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국 자기 자리를 찾아가야 한다".
한화 외국인 투수 데니 바티스타(32)가 무려 42일 만에 세이브를 올렸다. 바티스타는 지난 7일 대전 SK전에서 4-2로 리드하던 9회초 2사 주자없는 상황에서 5번째 투수로 구원등판, 대타 김성현을 2루수 땅볼로 잡고 팀의 승리를 지켰다. 지난 5월26일 목동 넥센전 이후 무려 42일 만에 거둔 시즌 8세이브 순간이었다.
올해 한화의 가장 큰 고민은 바티스타였다. 4월 한 달간 불안불안하더니 5월 한 달간 불안을 현실화시켰다. 마무리 보직을 박탈당한 뒤 중간에서도 중요한 순간마다 기름을 부었다. 2군에도 잠깐 다녀왔지만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구단에서 "외국인선수 교체는 없다"고 재확인한 상황에서 대안은 어떻게든 바티스타를 살리는 것밖에 없었다.

지난 7일 2군에서 1군으로 올라온 송진우 투수코치는 한대화 감독과의 면담을 통해 보직이 불분명한 외국인 투수들의 활용도를 찾느라 고심했다. 결론은 션 헨 선발, 바티스타 마무리였다. 송진우 코치는 "바티스타는 결국 자기 자리를 찾아가야 한다. 믿고 맡기는 수밖에 없다"며 바티스타 마무리 카드를 한대화 감독과 최종 결정했다.
7일 SK전은 그 첫 무대였다. 선발 박찬호가 6이닝 2실점 퀄리티 스타트로 승리의 발판을 마련한 가운데 7회부터 송창식-박정진-안승민이 차례로 기용돼 SK의 공격을 차단했다. 안승민이 9회 2사까지 잘 잡아냈다. 2사 주자없는 상황. 송진우 투수코치가 다시 한 번 마운드에 올랐고, 외야 불펜에서 바티스타가 등장했다. 바티스타가 9회에 마운드 오른 것도 12경기 만이었다.
바티스타는 아내와 아들이 관중석에서 지켜보는 가운데 대타 김성현을 상대로 초구부터 컷패스트볼을 스트라이크존에 꽂아넣었다. 이어 스플리터를 몸쪽으로 넣으며 투스트라이크라는 유리한 카운트 점했다. 3~4구 직구가 볼이 되고, 5구 커터와 6구 슬라이더가 모두 파울. 하지만 7구째 바깥쪽 슬라이더로 2루 땅볼을 유도하며 경기를 끝냈다. 42일만의 세이브에 바티스타는 두 팔로 하늘을 가리키는 특유의 세레머니까지 펼쳤다.
송진우 코치는 "감독님과 상의해 바티스타를 마무리로 쓰기로 결정했다. 마무리이기 때문에 당연히 이기는 상황에서 던지게 하려 했다"며 "될 수 있으면 부담이 덜한 상황에 넣으려 했다. 마침 9회 2사에 주자가 없었다. 바티스타가 잘 막았다"고 말했다. 처음부터 9회 이기는 상황에서 등판할 계획을 갖고 들어갔고, 바티스타도 몸과 마음의 준비를 할 수 있었다.
믿음과 배려 속에 42일만의 세이브로 성공적인 마무리 복귀전을 가진 바티스타. 다시 한화의 수호신으로 위용을 찾을 수 있을까. 일단 복귀전 첫 단추는 성공적으로 잘 꿰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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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전=이대선 기자 sunday@osen.co.kr