스에서 전성기를 구가한 박찬호는 비시즌을 맞아 수여식에 함께 했다. 야구 꿈나무 7명에게 직접 장학금 100만원씩을 지급했다.
당시 장학금을 받은 선수가 대구상고 이정호를 비롯해 부산상고 채태인, 동산고 정상호, 경기고 이동현 그리고 천안북일고 김태균(30)이 있었다. 지금도 그렇지만 그때 당시에도 '까까머리' 고교생이었던 김태균에게 박찬호는 우러러 보는 존재였다. 하지만 이제는 당당히 팀의 선발투수와 4번타자로 같은 곳을 바라보고 있다.

박찬호는 지난 7일 대전 SK전에서 6이닝 5피안타 1볼넷 1사구 4탈삼진 2실점 퀄리티 스타트로 시즌 4승째를 거두며 4-2 승리와 함께 팀의 8연패 사슬을 끊었다. 4번타자 김태균이 2회 선제 솔로 홈런과 6회 결승타 포함 4타수 2안타 2타점 2득점으로 맹활약하며 '찬호 도우미' 역할을 해냈다. 8연패 탈출의 투타 일등 공신들이었다.
김태균은 유독 박찬호가 나오는 날 방망이가 더욱 불을 뿜는다. 13년 전 메이저리거로부터 장학금을 받고 꿈을 키운 유망주가 이제는 같은 팀 4번타자로서 화끈한 지원 사격을 날리고 있는 것이다. 김태균은 박찬호가 선발등판한 14경기에서 45타수 21안타 타율 4할6푼7리 3홈런 8타점으로 펄펄 날았다. 김태균에게 희망의 씨앗을 뿌렸던 박찬호는 꽃피운 씨앗 덕을 제대로 보고 있다.
박찬호는 김태균에 대해 "내가 나오는 날에만 잘하는 게 아니라 매경기 잘하는 선수 아닌가"라며 "아무래도 일본에서 좋은 투수들의 다양한 공을 많이 상대해 봤기 때문에 한국에서 적응하는 데에도 큰 어려움이 없어 보인다. 아무도 태균이를 막을 수 없다"고 치켜세웠다. 이어 "팀이 승리하는데 필요할 순간 태균이가 굴하지 않고 대담하게 잘해줬다. 역시 김태균이다. 대견하다"며 흐뭇한 표정을 지었다.
김태균은 "찬호형은 마운드에서 정말 파이팅있게 던진다. 투구 템포도 빠르기 때문에 야수들이 컨디션을 조절하는데 큰 도움이 된다"며 "수비 시간이 짧고, 집중하게 되니 타격에도 좋은 영향을 미치는 것 같다"고 말했다. 박찬호가 나오는 날 유독 잘 터지는 이유가 있는 것이다. 무엇보다 박찬호의 기백이 후배들을 일깨운다. 김태균은 "최고참이 파이팅해서 던지는 모습을 보며 모두가 더 열심히 해야겠다고 생각한다"고 설명했다.
1999년 겨울 장학회로 인연을 맺은 박찬호와 김태균. 이제 당당히 팀의 일원으로 공통된 목표를 향해 달리고 있다. 박찬호는 4번타자로 잘 자란 김태균이 대견하고, 김태균은 우리나이 불혹에 1구 1구 혼신의 힘을 불어넣는 박찬호가 자랑스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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